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소개서 쓰기의 달인을 만나다

김귀현 기자의 <창의적 자기소개서 쓰기> 강연 참석 후기

등록 2008.11.25 13:48수정 2008.11.25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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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인기리에 연재되고 있는 오마이뉴스의 기획기사 '옥탑방 여자와 반지하 남자의 자취방 이야기'. 매주 1~2회, 옥탑방 여자와 반지하 남자가 번갈아 가며 들려주는 그들의 자취생활 이야기에는 소소하지만 생생한 애환이 담겨있다.

인기리에 연재되고 있는 오마이뉴스의 기획기사 '옥탑방 여자와 반지하 남자의 자취방 이야기'. 매주 1~2회, 옥탑방 여자와 반지하 남자가 번갈아 가며 들려주는 그들의 자취생활 이야기에는 소소하지만 생생한 애환이 담겨있다. ⓒ 오마이뉴스

인기리에 연재되고 있는 오마이뉴스의 기획기사 '옥탑방 여자와 반지하 남자의 자취방 이야기'. 매주 1~2회, 옥탑방 여자와 반지하 남자가 번갈아 가며 들려주는 그들의 자취생활 이야기에는 소소하지만 생생한 애환이 담겨있다. ⓒ 오마이뉴스

'잉걸'을 모르는 반지하 남, 김귀현 기자

 

요즘 한창 <오마이뉴스> 지면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기사가 있다. <오마이뉴스> 독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클릭해봤을, 커다란 인기를 끌며 지면의 메인을 장식하던 기획연재 기사 '옥탑방 여자와 반지하 남자의 자취방 이야기'.

 

매주 1~2회, 옥탑방 여자와 반지하 남자가 번갈아 가며 들려주는 그들의 자취생활 이야기에는 소소하지만 생생한 애환이 담겨있다. 여성의 비밀에 대한 환상일까, 내 마음을 두근두근 설레게 만든 건 옥탑방 여자였지만 정작 고개를 끄덕이며 반가워한 건 반지하 남자였다. 마치 그의 글에서 방 안의 야릇한 발냄새를 맡은 듯한 친근함.

 

기사를 통해 그의 방 안 구석구석과 소소한 일상까지 들여다보다보니 어느덧 그와 나홀로 친해져 버렸다. 그런 나에게 '그는 누구인가?'란 의문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것. 게다가 그가 블로그에 써둔 "난 슬플 때 기사를 써. 나보다 더 슬픈 사람들을 위해"란 글귀는 내 가슴을 뭉클하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

 

반지하 남자 김귀현 기자. 친구여, 당신은 누구인가? 궁금하다. 김귀현 기자는 06년부터 지금까지 <오마이뉴스>에서 130여개의 기사를 작성해왔다. 스포츠, 사회, 문화, 사는 이야기 등 기사의 영역은 넓고 다양하다.

 

그러나 도대체 '잉걸'이란 모르는 남자(※참고: '오마이뉴스'의 기사에는 '생나무-잉걸-버금-으뜸-오름'의 등급이 매겨진다. '오름'으로 갈 수록 편집부로부터 가치를 인정받은 기사), 난무하는 '으뜸'과 '오름' 속에 오히려 '버금' 찾기가 너무도 어려운 남자. '버금' 하나에도 세상을 다 얻은 듯했던 나에게 그의 기록은 그야말로 기가 막힌다.

 

그렇게 궁금하고 기막혔던 김귀현 기자를 지난 20일 강화도 불은면의 '오마이스쿨'에서 만나보았다.

 

달인이 공개하는 창의적 자기소개서 쓰기의 비법

 

a  김귀현 기자의 사진. 그의 기사들과 블로그에서는 공개된 얼굴사진을 찾아볼 수 없었다. 필자가 찍은 김 기자의 얼굴 사진을 올리려 했으나, 신비주의 전략(?) 유지를 위해 올리지 않는다.

김귀현 기자의 사진. 그의 기사들과 블로그에서는 공개된 얼굴사진을 찾아볼 수 없었다. 필자가 찍은 김 기자의 얼굴 사진을 올리려 했으나, 신비주의 전략(?) 유지를 위해 올리지 않는다. ⓒ 김귀현

김귀환 기자의 사진. 그의 기사들과 블로그에서는 공개된 얼굴사진을 찾아볼 수 없었다. 필자가 찍은 김기자의 얼굴 사진을 올리려 했으나, 신비주의 전략(?) 유지를 위해 올리지 않는다. ⓒ 김귀현

시민기자를 거쳐 현재는 <오마이뉴스> 편집부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귀현 기자, 그가 '오연호의 기자만들기 26기' 교육장을 찾았다. 상상했던 지하남의 느낌과 크게 다르지 않다. 청바지에 잠바, 복장만큼이나 얼굴도 수수하다.

 

노동부 주최 대학생 자기소개서 쓰기대회 대상 수상 경력을 가진 그가 담당한 교육은 '창의적 자기소개서 쓰기'. 오마이뉴스의 오연호 대표도 공채 시 그의 자기소개서를 아주 후하게 평했다는 후문도 있다.

