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운하 추진을 지지하는 환경단체인 부국환경포럼이 10일 오후 서울 공덕동 서울가든호텔에서 부국환경포럼 발기대회를 가졌다. 이 단체 대표를 맡은 박승환 전 의원(가운데), 대운하 전도사 이화여대 박석순 교수(오른쪽 네번째), 서경석 목사(왼쪽 네번째)와 참가자들이 기념케익을 자르고 있다.
유성호
왜 하천정비사업은 사실상 운하건설사업인가?첫째, 하천정비사업은 수계치수사업, 국가하천정비사업, 하천재해예방사업으로 구분되고, 대부분이 제방을 축조하거나 취약한 제방을 보강하는 사업이다. 그런데 하천정비사업을 해야 하는 이유가 "죽은 하천을 살린다"고 말하고 있는데, 죽은 하천을 살리는 사업이라면 하천수질개선, 하천생태계 복원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런 하천 살리기 사업은 국토해양부의 하천정비사업을 통해 강바닥을 굴착하고 제방을 높인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하천에 오염물질이 들어오는 것을 차단하고, 자연형 하천복원을 통해 하천생태계를 살리고, 나아가 하천주변의 유역 전체를 친환경적으로 잘 관리해야 비로소 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오늘 발표한 하천정비사업은 그런 내용이 전혀 아니기 때문에 사실상 하천을 살리기 위한 사업이 아니라 하천을 죽이는 운하건설을 염두에 둔 사업이다.
둘째, 국토해양부 홈페이지(이전, 건교부 홈페이지)를 보면 하천정비 진행정도(하천개수율)이 나와 있는데, 06년 현재 전국하천 개수율은 82%에 달하고, 한반도대운하 예정구간이 포함된 국가하천 개수율은 97.3%가 완료되었고, 그 동안 쏟아 부은 국고가 9조원이 넘는다. 다른 말로 하면, 운하예정구간인 4대강 하천정비사업은 이미 완료되었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곳에 또 하천정비사업을 하겠다는 것은 기존의 하천정비사업이 아닌 다른 목적이 있다는 얘기이고, 그것이 바로 운하건설이라는 것이다.
셋째, 새로운 하천사업을 위해서는 새로운 '필요'를 제시하고 사회적 합의를 해야 한다. 예컨대, 기존의 홍수방재 시스템에 문제가 있어서 이를 획기적으로 손을 봐야 한다든지 하는 '필요' 말이다. 그런데, 수많은 시간 동안 논의 끝에 최근까지 발전된 결론은 그동안 하천(정확히 얘기하자면 제방중심)중심의 홍수방재는 한계가 분명히 있고, 결국 위험율을 더 높여 카트리나로 인한 뉴올리언즈의 사태처럼 더 큰 재앙을 불러 올 수 있다는 인식의 공유다.
그래서 사회적으로 합의된 내용은 기존의 하천중심의 홍수방재에서 유역중심의 홍수방재시스템으로 전환한다는 것이 하천법상의 법정계획인 '수자원장기종합계획'에 분명히 드러나 있고, 그런 방향성을 담은 구호로는 "홍수와 더불어 사는 사회"라 표현했다. 그렇다면 새로운 하천사업, 더군다나 홍수방재 능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유역전체를 잘 관리하는 방안(예전에 하천구역이었으나 지금은 논으로 쓰고 있는 땅, 택지로 개발된 땅 등을 본래의 하천으로 되돌려 주는)으로서 홍수터를 적극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비등하다. 그런데 오늘 발표에서는 그런 내용이 전혀 반영되어 있지 않았고, 하도중심의 사업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새로울 것 없는 운하사업이다.
넷째, 지난 2년 동안 한반도대운하 관련 논란의 핵심은 경제성이 없다는 문제였다. 그런데, 사실상 운하사업인데 국고를 들여 하천바닥 굴착을 해놓으면, 막상 운하사업을 추진할 때는 그 비용을 들여 이미 공사를 다 해놓았기 때문에 비용항목(sunken cost, 매몰비용이라 부른다)에서 빠지게 된다.
따라서 사실상의 운하사업을 하천정비사업이라는 명목으로 국고를 들여 공사를 해놓고 나서 경제성 평가를 해보면 비용이 상당히 줄어들기 때문에 경제성(비용편익분석에서 편익/비용 중 분모인 비용이 줄어들기 때문)은 높아지게 된다. 그렇게 되면 한반도대운하사업은 경제성이 있는 사업이 되고 큰 논란을 피해갈 수 있게 된다. 오늘 발표된 하천정비사업은 이것을 노린 사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