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밤 11시 40분에 방송되는 MBC <오늘밤만 재워줘>
iMBC
요즘 TV 예능 버라이어티 분야에서 '아줌마 연예인'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이런 현상에는 아줌마 연예인들의 거침없는 입담에 힘입어 동시간대 방송되는 두 공룡인 KBS2 <해피선데이> '1박2일'과 SBS <일요일은 좋다> '패밀리가 떴다' 사이에서 분투하고 있는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 '세바퀴(세상을 바꾸는 퀴즈)'가 큰 공헌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전까지 아줌마 연예인은 엄앵란이나 전원주, 선우용녀가 그랬던 것처럼 KBS1 <아침마당> 류의 진지한 토크에 패널로 등장해 경험을 통한 생활밀착형 조언을 들려주는 역할을 하는 게 전부였다.
감동을 가장 큰 코드로 삼고 있는 주부대상 아침 토크쇼에서 결혼생활 30년 이상의 베테랑 주부이기도 한 중년 연예인들은 출연자와 더불어 울고 웃고 때로는 함께 분노하며 아침 시간 텔레비전 앞에 앉아 있는 아줌마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진행자와 출연자의 역할을 살려주는 조미료 역할에 머물 뿐 방송을 이끌어가는 힘을 가지지는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아침마당>의 큰 마님을 자처하는 엄앵란은 한 토크프로그램에 나와 방송에서 가장 조심하는 것이 자신의 거침없는 '말'이라고 고백했었다. 큰 목소리도 안 되고, 삿대질은 언감생심, 손가락질도 안 되며, 툭툭 터지는 반말이나 '여편네', '서방'과 같은 생활언어조차도 심의를 의식해야 했으며 불쑥불쑥 생활에서 쓰던 점잖치 못한 표현이 나올 때면 진행자가 황급히 말을 막고 사과 멘트를 하는 상황이 적지 않게 발생해 스스로 이를 자제하기가 상당히 힘들었다는 것이다.
'거침없는 언변'으로 프로그램 살리는 아줌마들생방송으로 진행(<아침마당>)된다는 차이는 있겠지만 <아침마당>과 '세바퀴'를 비교해 보면 프로그램 안에서 아줌마 연예인의 역할이 얼마나 발전하고 변화되고 있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아침 프로그램에 나와 인생 선배로 출연자에게 조언을 하는 역할에 만족했던 아줌마들이 이제는 10대, 20대가 판을 치는 일요일 저녁 프로그램에서도 그 힘을 발휘하고 있다. 아침시간에는 할 수 없었던 거침없는 그들의 사는 이야기가 프로그램의 재미를 한껏 살린다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고 적어도 10년 이상 결혼 생활을 유지해 온 주부라면 허풍이나 가식을 용서하지 않는다. 아가씨라면 적당한 내숭도 미덕(?)이 될 수 있겠지만 산전, 수전, 공중전까지 다 겪은 아줌마라면 상대방의 어지간한 가식쯤은 그 자리에서 판별해 낼 수 있는 눈을 가지게 된다.
그러다보니 그녀들의 이야기에는 가릴 것도 속일 것도 꾸밀 것도 없다. 방귀와 같은 생리현상은 물론 부부간의 잠자리 이야기까지…. 10년쯤 살다보면 101호나 201호나 사는 모양은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아줌마들끼리 만나면 그만큼 솔직해질 수 있는 것이다. 그녀들의 강점이며 장점인 삶과 생활이 드러나는 솔직대담한 언변을 잘 살린 것이 일요일 저녁 프로그램인 '세바퀴'의 성공 요인이다.
청소년 보호시간대인 저녁시간대에서 하지 못할 좀 더 사적인 어른들의 이야기는 <해피투게더>나 <샴페인>과 같은 심야시간대 프로그램을 채운다. 심야이니만큼 어른들끼리 할 수 있는 좀 더 진한 이야기가 오가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