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08.12.16 10:23수정 2008.12.17 09:24
<LOVE&FREE-자기를 찾아 떠나는 젊음의 세계방랑기> / 다카하시 아유무(지은이), 차수연(옮긴이) / 하이브리드
연초 토정비결에 '운이 없으니 덕(德)이라도 쌓으라' 했던, 기괴한 세상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다사다난했던 2008년의 마지막도 얼마남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해가 저물고 다시 새로운 해가 떠오르면, 그동안 틈틈이 블로깅하며 모아온 돈과 상품권으로 미니벨로 자전거를 하나 장만할 생각입니다.
요즘 웬만한 자전거는 10만원 아니 20만원을 훌쩍 넘어서리 꽤 오랫동안 기다려왔습니다. 브레이크와 기어를 교체해 지금 잘 타고 다니는 동생의 접이식 자전거도 훌륭하지만, 지난 9월 초 무작정 떠난 짧은 여행길에 고생 아닌 고생을 해서 제 몸에 맞는 새 자전거가 절실했습니다.
그래서 그동안 자신의 라이프스타일과 라이딩 습관이나 이후 떠날 여행길을 고려해, 가장 적합한 자전거를 인터넷에서 찾고 또 찾았습니다. 결국 상품권으로 모은 가격대에 맞춰 살 수 밖에 없게 되었지만 말입니다.(글로브 3.0을 살까 합니다...)
암튼 새해 첫달 중 새 자전거를 구입하게 되면 구정 이후, 다시 찾아가기로 자신과 약속한 평택 대추리, 태안 바다, 그리고 새만금을 찾을 생각입니다. 그리고 돌아와 살랑이는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봄날 정신없이 바쁠 집안일을 도우며 본격적으로 땅과 더불어 살 준비와 배움을 받고 다시 떠날 방랑을 준비할 생각입니다.
자신의 삶과 의지와는 전혀 다른 모순된 세상과 사회에 길들여지지 않기 위해, 바다속을 힘차게 헤엄치는 돌고래처럼 한해를 살아갈 생각입니다. 생각대로 잘 될지 어떨지 모르겠지만….
이런 소소한 자전거 방랑 계획을 스님들께서 동안거 하듯이 집에서 칩거하며 짜낼 때, 전 세계를 유유히 방랑한 일본인 부부의 여행기를 담은 책 <LOVE&FREE>을 도서실에서 우연히 발견하고는 냉큼 빌려봤습니다. 결혼 후 1년 8개월 동안 작가인 다카하시 아유무가 아내인 사야카가 함께 오대양 육대주를 돌아다니면서 담은 사진들과 시, 산문으로 엮은 산소방울처럼 상쾌한 여행기였습니다.
특히 일본에서 매우 유명한 괴짜 시인이자 록 가수이며 사업가라는 작가가 디지털카메라에 담은 눈에 쏙쏙 들어오는 사진과 그에 대한 짧은 생각들을, 지브롤터 해엽을 건너가는 멋진 여객선처럼 그려낸 것은 백미가 아닐 수 없습니다.
단순히 여행 일정이나 과정, 경험을 시간과 장소별로 건조하게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전세계를 방랑하면서 만난 수많은 사람들과 그리고 늘 곁에 있는 보석과도 같은 아내에 대한 느낌과 감상을 어느 작은 섬 원주민과 집시들과 함께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부르듯이 기분좋게 노래합니다. 선문답과 같은 그 노래에는 인간과 인생, 삶, 사랑, 인류애, 세계, 평화, 자연, 길 등 세상의 모든 것들이 담겨 있습니다.
무지개 빛깔로 반짝이는 일본인 부부의 방랑기를 읽고 나니, 괜실히 더 넓은 세상을 둘러봐야겠다는 욕심이 생겼습니다. 아직 철책선으로 반토막난 이 좁은 반도의 땅도 다 돌아보지 못했는데 말입니다. 자신을 가장 행복하게 해줄 '보석'이 어떤 것인지도 잘 모르는데 말입니다.
그래서 '자아의 신화'가 선물해주는 보물을 찾아 나선 양치기 산티아고처럼 긴 여행을 해야하는 거겠지만.
지금 필요한 것은 괜한 걱정이 아니라 정말 소중한 것 이외에,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날 각오라는…, 그리고 그 방랑속에서 소중한 것을 찾고 깨닫는거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