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8도의 매서운 날씨였지만 '언론사유화저지 및 미디어 공공성 확대를 위한 사회행동'(미디어행동) 소속 단체 관계자들은 22일 오전 9시 30분 정확히 한나라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최상재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과 각 지부장, 김영호 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 김영희 한국PD연합회 대표, 정연우 민주언론시민연합 대표, 김서중 학술단체협의회 미디어정책특별위원장, 정진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 고승우 80년 해직언론인협의회 대표, 권미혁 여성민우회 대표 등 미디어행동 소속 단체들이 대부분 참여했다. 이수호 민주노동당 최고위원과 심상정 진보신당 공동대표도 함께 했다.
이들은 '재벌 조중동 외국자본에 방송 상납 한나라당은 언론장악 7대 악법 상정 기도를 중단하라'는 펼침막을 들었다. 한나라당이 밀어붙이고 있는 '7개 미디어 관련법'에 대해 이들은 '언론장악 악법'이라고 칭했다.
"세상이 20-30년 전으로 되돌아가지 않도록 하자"
당초 22일로 예정됐던 미디어 관련법 문방위 상정이 '쟁점법안 통과를 놓고 야당과 25일까지 대화에 나서겠다'는 한나라당의 결정에 따라 연기될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이들의 위기감을 덜어지지 않았다.
먼저 김영호 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가 나섰다. 김 대표는 한나라당의 '미디어관련법' 개정 움직임을 '장기집권 획책'이라고 못박았다. "조중동과 재벌에 방송을 바쳐 여론을 독과점하고 민주주의를 위협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수호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은 "한나라당이 전쟁을 선포했기 때문에 우린 싸울 수밖에 없다"면서 "국회 안팎에서 함께 싸워 이 세상이 20~30년 전으로 되돌아가지 않도록 하자"고 말했다.
심상정 진보신당 공동대표도 "국회는 지금 점령당해 있고 한나라당이 바로 점령군"이라며 "이 점령군들을 몰아내야 국민이 살고 민주주의가 산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의 규탄이 계속 이어졌다.
"미디어 7대 악법은 최악의 법안이다. 재벌 조중동 방송을 눈뜨고 볼 수 없다.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한다."(정진화 전교조 위원장)
"80년대 신군부도 언론 통폐합 할때 그럴싸한 명분을 내세워 언론을 탄압했다. 한나라당 역시 소수자와 사회적 약자가 기본 명제인 언론을 장악하고 민주주의를 유린하려 하고 있다."(고승우 80년대 해직언론인협의회 대표)
"방송문화진흥회 기념식에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깜짝 발언을 했다. 칭찬과 격려는커녕 MBC에 찬물을 확 끼얹었다. 신발을 던지고 싶을 정도였다."(김영희 PD연합회장)
"25일까지는 대화를 시도한다는 한나라당의 속셈에 놀아나서는 안된다. 정당, 사회단체, 언론인들이 지금부터 총력전에 나서야 한다."(김서중 교수)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우리의 죽음을 통해 독재 장기집권의 음모를 멈출 수 있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죽음을 택하고 싶다"면서 이렇게 밝혔다.
"'언론장악 7대 악법'은 한나라당이 독재 장기집권을 위해 반드시 쟁취해야 할 법안이다. 한나라당의 나팔수 조중동과 돈줄인 국내외 재벌에게 방송을 주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비판 목소리의 씨를 말리기 위해 인터넷을 철저히 통제하는 것이다. 조중동 방송은 어떤 문제에도 '이명박 용비어천가'를 부르며 여론을 호도 조작할 것이고 재벌 방송은 방송을 이용해 더 많은 부를 축적하여 집권 여당과의 정경유착을 강화시켜 나갈 것이다...언론장악 7대 악법이 통과되고 나면 한나라당은 법에 의해 모든 언론을 장악할 수 있다. 만에 하나 권력이 바뀌어 법을 바꿀 수 있다고 해도 조중동 방송과 재벌방송은 돌이킬 수 없다. 사유재산이 된 방송을 무엇으로 빼앗을 것인가."
