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이 지난 10월 실시된 초·중학교 '일제고사' 당시 학생들의 야외체험학습을 허락한 전교조 소속 공립교사 7명에 대해 중징계(3명 파면, 4명 해임)를 결정한 가운데, 11일 오후 서울 신문로2가 서울시교육청앞에서 열린 징계 철회 및 공정택 교육감 퇴진 촉구 기자회견에서 해임통보를 받은 최혜원 교사가 발언하고 있다.
권우성
최혜원 선생님, 저는
선생님의 글을 제대로 볼 수가 없었습니다.
가슴이 먹먹해졌고, 하루 종일 분노에 치를 떨어야 했습니다. 세월이 참 많이도 흘러서 벌써 19년이나 지났는데, 또다시 이런 대량 해직사태를 맞이해야 한다는 현실에 가슴이 답답했습니다. 지금 해직된 선생님들의 먹먹한 심정을 차마 돌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 해직의 고통을 다시 돌이켜야 한다는 것이 너무 힘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1989년 8월 11일, 저는 전교조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재단으로부터 직권 면직을 당했습니다. 아이들이 지내게 될 세상을 조금이라도 나아지게 하고자 시작했던 일에 정권은 파면과 해임이라는 폭력으로 답했습니다.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을 때 얼마나 답답하고 억울했던지 베개를 끌어안고 눈물로 밤새운 날이 하루 이틀이 아니었습니다.
그 때 제가 가르치던 아이들 생각이 납니다. 교장·교감·학생주임 선생님들이 가로막는 가운데서도 선생님을 돌려달라는 노란 리본을 달고 대신 자리를 채운 선생님의 수업을 거부하고 돌아앉았던 아이들, 선생님과 함께 수업하고 싶다며 울면서 우리 집으로 달려왔던 아이들, 해직 선생님의 생일을 축하한다며 찜통 가득 미역국을 끓여 가까운 교회 마당에 저녁을 준비해주었던 아이들, 그 아이들이 생각납니다.
"얘들아, 내가 너희들과 함께 학교에 남는 길은 내 신념을 버리고 탈퇴하는 길밖에 없구나"라고 말한 저에게 당당하게 답했던 중학교 1학년생의 한 마디가 아직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옳은 일로 학교를 나가야 한다면 나가십시오. 하지만 우리가 지켜드릴게요."최 선생님! 아이들은 바로 그랬습니다. 그냥 철부지로만 보았던 아이들이 그런 말을 해주었습니다. 선생님과 함께 생활한 아이들도 선생님의 뜻을 다른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고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아이들은 이런 일들을 겪으면서 세상을 바르게 보는 눈을 키우고 있을 겁니다.
저 때문에 고통받았던 아이들이 자라 이제는 학부모가 되었는데, 그 자녀 세대에 이르러서도 똑같이 반복된 것은 선배교사로서 참으로 부끄러운 일입니다. 우리가 제대로 싸워서 이런 현실을 바꾸었다면 결코 일어나지 않았을 이들이 무슨 수레바퀴 마냥 되풀이되고 있다는 현실이 너무 갑갑합니다.
최 선생님 힘내십시오. 그 뜨거운 아이들에 대한 사랑은 선생님을 지켜주는 큰 힘이 될 것입니다. 그 뜻을 지켜주는 우리 아이들이 있고 함께 하는 많은 선생님들이 있는 한, 선생님은 반드시 교단으로 다시 돌아올 것입니다. 선생님께서도 다시 서는 교단에서의 감동을 꼭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도 정권과 조중동, 뉴라이트 세력들은 우리에게 수많은 선택을 요구할 것 같습니다. 아이들을 경쟁으로 내몰고 교육정책의 실패를 교원들에게 떠넘기기 위해 우리에게 굴종을 강요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