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여 촛불 "해직 선생님을 제자곁으로"
'일제고사 반대 홍보' 고2 학생 징계절차

[교사대회-촛불 현장] 전교조 "23일 일제고사 블랙투쟁 벌일 것"

등록 2008.12.20 20:11수정 2008.12.22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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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보강 : 21일 오전 8시]

 서울시 교육청의 일제고사 방침을 어기고 현장학습을 지도했다는 이유로 최근 해임 조치된 설은주 교사(왼쪽, 서울 유현초)와 동료 교사들이 20일 저녁 서울시 교육청 앞에 모여 일제고사 거부 교사들에 대한 징계철회와 공정택 서울시 교육감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서울시 교육청의 일제고사 방침을 어기고 현장학습을 지도했다는 이유로 최근 해임 조치된 설은주 교사(왼쪽, 서울 유현초)와 동료 교사들이 20일 저녁 서울시 교육청 앞에 모여 일제고사 거부 교사들에 대한 징계철회와 공정택 서울시 교육감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남소연

[서울교육청 촛불] 2천여 촛불 모여 "징계 철회, 일제고사 반대"

전국교사대회를 마친 교사들이 이번엔 촛불을 들었다. 누리꾼, 시민들과 함께 전국에서 모인 교사들의 가세로 20일 저녁 서울교육청 앞 송월길은 순식간에 촛불로 가득찼다.

양쪽 인도를 가득 메운 2000여 촛불은 파도가 되어 일렁거렸다. 이날 서울교육청 앞마당을 메운 2000여 촛불은 지금까지 이곳에서 진행된 촛불 집회 가운데 가장 많은 수다.

참가자들은 촛불 파도 속에 "징계를 철회하라", "일제고사 반대한다", "공정택은 퇴진하라"를 힘차게 외쳤다. 참가자들은 떡과 음료수를 함께 나눠먹고 노래를 부르며 축제의 분위기도 연출했다. 경찰은 방송차를 동원해 "여러분은 불법집회를 하고 있다"며 해산을 종용했지만 참가자들은 야유로 응수했다.

 서울시 교육청의 일제고사 방침을 어기고 현장학습을 지도했던 7명의 교사에 대해 최근 파면·해임 조치를 취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전교조 소속 교사들과 시민들이 해임 교사의 복직과 공정택 서울시 교육감 퇴진을 요구하며 20일 저녁 서울시 교육청 앞에서 촛불시위를 벌이자 경찰이 해산을 종용하며 시위대를 에워싸고 있다.
서울시 교육청의 일제고사 방침을 어기고 현장학습을 지도했던 7명의 교사에 대해 최근 파면·해임 조치를 취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전교조 소속 교사들과 시민들이 해임 교사의 복직과 공정택 서울시 교육감 퇴진을 요구하며 20일 저녁 서울시 교육청 앞에서 촛불시위를 벌이자 경찰이 해산을 종용하며 시위대를 에워싸고 있다. 남소연

"촛불 지지 있으면 해직교사 돌아갈 수 있다"

이날 집회에서는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 거침없이 터져 나왔다.


심상정 진보신당 대표는 "일제고사로 아이들의 꿈과 희망을 빼앗고 있는 서울시 교육청이야말로 청소년 유해단체로 아이들과 격리시켜야 한다"며 "아이들을 위해서 파면해야할 사람은 우리 선생님들이 아니고 온갖 비리혐의를 받고 있으면서도 각종 나쁜 정책만 조합해 학생학부모 선생님들을 고문하는 공정택 교육감"이라고 꼬집었다.

순천에서 왔다는 한 교사는 걸쭉한 전라도 사투리로 '공정택 삼행시'를 발표해 큰 박수를 받았다.


: 공교육의 수장이라는 사람이 학원들 돈 받아서 선거해도 되는 겁니까
: 정당한 학생 학부모 교육선택권 부정해도 되는 겁니까
: 택하세요 공교육 수장이 될 지 아니면 사교육업체 영업상무가 될 지

 서울시 교육청의 일제고사 방침을 어기고 현장학습을 지도했다는 이유로 최근 파면·해임조치 된 교사들과 학내 재단의 최종결정을 앞두고 있는 김영승 교사(서울 세화여중)가 20일 저녁 서울시 교육청 앞에서 열린 집회 연단에 올라 분통하고 참담한 소회를 밝히고 있다. 왼쪽부터 김윤주(청운초), 김영승(세화여중), 최혜원(길동초), 설은주(유현초) 교사.
서울시 교육청의 일제고사 방침을 어기고 현장학습을 지도했다는 이유로 최근 파면·해임조치 된 교사들과 학내 재단의 최종결정을 앞두고 있는 김영승 교사(서울 세화여중)가 20일 저녁 서울시 교육청 앞에서 열린 집회 연단에 올라 분통하고 참담한 소회를 밝히고 있다. 왼쪽부터 김윤주(청운초), 김영승(세화여중), 최혜원(길동초), 설은주(유현초) 교사.남소연