이들은 "한나라당의 언론장악을 통한 독재 장기집권 음모를 막을 수 있는 것은 '100만 촛불'에 이은 국민총궐기"라며 "권력의 언론장악에 반대하며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독재권력에 반대하는 양심있는 모든 국민이 일어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렇게 요구했다.
- 민주당 자유선진당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은 한나라당의 독재 장기집권음모에 맞서 의원직을 걸고 투쟁해야 한다.
- 언론 노동자는 파업을 앞두고 있다. 방송이 '언론' VS '정권의 나팔수'이자 '돈벌이 수단'이란 갈림길에 놓여 있다. 파업을 반드시 사수해야 한다.
- 언론학자는 침묵을 깨고 '언론장악 7대 악법'을 통한 독재 장기집권 음모를 낱낱이 폭로해야 한다.
- 시민사회단체는 인터넷 선전물 확성기 등 활용할 수 있는 모든 것으로 한나라당 독재 장기집권 음모를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
이들은 "한나라당은 즉각 언론장악 7대 악법을 폐기하고 독재 장기집권의 꿈을 버리라"며 "그렇지 않으면 국회 문방위 상정 즉시 '한나라당 해체' '이명박 퇴진'투쟁에 돌입할 것이며 본회의 통과에 맞서 국민 총궐기로 일어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여의도를 무덤삼아 싸우겠다"
기자회견을 마친 이들은 곧장 국회로 향했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를 면담하기 위해서였다. 정 대표와 원혜영 원내대표 등과 마주앉은 미디어행동 관계자들은 민주당에 격려와 질타를 함께 보냈다.
"언론의 자유를 위해 우리 언론 노동자들이 여의도를 무덤삼아 싸우겠다."(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
"언론은 민주주의 생명줄이다. 이 생명줄이 끊어지면 국회도 의원도 없다. 의원직 사퇴 각오로 싸워달라"(정연우 민언련 대표)
"민주당은 '언론장악 7대 악법' 저지에 확실한 방침 있다. 국민 대표로, 야당으로 당연히 할 일이다. 언론자유는 중요하다. 국민 여론조사를 했는데 방송장악 음모를 막아야 한다는 의견이 1등으로 나왔다. 성공적으로 이 악법을 막아내자."(정세균 대표)
"저쪽은 전쟁을 한다고 하는데 솔직히 민주당의 무기가 잘 안보인다. 이미 FTA 처리와 예산안 처리에서 민주당은 농락당했다. 이제 배수진 쳐야 한다. 의원직을 총사퇴한다는 각오 속에서 하지 않으면 안된다. 막연히 언론인들의 일이라고만 생각하고 있는 것 아닌가."(양문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
"확실한 결심 갖고 강력하게 역할 하겠다. 사실 안타깝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금 이런 악법 밀어붙일때가 아니다. 중소기업 살리고 일자리 만들고 경제 살려야 한다. 대통령은 손 떼야 한다. 한나라당은 자주권 갖고 임해야 한다. 양보할 수 없는 가치가 분명히 있다. 옳은 길이기 때문에 우리가 결심하면 지킬 수 있을 것이다."(정세균 대표)
정 대표와의 면담을 마친 미디어행동 관계자들은 국회 인근에서 문방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이종걸, 유원일 의원의 목소리가 커지기도 했으나 사무처 직원은 "저는 생각이 다르다"라며 입장을 굽히지 않아 의원들의 항의를 받았다. 결국 미디어행동 관계자들은 "대표실이 있는 2층에 가서 대표 면담만 하고 돌아나오겠다"는 구두 약속을 하고서야 입장할 수 있었다. 이종걸 의원은 "여러분은 지금 국회의 달라진 모습을 똑똑히 목격하고 계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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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22 15:51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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