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숲 회원이 옥상텃밭에 가꾼 도라지. 옥상농장에는 우리 생활에 필요한 상추 무 배추 도라지 감자 고구마 따위 다양한 작물을 재배할 수 있다
김시열
퇴비를 만들고, 채소를 기르는 일꾼은 마을에 살고 있는 은퇴자나 60세가 넘은 고령자가 맡는다. 경제활동인구 10명 가운데 1명이 60세를 넘긴 고령자이고, 65세 이상 인구만 400만을 넘어섰으니 일꾼 구하는 것은 문제도 아니다. 지렁이옥상농장이다.
서울시내 25개 구에는 514개 동이 있다. 동마다 옥상농장을 하나씩 만들고, 농장마다 10명의 고령자가 일한다면 5140명이 일자리를 얻게 된다. 이 명박 정부가 2009년에 목표한 일자리의 5%에 이르는 수치다.
이제 옥상농장을 꾸려보자. 빌라나 연립주택이 모인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건물을 20개 동씩 묶는다. 한 개 옥상이 약 40평 정도 넓이다. 옥상마다 설치할 물통과 사람들이 다닐 동선을 빼고도 농사 지을 땅 700평 정도는 확보할 수 있다. 2층으로 운영하면 1400평의 농장을 얻는 셈이다.
단순한 일자리 마련보다 더 큰 뜻은 부양의 대상에서 부담의 대상으로 떨어진 노인을 일꾼으로, 일꾼에서 마을 어르신으로 거듭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렁이 옥상농장은 빌라나 연립주택 옥상을 푸르게 가꾸어 에너지를 절감하는 효과도 크다.
한국전력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한여름 빌라나 연립주택 옥상온도는 40℃를 웃돌지만, 온갖 채소로 푸르게 가꾼 옥상은 27℃까지 기온이 떨어진다고 한다. 기온이 낮아지니 에어컨 씀씀이를 줄이는 것이야 두 말 하면 잔소리다. 서울시내 가구마다 에어컨을 1℃만 약하게 틀면 한 해 5000억 원을 아낄 수 있다니 그 효과가 일자리 창출 못지않다.
지렁이 옥상농장은 사람만을 위하지 않는다. 도심 곳곳에 푸른 섬을 만들어 콘크리트 건물에 갇히고, 자동차 길에 막힌 여러 생태종이 자연으로 돌아갈 때까지 잠시 머물며 숨쉴 수 있는 비오톱(biotop) 구실도 한다.
지렁이옥상농장으로 음식물 쓰레기와 먹을거리가 순환하고, 먹을거리의 생산과 소비를 지렛대삼아 마을의 현안과 문화, 경제 따위 여러 문제를 놓고 마을 사람들이 더 자주 모이고, 더욱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이웃과 소통하는 도시마을을 만들자.
바보야, 아직도 불도저 타령이니?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기자가 지난 12월 18일 충남 목원대학교와 (사)풀뿌리사람들이 주최한 아이디어쇼에서 발표한 <수색동지렁이옥상농장>이란 발표내용을 요약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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