▲지난 여름, 광화문을 뜨겁게 달궜던 촛불 집회에서 노래하는 꽃다지. 늦은 밤, 꽃다지의 노래는 하루 종일 집회로 지친 시민들을 흥겨운 분위기로 이끌었다.
조혜원
나는 홍대 클럽에 가본 적이 별로 없다. 직장 동료들이랑 술마시러 몇번 가본 게 전부인 듯. 그래서인가, 클럽에 대해 특별한 관심이나 기대치 같은 것도 없는 편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클럽이 민중가요와 연결될 때만큼은 유독 거부 반응을 일으키는 못된 버릇이 있다.
그 버릇이 시작된 건 2005년 즈음인가 보다. 대학 시절 '중앙노래패'라 부르는 동아리에서 활동을 한 나는, 졸업한 뒤에도 후배들 공연을 꼭꼭 챙겨봤다. 어떤 땐 회사 휴가를 내서 먹을거리 잔뜩 싸들고 일찍 공연장에 가기도 했다. 그렇게 열과 성을 다해 후배들 공연을 응원하던 내가 어느 날 갑자기 그들을 외면하기 시작했다. 2005년 딱 이맘때 즈음, 후배들이 홍대 어느 클럽에서 가을 정기 공연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부터다.
노래패 후배들 공연에 발길 뚝 끊다까닭은 그럴 만했다. 내가 다닐 때만 해도 동아리들끼리 날짜 잡기에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학교 공연장은 돈을 벌기 위해 학생 공연이 아닌, 바깥 행사들에 먼저 자리를 내주고 있었다. 분명 학교 시설임에도 학생들이 비집고 들어가기가 어려웠다. 그러다 보니 후배들도 무대와 음향을 갖춘, 그러면서도 아주 큰 돈 안 드는 클럽으로 자연스레 발길을 돌리게 된 것이다.
이렇듯 그 까닭에 수긍이 감에도 후배들 공연을 두고 딱딱하게 굳은 마음은 녹지 않았다. 자본주의 방식에 반대하고 상업성을 거부하는 민중가요가, 자본이든 상업성이든 그런 것과 결코 멀어보이지 않는 클럽이란 곳에서 흘러나온다는 걸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그 때부터다. 해마다 홍대 클럽에서 여는 동아리 후배들 공연에 가지 않게 된 것은. 클럽에서 공연한다는 다른 민중가수들까지 곱지 않은 눈으로 바라보게 된 것도. 그렇게 '클럽'과 '민중가요'의 연결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던 내가 올 가을 들어 세 번이나 민중가수들이 여는 클럽 공연에 다녀왔다.
왜? 굳게 닫힌 내 마음이 나부터 너무 답답했기 때문이다. 나 혼자 모른 척 하기엔 이미 너무 많은 민중가수들이 클럽에서 공연을 치르고 있었다. 이젠 동아리 후배들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민중가요 없는 삶을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나한테 민중가요를 생산하고, 부르고 있는 민중가수들의 클럽 공연은 외면할 수 없는 내 삶의 문제가 돼버렸다. 클럽에서 노래하는 그들을 이해하지 않고는 더는 자신있게 "민중가요를 사랑한다"고 말할 수 없을 것만 같은 절박함이 밀려왔다.
민중가수들의 클럽 공연, 생각과 다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