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사원에서 현준희씨를 문제 삼는 부분은 어떤 건가요.
"농협과 유공(현 SK)에 제휴 아이디어를 내서 양쪽으로 상을 받았어요. 여기 보세요. 상장과 당시 상 받을 때 사진이에요. 그런데 감사원은 제 뒷조사를 하더니 공갈협박해서 농협과 유공에서 돈을 뜯었다고 하는 거예요.
국회 국정감사 속기록을 살펴보면 정형근 당시 국회의원이 물어요. 현준희씨가 농협과 유공에서 돈을 뜯었다면서요? 그러면 바로 감사원장이 '네, 이렇습니다~' 하면서 대답을 하는 거예요. 어처구니가 없지요. 조순형 의원이 그걸 어떻게 정형근 의원이 알고 있는지 물었지요. 그러자 감사원장이 현준희씨가 내부고발자라고 TV에 나오니까 유공 직원이 분개해서 감사원에 신고했다는 거예요.
그런데 제가 알아보니 양심선언한 지 사흘 뒤 감사원이 유공 직원을 찾아갔더라고요. 그리고 석 달 동안 그 사람을 괴롭히는 거예요. 감사원 기록에도 남아있어요. 어떻게 감사원이 민간회사원에게 그럴 수 있습니까. 그 사람에게도 미안하지요.
96년 직위해제를 당한 이유가 경고 3회와 무능이었어요. 무능은 인정하겠어요. 쫒아낼 때 무슨 이유를 못 대겠습니까. 그런데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는 경고를 3번이나 받았다고 버젓이 사실을 조작해서 내놓은 것은 말도 안 됩니다."
- 충분히 일찍 끝날 수도 있는 일인데 12년이나 걸렸습니다.
"1, 2 심 이겼는데 대심(주심 이규홍 대법관)에서 파기 환송되었어요. 대심에서 파기 환송된 게 살아난 게 거의 없지요. 그런데 서울지법 항소합의부 판사님(당시 판사 김선혜)이 직접 나서서 자료들을 찾아보고 사실 여부를 확인해준 결과 무죄판결을 내렸지요. 정말 은인이지요. 그렇게 다시 대법에 올라갔어요. 그러나 검찰이 또 재상고해서 2년이 또 가버렸어요. 조목조목 따지며 왜 재상고를 하는지 밝혀야 하는데 그것도 없더라고요. 검찰은 그냥 불만인 거죠. 그렇게 끌다가 이제야 승소한 거예요. 12년이 걸렸다우. 민변에서 무료 변호를 12년동안 해줬어요. 김창준 변호사가 아주 바쁜 사람인데도 12년 동안 도와줬어요. 정말 고마운 분이지요."
책임지는 사람도, 사과하는 사람도 없는 현실
- 승소 후 사과하는 사람이 있었는지요.
"책임지는 사람도 없고 사과하는 사람도 없어요. 원통하지요. 못된 상놈은 항렬만 높다는 우리 속담이 있잖아요. 감사원, 대법원, 법원 한국 최고기관들 아닙니까? 그런데 어떻게 은폐하려고 서로 입 맞추고 이럴 수 있나요. 감사원의 파면 결정을 인정한 법원 판결에 대해 재심을 신청할 거예요. 징계취소를 받아내고 복직할 거예요. 또 몇 년이 걸리겠지요.
제가 20년 가까이 감사원에서 일했기에 애정이 남다릅니다. 감사원이 완전히 무너지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믿어요. 경찰, 검찰, 국정원 등 공안기관들은 그동안 민주화조직으로 거듭나려 애썼는데 감사원만 무풍지대였지요. 변화가 일어나야 합니다.
저한테는 세상에 알리면 놀랄 만한 일들이 아직도 있습니다."
- 옳은 길을 가셨지만 가족들이 많이 힘들었을 텐데요.
"방송 3사, KBS, MBC, SBS에서 제가 힘들게 사는 장면을 다 찍어갔어요. 제가 원하는 바가 아니었지만 방송 쪽에서는 찡하고 감동적인 것을 보여주고 싶었겠지요. 힘들었지요. 내부고발 할 때는 집사람과 상의했었어요. 집사람이 믿어줬고. 그런데 아이들에게 말을 못했는데 눈치를 다 채더라고요. 한 달 뒤, 집 정리를 하는데 딸이 작성한 웅변대회 초고를 보았어요. 고1 딸아이가 발표할 내용의 제목이 '고발이 미덕인 사회'였어요. 눈물이 쏟아지더라고요. 양심 갖고 진실을 알리고 부당한 것에 저항하는 것이 미덕인데 현실은 아니잖아요. 애들보다 못한 사회지요. 김성태 이별의 노래라고 아나요? 이게 제 심정과 같아요.
산촌에 눈이 쌓인 어느 날 밤에 촛불을 밝혀두고 홀로 울리라.
다 싫어, 그런 심정이에요. 뺑소니 사고가 일어났을 때 누가 신고하면 좋잖아요. 신고가 없으면 탐문조사하고 많은 사람을 뒤져야 하니까요. 거기 들어가는 돈이 다 세금이에요. 그런데 내부비리고발은 세금이 안 들지요. 그 혜택은 국민 전체가 누릴 수 있지요. 그런데 보복이 두려워서 신고를 못하게 하는 현실입니다."
현준희씨에게 사과하고 감사원은 독립기구가 되어야
감사원 홈페이지에는 '바른 나라, 깨끗한 정부 국민과 함께 감사원이 만듭니다'는 문구가 있지요. 바른 나라, 깨끗한 정부를 위해 힘쓰는 감사원이 비리를 감추고 옹호한다면 그것은 현준희씨 말대로 '범죄'지요. 자신의 할 일을 잊은 채 정권 눈치를 보며 이해관계를 따지는 감사원의 지도와 조사를 누가 받으려 할까요. 친절한 금자씨가 한 말이 생각나네요.
'너나 잘하세요'.
감사원은 새롭게 출발해야 합니다. 정권을 '감싸'는 감사원이 아니라 공정하고 독립된 기관이 되어야 합니다. 정권에서 분리되어 소신껏 지도감사를 하여 바른 나라, 깨끗한 정부가 되도록 힘써야 합니다.
현준희씨에게 사과하고 그를 복직시켜야 합니다. 과거에 잘못한 일은 반성하고 앞으로 하지 않으면 되는 것입니다.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모르쇠하는 현실에서 앞으로 그 누가 비리고발을 하겠습니까. 그의 양심고백이 정권형 비리를 밝혔지만 정작 그는 해고되고 재판에도 서게 되지요. 그렇게 12 년 동안 정부를 상대로 싸워야 했지요. 현준희씨의 억울함만큼 방 안에는 산더미 같은 자료들이 쌓여있더군요.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오마이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8.11.26 16:13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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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놀랄 만한 비리, 아직도 제게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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