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지난 2007년 8월 한나라당 대선예비후보 합동연설회에 참석한 대학생들이, '취직 좀 시켜주면 안 되겠니'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있는 모습.
오마이뉴스 이종호
"오늘 하나는 서류 불합격, 하나는 면접 불합격, 우울하네요.ㅜ_ㅜ" (ID 율탱이)
"원해도, 노력해도, 절대 안 되는구나" (ID 망고셰이크)"내년에 더 힘들다는 말만 주변에서 하네요. 아, 이를 어쩌죠." (ID 취업원츄) 최근 취업 커뮤니티 카페 '취업뽀개기(취뽀)'에 올라온 구직자들의 '탄식'이다. 회원 수가 무려 100만명에 이르는 이 카페에는 16일 하루에만 8만4000여명의 방문자가 다녀갔고, 490여명이 신규회원으로 가입했다. 카페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올려놓는 스펙쌓기 노하우, 이력서, 자기소개서, 대기업 채용정보, 면접족보 등을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국계 대기업 직원들을 대상으로 2년째 비즈니스 영어회화 강의를 하고 있는 조수경(25)씨도 '취뽀' 회원이다. 오전 6시 30분부터 8시 30분까지 2시간동안 강의를 하고 집에 돌아오면 '취뽀'에 접속해 업데이트된 정보를 수집하는 것으로 '구직자의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도대체 어떤 스펙을 원하는 거지?지난해 8월 대학을 졸업한 조수경씨가 취업 전선에 뛰어든 것은 지난 10월. 그 전까지는 영어강사 수입이 적지 않아, 꼭 취직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나 비정규직인 영어강사로는 아무래도 미래가 불안정하다는 두려움 때문에 뒤늦게 취업하려 팔을 걷어붙였다.
'취뽀'에서 얻은 정보를 통해 기업체 몇 곳에 이력서를 집어넣고 오후엔 영어학원으로 향한다. 이번엔 가르치는 선생님이 아니라 배우는 학생이다. 대학 1학년 때 미국 텍사스 A&M 대학에서 1년 간 교환학생으로 공부했고, 4학년 땐 미국 호텔경영인턴십으로 1년 반 정도 유학을 다녀온 조씨의 영어회화 실력은 강사를 할 만큼 수준급이다.
그런 그가 다시 영어학원을 다니는 이유는 기업체에서 요구하는 스펙, 즉 토익·토플 점수 때문이다. 지금까지 20여 곳에 이력서를 넣어봤지만, 번번이 서류 면접에서 떨어졌다.
조씨는 "영어강사 경력을 살려서 외국계 기업 인사·교육 관련 부서를 지원하고 있다"며 "아무리 제가 회화를 잘해도 (토익·토플) 점수가 안 나오니까 면접 기회조차 안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래서 내년 1월 토익·토플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조씨의 목표는 '만점'이다.
조씨는 "서류 자체를 받아주지 않으니까, 기분이 많이 상하고, '내가 정말 많이 부족한 건가, 도데체 어느 정도 스펙이 되어야 입사가 되나'하는 자책감도 든다"며 "솔직히 11월 중순까지는 기대를 했는데, 시간이 가면 갈수록 절망적"이라고 토로했다.
요즘 조씨는 '취업'이라는 것을 꼭 해야 하는지, 아니면 비정규직인 영어강사를 계속할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주변에선 흔히 눈을 낮추라고 한다. 4년제 대학을 졸업했지만 2년제 대학 졸업자도 지원이 가능한 회사가 있어서 지원을 한 적이 있다. 그러나 만족할 수가 없었다. '차라리 유학을 다녀오지 않았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더라. 오히려 (스펙을 요구하는) 기업 쪽에서 우리들의 눈을 그렇게 높여 놓은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