 서울시 교육청의 일제고사 방침을 어기고 현장학습을 지도했던 7명의 교사에 대해 최근 파면·해임 조치를 취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20일 저녁 서울시 교육청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전교조 소속 교사들과 시민들이 해임 교사의 복직과 공정택 서울시 교육감 퇴진을 요구하며 촛불시위를 벌이고 있다.
서울시 교육청의 일제고사 방침을 어기고 현장학습을 지도했던 7명의 교사에 대해 최근 파면·해임 조치를 취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20일 저녁 서울시 교육청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전교조 소속 교사들과 시민들이 해임 교사의 복직과 공정택 서울시 교육감 퇴진을 요구하며 촛불시위를 벌이고 있다. 남소연
해직 교사들에 대한 각계각층의 격려와 지지도 이어졌다.

아버지가 80년대 후반 전교조 가입으로 해직을 당했다는 한 대학생은 "해직 당하신 아버지가 끝까지 싸워 결국 학생들에게로 돌아갈 수 있었던 것은 동료 교사들의 연대와 학부모, 국민들의 지지 덕분이었다"며 "이번에 해직된 7명의 선생님들도 이런 촛불들의 지지가 있기에 결국 사랑하는 제자들에게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위로와 격려를 전했다.

이번에 해직된 교사들은 촛불의 격려에 힘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일제고사 반대로 파면을 당한 정상용 교사(구산초등학교)는 "촛불과 전국의 학부모 학생들의 격려로 외롭지 않다"고 감사의 뜻을 표했다.

"저희 반 학생들이 다른 선생님이 교실에 들어와도 제 자리에는 절대 앉지 못하게 한다고 한다. 또 아이들이 화이트보드에 저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적어놨다고 하는데 이걸 어떤 선생님이 지우려고 하니까 절대 못 지운다고 했다고 한다. 제가 교실 밖에서 일제고사 징계 철회를 위해 싸우는 동안 아이들은 교실 안에서 같은 생각으로 싸우고 있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의 마음을 받아서 열심히 싸울 것이다."

일제고사 반대 청소년 "징계 위협 있지만 멈추지 않을 것" 

일제고사 반대를 이유로 징계 위협을 당하고 있는 것은 교사들만이 아니었다. 서울 백암고 2학년 정재호군은 청소년단체 'Say-no'와 함께 일제고사 반대 홍보활동을 벌인 것이 담임선생님에게 발각돼 징계절차를 밟고 있는 상태다.

이날 촛불 집회에 참석한 정군은 "학교에서는 내가 일제고사 반대활동을 벌였다며 징계 절차를 밟으면서 반대 활동을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쓰라고 강요하고 있다"며 "하지만 결코 청소년들의 권리이자 의무인 일제고사 반대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군은 "23일 실시되는 일제고사에서도 많은 청소년들이 찍기, 백지 답안 내기 등으로 일제고사 반대에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

일제고사 반대, 해직 교사 7인을 지켜내자는 촛불이 거세지고 있다.

[전국교사대회] 전교조 "23일 일제고사 블랙투쟁 벌일 것"

 전교조 주최로 20일 오후 서울 광화문 열린마당에서 열린 전국교사대회에 한 제자(모자이크 처리)가 일제고사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해임된 최혜원 교사(서울 길동초)를 응원하기 위해 준비해온 피켓을 들어 눈길을 끌었다.
전교조 주최로 20일 오후 서울 광화문 열린마당에서 열린 전국교사대회에 한 제자(모자이크 처리)가 일제고사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해임된 최혜원 교사(서울 길동초)를 응원하기 위해 준비해온 피켓을 들어 눈길을 끌었다.남소연

 전교조 주최로 20일 오후 서울 광화문 열린마당에서 열린 전국교사대회에서 참석자들이 일제고사 거부 교사들에 대한 징계철회를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전교조 주최로 20일 오후 서울 광화문 열린마당에서 열린 전국교사대회에서 참석자들이 일제고사 거부 교사들에 대한 징계철회를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남소연

선생님 옆에 앉은 아이들은 연신 장난을 쳤다. 20일 전국교사대회가 열린 서울 광화문 시민열린마당 현장. 무대 위에서는 공정택 퇴진을 외치는 구호가 울려퍼졌지만 아이들은 교실에서 더 이상 볼 수 없는 선생님을 만난 게 마냥 좋은 듯 웃고 떠들었다. 선생님이 보고 싶어서 왔다는 아이들은 천진난만, 그 자체였다. 

