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학교 다 X까라 그래!"
영화배우 권상우씨가 주인공으로 열연했던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에 나왔던 대사다. 학교와 대한민국 교육을 완전히 무시하는 대사지만, 관객들은 그 말에 반박할 수가 없다.
성적이 학생들의 이름표가 되고, 부모의 지위가 학생의 신분이 되는, 그리고 힘이 정의를 이기는 비열함이 버젓이 존재하는 대한민국 학교의 잔혹함을 표현한 대사다.
비록 이 영화는 1970년 말 학교풍경을 그린 영화지만, 그 당시나 지금이나 학생들이 학교현장을 바라보는 시각은 크게 변하지 않았을 것이다. 0교시 수업이 없어졌다고 하는데도 학생들은 여전히 오전 7시 30분에 등교를 하고, 밤 10시가 넘어서야 하교를 하지만, 곧 바로 잠을 잘 수 없는 현실. 경쟁 또 경쟁으로 내몰리고 있는 학생들에게 학교는 잔혹한 전쟁터다.
하지만, 이러한 학생들을 지도하는 교사들에게 비친 학교풍경은 어떨까? 그 해답은 충남의 한 고등학교 미술교사인 박용빈 선생이 초록색 칠판에 학교풍경을 담아 12일부터 21일까지 대전지하철 대전역 전시관에서 여는 전회시에 있다.
역시 잔혹하다. 그의 작품 속에서 교사의 영혼은 각종 참고서로 채워져 있고, 야간자율학습을 하는 학생들은 OMR 답안지로 희망의 비행기를 접어 날린다. 그리고 학부모의 눈에는 서울대학교 정문이 그려있다.
미술평론가 최석태씨는 그의 작품을 "그의 시선은 훌륭한 어른으로 자라야 할 우리 아이들이 겪고 있는 잘못된 과정과 대학, 그 중에서도 최고 대학에 대한 너나 없는 막연한 욕구에 대한 비판, 그리고 이런 환경에 빠져 함께 허우적거리는 자신마저도 냉정하게 돌아보도록 이끌고 있다"고 표현한다.
이어 "그런 시선은 학생이나 교사 또는 학부모의 정도를 넘어서 우리 전체를 싸고 있는 바람직하지 않은 분위기, 나아가 우리사회의 인문적 가치에 대한 부당한 대접과 황해안을 썩게 만든 대규모 기름유출사건의 참상과 그 원인을 캐묻는 (것이) 그림에 잘 드러난다"고 말한다.
"교육의 시작은 작은 교실 속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이러한 무겁고 비관적인 주제를 어렵게 표현하지 않았다. 어쩌면 미술작품이라기 보다는 만평에 가까울 만큼, 풍자적 요소가 강하다. 그의 작품 속에는 '어륀지'로 유명한 이경숙 전 대통령직인수위원장과 스승의 날 특강에서 'Be MBtious'를 칠판에 썼던 이명박 대통령, 공정택 교육감이 재미있는 모습으로 등장한다.
또한 박 교사는 '멸사봉공', '근면, 자조, 협동', '하면 된다' 등의 60~70년대식 급훈이 사라지고 'SKY 대학으로 날자', '2호선 타고 YES대 가자', '티코 탈래? 벤츠 탈래?', '네 성적에 잠이 오냐?', '30분 더 공부하자. 신랑 직업이 바뀐다' 등으로 바뀐 풍경도 여과 없이 보여 준다.
그는 '급훈 단상'을 통해 "교육의 시작은 작은 교실 속에서 출발한다"면서 "급훈이 꼭 있을 필요는 없지만 기왕에 정한다면 교실에서 아이들과 교사가 소통하여 교육적 덕목을 정하는 철학의 문제로 접근했으면 한다"고 말한다.
연말이 다가온 추운 겨울, 대한민국 학생과 학교, 교육현장과 사회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그려있는 전시회장에 한 번 다녀오면 어떨까?
한편, 이번 개인전을 여는 박 교사는 공주대 미술교육과를 졸업했으며, 현재 (사)충남민족미술인협회 사무국장과 (사)대전충남민예총 미술위원장을 역임하고 있다. 올해 그는 '태안환경살리기 깃발 걸개 그림전'과 '여순사건 60주기 역사조명전' 등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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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나무는 자기를 찍는 도끼에게 향을 묻혀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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