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서전 쓰기에 도전하는 이들을 위한 유용한 책

등록 2008.12.13 19:56수정 2008.12.13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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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되는 삶 자서전 쓰기 지침서로 권할만한 '내 인생의 자서전 쓰는 법' 표지
책이 되는 삶자서전 쓰기 지침서로 권할만한 '내 인생의 자서전 쓰는 법' 표지강상헌
▲ 책이 되는 삶 자서전 쓰기 지침서로 권할만한 '내 인생의 자서전 쓰는 법' 표지 ⓒ 강상헌

 잘 났건, 못 났건 어떤 삶은 다른 삶의 거울이다. 모두가 모두의 반영(反影)인 것이다. 서로의 그림자에서, 눈부처에서 ‘나’를 읽는다. 다른 이들의 삶만 잘 챙겨도 반타작 이상은 하는 연유다. 눈이 밝고, ‘나’를 고집하는 어리석음에서 좀 비켜 앉을 수만 있다면 더 많이 챙길 수 있으리라. 같은 흐름으로 ‘내’가 ‘너’의 등대가 될 수도 있다.

 

 ‘삶은 어떻게 책이 되는가’라는 작은 제목을 덧댄 이 책 ‘내 인생의 자서전 쓰는 법’을 발견한 것은 이를테면 행운이었다. 필자도 그러려니와 인생 바다의 절반 이상은 건넜다고 여기는 많은 삶들이 자신의 멀거나 가까운 여러 발자국을 돌아보며 “그래 맞아.” “나도 그래.”하며 고개를 끄덕이거나, 몇 십 년도 더 지난 일에 얼굴을 붉히기도 하고, 무심코라도 ‘한 번 더 살아보았으면...’ 하는 생각을 가지게 하는 그런 얘기들이 이어진다.

 

 제목도 순서도 내용도 ‘실용서’의 갖춰야 할 바를 다 가지고 있어 자칫 자서전이라는 장르의 글을 쓰는 공식 정도로 생각하고 지나칠 수도 있었다. 다만 덧댄 작은 제목 ‘삶은 어떻게 책이 되는가’라는 말에 끌려 책을 열었고, 작가의 의도에 ‘말려들어’ 옮긴이의 글까지 독파하고 나서 끝내는 이 글을 쓰게 된 것이다.

 

 누구의 어떤 삶도 ‘책’이 되어 세상을 비출 수 있다는 뜻을 이 책은 보여준다. 기술뿐만 아니라 용기를 준다. 어떤 이들에게는 의무감을 북돋우기도 할 것이다. 그 작은 제목은 거짓이나 과장이 아니었다.

 

 내내 미국 작가 린다 스펜스는 참 선량한 이웃일 거라는 생각을 했다. 많이 따뜻한 그의 마음은 어떤 때는 시를 읽는 것과 같은 느낌으로 자신의 삶의 궤적과 파편들을 돌아보게 한다. 황지현의 번역도 깔끔하고 작가의 의도를 잘 옮긴 것으로 보인다. 번역서라는 느낌을 자주 느끼게 하는 번역은 좀 짜증나는 법이다.

 

 필자는 우리의 많은 이웃들이 ‘내 삶이 얼마나 귀하고 남을 크게 도울 수 있는 것인지’를 잘 이해하고, 어떤 형태로든 잘 정리하여 나름대로 보물을 엮을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오래 전부터 ‘자서전 쓰는 법’과 같은 책이나 논문, 에세이 등에 관심을 가져왔다.

 

 이 책은 그간 접한 자료 중 내 독자들에게 가장 권하고 싶은 것 중의 하나다. 굳이 자서전을 쓰겠다는 의도가 없는 이에게도 이 책은 유용하며 유쾌하다. 더구나 자서전이라는 형태의 글을 쓰겠다고 작정한 이 같으면 한번 진지하게 읽을 필요가 있다. 이론이나 도구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고 작가의 (자서전과 관련한) 경험이 스며 있다. 이 책에는 자서전 강의 학생들에게 가르쳐주고 싶은 노하우도 여럿 있다.

 

 편집자의 글인 듯한 이 책의 다음 안내 글은 책 내용을 짐작하는데 도움을 준다.

 

- 이 책은 우리 자신 즉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야말로 진정 위대하고 소중한 유산이며 이처럼 소중한 유산이 기억 저편에 묻혀 버린다면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는 전제 하에, 지나온 삶의 기억을 일깨우는 480여 개의 구체적이고 효과적인 질문을 제시함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이에 답하며 자연스럽게 자서전을 써나갈 수 있도록 이끈다.

 

 좋은 얘기다. 그러나 말처럼 쉽지는 않다. 질문에 답한 내용만 묶어 자서전이 될 수는 없다. 다만 그 질문들에 답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어떤 점이 다른 이들에게 흥미롭고 감동적일지를 짐작하거나, 내 자신마저도 잊고 있었던 어떤 일의 본질이 불현듯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는 것과 같은 흥미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 자서전을 위한 기름진 재료들이다. ‘나’를 돌아보게 하는 매우 효과적인 도구인 셈이다.

 

 성장소설적 주제나 통과의례와 같은 순서, 연대기적이고 다소 기계적인 전개 등이 두드러지게 설명이 된 반면 한 인간이 이룩한 (내 스스로 쌓은) 일의 중요성이 다소 부족하게 다뤄지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있다.  자서전은 ‘아름다운 마음’의 인간이 주는 따뜻한 위무(慰撫) 말고도, 여러 부문의 업적과 기술 등을 정리하고 이웃과 후대에 전하는 공덕도 가진다. 읽는 이에 따라 판단될 일이나, 한번쯤 고려해볼 사안으로 제시한다.

 

 이런 좋은 연모를 두었으면, 자서전 쓰기에 한번 도전해 보는 것이 그다지 무모한 일은 아니겠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자서전학교(www.mystoryschool.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필자는 자서전학교의 에디터입니다.

내 인생의 자서전 쓰는 법 - 삶은 어떻게 책이 되는가

린다 스펜스 지음, 황지현 옮김,
고즈윈, 2008


#자서전학교 #자서전 #인생 #업적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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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등에서 일했던 언론인으로 생명문화를 공부하고, 대학 등에서 언론과 어문 관련 강의를 합니다. 이런 과정에서 얻은 생각을 여러 분들과 나누기 위해 신문 등에 글을 씁니다. (사)우리글진흥원 원장 직책을 맡고 있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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