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호 주변은 여기저기 개발중이고 공사중인 곳이라 갈매기라도 만나면 무척 반갑습니다.
김종성
바다를 향해 나있는 오이도 산책로길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조금 가다보니 '시화방조제, 대부도'라고 써있는 표지판과 함께 저멀리 끝이 아득하게 보이는 둑길이 나타납니다. 이제 길고 긴 시화방조제로 들어선 것이지요. 편도 12km의 거리로 그리 먼 길은 아닌 데다가 언덕도 커브길도 없는 무조건 직진인 둑길이지만, 달리다보면 지금 내가 어디쯤을 달리고 있는 것인지 모를, 가도 가도 옆의 넓은 바다밖에 안보일 때는 매우 먼 길로 느껴지는 둑길입니다.
자전거 여행자가 심심하고 힘들게 달리는 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갓길에 차를 대고 물고기를 낚으러 온 낚시꾼들이 많이 나타납니다. 하긴 여기는 바다 한가운데라 물고기 잡기에는 좋겠네요. 물도 마시고 휴식도 할 겸 애마에서 내려 낚시하는 남자들과 극소수의 여자분들을 구경하자니 어떤 낚시꾼 아저씨가 뜨겁고 진한 다방 커피도 타주시고 잡은 물고기도 자랑하면서 오이도와 시화호에 대한 이런저런 얘기도 해주십니다.
벌써 굴의 계절이 왔는지 방조제길 아래 바닷가에서 수북하게 쌓인 굴껍질을 까고 있는 '어모님'(어부의 부인을 칭함)들도 만날 수 있는데 짭조름한 서해 바다 바람과 버무려진 굴의 향기가 참 깊고 진합니다. 아마도 굴 껍질처럼 거칠고 울퉁불퉁한 어모님들의 손등에서 느껴지는 삶의 느낌인 것 같네요.
얼마쯤 더 달리다가 갑자기 쌩뚱맞게 줄지어서 바다를 가린 담벼락들이 보이더니 높고 커다란 기중기들과 출입이 통제된 공사장들이 보입니다. 방조제길 위에 이게 뭔가 했더니 담벼락에 세워진 홍보용 큰 간판이 그 정체를 말해줍니다.
'동양 최초, 세계 최대의 조력발전소 건설-수자원 공사.'아직도 저런 쌍팔년도식의 과시적이고 21세기에 어울리지 않는 촌스러운 구호를 쓰다니.. 조력 발전소라는 생소한 이름에 대한 호기심에 앞서 먼저 피식 웃음이 납니다.
조력발전소는 바닷물의 밀물과 썰물을 이용해 전기를 만들어내는 곳이라니, 우리의 서해바다에 맞는 발전소이기는 하겠습니다. 자연의 선물인 바다의 갯벌을 없애고 바닷가를 삶의 터전으로 삼고 사는 많은 사람들을 쫓아내고 만든 곳이니만큼 제대로 만들어 잘 운영되길 바래봅니다.
시화방조제길은 가는 길과 돌아오는 길이 풍광도 다르고 감흥도 다릅니다. 대부도를 향해 가는 방조제길은 오른쪽의 드넓은 바다를 보며 달리는 길이지만, 다시 오이도를 향해 돌아오는 방조제길은 수많은 바다생명들이 떠나간 회색빛 시화호가 배경입니다. 멀쩡한 바다를 억지로 막아서 생긴 시화호는 피가 잘 안통하는 동맥경화 환자처럼 당연히 건강할 리가 없겠지요.
바다색도 아니고 그렇다고 호수의 빛깔도 안나는 시화호는 바다처럼 넓지만 갈매기 한 마리 보이지 않는 허허로운 저수지 같은 곳입니다. 그나마도 많은 덤프트럭들이 오며 가며 시화호를 자갈로 흙으로 메꾸고 있네요. 바다였던 시화호를 땅으로 다 메꾸면 여의도의 60배나 되는 넓이가 된다고 합니다. 그런 곳에 무엇을 지을까 궁금했는데 여기에도 수자원공사의 커다란 홍보용 간판이 그런 궁금증을 해소시켜 줍니다.
'시화멀티테크노밸리 건설'아까의 동양최초, 세계최대...보다는 좀 더 진일보한(?) 이름이네요.
여러 시간을 그렇게 직진 또 직진하며 달리다보니 늦가을 11월 하순의 쌀쌀한 바닷바람에도 몸에 흐르는 땀과 열기에 그만 장갑도 벗고, 목까지 올렸던 점퍼 지퍼도 내렸더니 시원하고 상쾌합니다. 시화방조제길은 차길 옆의 갓길 외에도 인도 겸 자전거길이 넓으니 안전하게 달릴 수 있어 마음이 편하기도 합니다.
땅덩이를 넓혀야겠다는 욕심꾸러기 인간들이 바다에 인공둑을 만들고 흙과 모래를 뿌려대며 메꾸어도 그저 어머니같이 모든 것을 내어주는 서해바다가 고맙기도 하고 애틋하기도한 시화방조제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