 

언론사 입사 시험에서 자기소개서의 중요성이 계속해서 커가는 만큼 교육을 받는 스무여 명 예비 기자들의 눈빛이 날카롭다. 하지만 입사용 자기소개서와는 무관한 삶을 추구하는 나에겐 '자기소개서' 보다는 '창의적'과 '김귀현'이 눈에 들어왔다.

"강의를 위해 여러분 앞에 섰지만 저는 거목이 아닌 묘목"이라는 김귀현 기자의 겸손한 인사와 함께 시작된 강의. '창의적 자기소개서 쓰기의 달인'임을 입증하듯 그가 준비한 강의는 굉장히 독특했다.

 

강의 구성의 틀은 'FC오기만 vs FC육기만'의 축구 시합, 워밍업-전술훈련-전반전-후반전-축하공연 순으로 이루어졌다. '뭐야? 자기소개서 쓰기에 웬 축구시합?'이란 생각이 들었지만 결국 이런 당혹감이 그가 강조하는 창의성이었다. 원론적인 말로만 그치기 쉬운 자기소개서 쓰기 방법론도 신선한 창의성을 더하니 매우 흥미롭게 다가온다.  

  

'워밍업' 단계에서는 먼저 기본기를 강조하여 성장배경, 성격, 학창생활, 지원동기/포부 등 자기소개서에 들어갈 기본요소들을 꼼꼼히 점검한다. 그리고 '리드는 아이스크림처럼'이란 달콤한 표현으로 첫 문장, 첫 문단의 중요성을 강조한 후 다 쓴 자기소개서를 동료끼리 서로 점검하는 협력 플레이 등 중요하며 효과적인 자기소개서 쓰기의 팁을 제시한다.
 

이어지는 '전술훈련'에서 소개되는 건 블루오션 전략. 진부한 표현, 감정의 과잉, 경력의 무분별한 제시 등 자기소개서에서 지양되어야 할 레드오션을 분석한 뒤 창의적인 형식의 파괴를 통해 블루오션에 진입할 것을 강조한다. '형식의 파괴'란 말은 연이어 반복된다. 또한 상대편의 전술분석도 빼놓을 수 없는 단계. 언론사 입사 시험의 경향도 꼼꼼히 살펴둬야 한다.

 

드디어 경기의 시작, '전반전' 휘슬이 울린다. 개인에게 중요한 건 무엇보다 회사의 스타팅멤버가 되는 것.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팀(회사)이 필요로 하는 선수가 되길 다짐하며, 자기소개서의 실례 분석을 이어간다.

 

축구의 참 맛은 역시 본경기. 강의 구성의 창의성도 이 대목에서 가장 빛났다. '전/후반전'에서 아주 재미있는 것은 좋은 실례 하나가 제시될 때마다 우리 편인 'FC오기만'이 경쟁자인 'FC육기만'을 상대로 한 골을 넣는다는 구성이다.

 

'FC오기만'이란 우리팀을 제시함으로써 강연자와 수강생들을 자연스레 한 팀으로 묶어 공감의 폭을 넓히고, 한 실례를 분석할 때마다 한 골, 한 골이라는 상황을 설정함으로써 수강생들의 흥미를 유도할 수 있었다. 'FC오기만', '골 기록'이란 설정은 강의 구성의 백미였다.

 

전반전을 거쳐 후반전, 결국 5:0 승리로 경기종료. 미래의 일기, 어머니께 보내는 편지, 선거홍보, 월간지 등 다채로운 형식 파괴를 통해 기록한 다섯 골. 제시된 다섯 개의 실례들은 창의적 자기소개서란 무엇인지, 재미와 감동을 담는다는 건 어떠한 것인지에 대한 실제적인 감각을 얻게 해줬다.

 

끝으로 '축하공연'에서는 단점을 장점으로 승화시킨 원더걸스 소희의 이야기를 통해 창의적 사고의 중요성을 다시금 강조하며 강연의 막을 내렸다. 결국 그가 강조한 자기소개서 쓰기 비법의 핵심은 창의성. 말만으로는 전달하기 힘든 창의성이란 것이 강의 구성 자체의 창의성을 통해 다소나마 손에 잡힐 듯 다가왔다.

 

다시금 반짝이는 창의성의 신경

 

솔직히 김귀현 기자의 창의적 자기소개서 쓰기 강연을 들었어도 여전히 '자기소개서'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창의적'과 '김귀현'은 확실히 만났다. 창의적인 자기소개서의 실례뿐 아니라 그 실례들을 넘어서는 창의적인 강의 구성 틀. 그리고 그러한 생각의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위해 고심하고 또 고심했을 그.

 

그의 노력이 오래 방치되었던 내 머릿속 창의성의 신경을 건드린다. 순간, 무언가 반짝인 듯 하다. 단순히 자기소개서 쓰기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쓰든 무엇을 만들든 무엇을 보든 누구를 대하든 창의적으로 사고하는 삶을 고민하게 된다.

 

많이 궁금하고 기 막히기까지 했던 김귀현 기자. 이제 그의 반지하 생활 수기를 보며 그의 얼굴을 떠올리고, 그의 기사를 보며 그가 고민한 창의성의 흔적을 쫓아볼 수 있겠다. 즐겁다. 친구여, 아주 잘 만났다.

#김귀현 #자기소개서 #반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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