하지만 담임 선생님이었던 최혜원 교사 해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아이들은 자신의 생각을 밝히는 데 망설임이 없었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감추려는 '진실'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왜 어른들은 거짓을 진실이라고 말하고, 진실을 거짓이라고 말해요?"
"성폭행한 선생님은 정직 3개월인데 우리 의견을 존중한 선생님은 왜 해임해요?"
"한마디로 억울하고 슬퍼요. 정말 이건 아니라고 봐요."

한 아이는 "죄없는 교사는 쫓아내고, 착한 학생은 감금하고, 왜이래 아마추어 같이"라고 적은 피켓을 들고 자리를 지켰다. 아이들은 언 손을 호호 불어가며 다른 선생님들과 함께 징계를 당한 교사들의 이름을 부르며 "힘내세요"를 크게 외쳤다.

"7명 모이면 파면해임, 1만명 모이면 공정택 퇴진"

 일제고사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해임된 김윤주 교사(서울 청운초)가 20일 오후 서울 광화문 열린마당에서 열린 전교조 주최 전국교사대회에서 연단에 올라 소회를 밝히고 있다.
일제고사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해임된 김윤주 교사(서울 청운초)가 20일 오후 서울 광화문 열린마당에서 열린 전교조 주최 전국교사대회에서 연단에 올라 소회를 밝히고 있다.남소연
이날 오후 4시부터 열린 교사대회는 부당한 징계에 대한 분노의 목소리로 가득 찼다. 대회에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소속 교사, 학생들과 학부모 등 2000여 명이 참석했다.

교사들은 "해직교사에 참교육상을, 공정택에 파면을", "부당징계 철회, 일제고사 중단" 등의 구호를 외치며 징계교사 7명 전원 복직과 공정택 서울시 교육감의 사퇴를 강하게 촉구했다. 서울 구산초등학교 학부모 일동은 "정상용 선생님을 아이들에게 돌려주세요"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내걸기도 했다.  

징계를 받은 7명의 교사들도 자리를 함께 했다. 이들은 "일제고사 저지와 '미친 교육' 철회를 위해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호소했다.

해임된 김윤주 교사(청운초등학교)는 "아직 철이 없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생계를 박탈당했어도 죽도록 힘들지는 않다"며 "7명에 대한 징계 때문에 위축되거나 웅크리지 말고 몰아치는 저항정신으로 일어설 때다, 7명만 모이면 파면해임이지만 100명이 모이면 견책이 될 것이고 1000명이 모이면 징계가 무효화될 것이고 1만명이 모이면 공정택이 퇴진하고 정책철회를 받아낼 수 있다"고 역설했다.

최혜원 교사(길동초등학교)도 "요즘 교문 앞에서는 학부모들이 전경에 가로막혀 쓰러지고 아이들은 학교 철문이 닫힌 채로 감금 당한 채로 지내는 등 이 시대의 폭력성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며 "이는 오는 23일 일제고사라는 잔인한 야만을 저지하기 위해 어떤 힘을 모아야 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일제고사 거부 교사들에 대한 징계철회를 요구하며 전교조 주최로 20일 오후 서울 광화문 열린마당에서 열린 전국교사대회에 다음카페 널 기다릴께의 '무한도전x2' 팀이 깜짝 등장해 '미쳤어' 노래에 맞춰 흥겨운 율동을 선보이고 있다.
일제고사 거부 교사들에 대한 징계철회를 요구하며 전교조 주최로 20일 오후 서울 광화문 열린마당에서 열린 전국교사대회에 다음카페 널 기다릴께의 '무한도전x2' 팀이 깜짝 등장해 '미쳤어' 노래에 맞춰 흥겨운 율동을 선보이고 있다. 남소연

일제고사 실시하는 23일은 '슬픈 화요일', 블랙투쟁 벌인다

이날 대회에서 전교조는 일제고사가 실시되는 23일을 '슬픈 화요일'로 정하고 검은 옷을 입고 학교에 출근하는 등 저지운동을 펼쳐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진화 전교조 위원장은 "학부모님들에게 편지를 보내 일제고사가 무엇이 문제인지 함께 이야기하고 의견을 나눌 것"이라며 "학생들을 책상 앞에서 시들어가게 만드는 미친 정권의 미친 교육에 끝까지 저항하고 투쟁할 것을 결의한다"고 말했다.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은 "해임·파면된 교사들이 복직될 것이라는 점은 상식"이라며 "반인권적인 일제고사로부터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우고 꼭 이겨달라"고 호소했다.

대회가 끝난 후 전교조는 저녁 7시 서울 영등포구 전교조 본부에서  임시 전국대의원대회를 열고 교사 부당징계와 역사 교과서 수정 등을 논의하고 있다. 또 이날 대회에 참석한 교사들은 서울교육청 앞으로 자리를 옮겨 저녁 7시부터 열리는 촛불 문화제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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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고사 #전국교사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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