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길도행 청해진 카페리청해진 카페리에다 활어차량을 싣고 있다.
박종국
근데도 나는 책을 읽으며 신기한 게 많았다. 그때까지 한번도 본 적이 없는 기다란 기차와 바다 위를 떠가는 큼지막한 배였다. 그렇지만, 중학교 1학년 때 마산으로 전학을 갔기에 바다도 배도 기차도 실컷 봤다. 그냥 신기했다.
마치 뱀처럼 긴 꼬리를 흐늘거리며 달려가는 기차가, 우리 동네에서 제일 큰 집채보다 더 큰 쇳덩어리가 바닷물 위에 둥둥 떠다니 실로 놀라운 일이었다. 교과서를 통해 배웠던 부력의 원리는 아무 소용이 없었다. 함지박 같은 파도를 지겹도록 지켜봤다. 그렇게 바다가 좋았다.
그 섬에 가고 싶다그런데 필생의 소원이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이루어졌다. 첫 발령을 거제도 섬으로 받은 것이다. 그때가 1983년 3월, 섬마을 총각 선생님이었다. 뭐랄까 막상 바닷가에 사니까 모든 게 불편했다.
우선 비릿한 바다 냄새에 잘 적응하지 못했다. 갯바람에 피부가 끈적거리는 것은 그래도 괜찮았다. 하지만 매끼 식사 때마다 비린 생선을 먹어야 하는 것은 견뎌낼 수 없었다. 생각해 보라. 그때까지 메뚜기가 풀밭을 좋아하듯 푸성귀만 먹었던 입성이 하루 아침에 생선과 젓갈로 변한 식사를 먹어야 한다면 그것 또한 적응하기 힘들게다.
“어렸을 때 무작정 바다를 좋아했는데, 막상 바다 곁으로 와서 사니까 힘든 게 한둘이 아녜요. 음식부터 낯설어요. 채소만 주로 먹다가 날 생선을 먹으려니까 어찌나 비린지.” “꾹 참고 서너 달만 견뎌봐. 고기 안 먹고는 못 배길 테니까.” “…….”지금은 고인이 되신 고두경 주사님이 안쓰러워하며 내게 하신 말씀이었다. 어쨌든 그 말꼬리는 더 길게 가지 못했다. 채 한 달만에 나는 무엇이든 척척 먹어대는 대식가가 되어 버렸다. 그렇게 거제도에서 4년 세월을 보냈다. 두고두고 얘기할 만한 행복한 추억들이 많았다.
‘섬에 가고 싶다.’ ‘어디 무인도라도 훌쩍 들어갔으면 좋겠다.’ ‘내가 바라는 섬은 어딜까?’그래서 나는 섬을 찾아 나서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지금까지 만난 섬이 거제도, 욕지도, 사량도, 매물도, 울릉도, 백령도, 거문도, 완도, 진도, 제주도, 보길도 등이다. 대략 굵은 섬들만 헤아렸지만, 고만고만한 섬들은 부지기수로 찾아갔었다.
그중에서도 울릉도와 매물도는 유다르다. 울릉도는 아내랑 1박 2일 코스로 들어갔다가 무려 나흘이나 발목이 잡혔던 곳이고, 매물도는 내가 태어나서 가장 멀고 긴 항해에 나섰던 섬이다. 그날뿐만 아니라 그 다음날도 나는 초죽음상태가 되어 돌아왔다. 배 멀미가 심했던 탓이다.
겨울 울릉도행은 여럿 날 발목 잡히기 십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