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일반노조 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가 7일 오후 마포구 창전동 이랜드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본격적인 복직투쟁을 선포했다.
이경태
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창전동 이랜드 본사 앞, 깃발 두 개가 나란히 펄럭였다.
장장 510일이 넘게 휘날렸던 이랜드일반노동조합의 깃발엔 투쟁의 흔적이 얼룩덜룩 묻어 있었지만, 바로 곁에 선 홈플러스테스코 노동조합의 깃발은 새하얬다. 그러나 깃발 아래 모인 사람만은 그대로였다.
파란색 홈플러스테스코 노조 조끼를 입고 있던 지난날의 직장동료는 자신을 위해 희생했던 이들에게 조끼를 건넸다. 기륭전자·강남성모병원·GM대우 등 장기투쟁사업장의 노동자들, 기독교 대책위·사회진보연대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 등 함께 싸워왔던 사람들은 서로 반갑게 손을 맞잡으며 새해 인사를 나누었다. 그렇게 100명에 가까운 이들이 이랜드 본사 앞 골목을 금방 메웠다.
작년 늦가을, 함께 일터로 돌아가지는 못했지만 "다시 만나자"고 약속했던 이들의 투쟁이 시작됐다.
비정규직 동료들은 일터로 갔지만 함께 싸운 정규직 노동자는... 이날 출범한 이랜드일반노조 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이하 이랜드 해복투위)의 구성원은 7명. 지난 2006년 노조 활동으로 회사와 마찰을 빚다 해고된 1명을 제외한 나머지 6명은 홈에버(현 홈플러스)에서 일하던 비정규직 노동자를 지키기 위한 510일 간의 파업에 동참했다가 해고됐다.
이남신 전 이랜드일반노조 수석부위원장, 홍윤경 이랜드일반노조 사무국장 등 이들 6명의 정규직 노동자들은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싸웠지만 정작 이랜드 사태가 '마침표'를 찍고 174명의 노조원들이 다시 일터로 돌아갈 땐 함께할 수 없었다.
홈에버를 인수한 삼성 홈플러스테스코가 만난 것은 이랜드일반노조의 한 지부였던 이랜드리테일(현 홈플러스테스코 노조)이었지, 이들이 소속된 이랜드·이랜드월드 지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상황은 그리 좋지 않다. 장기 파업과 사측의 탄압, 그리고 홈플러스테스코 노조와 분리 등을 겪으면서 현재 이랜드일반노조의 노조원 수는 이들을 포함해 총 47명밖에 되지 않는다. 아직 지도부도 서지 못해 직무대행 체제로 꾸려지고 있다.
반면 지난 15년 간 노조와 끊임없이 충돌해왔던 회사는 지금까지도 노조와 '대화'할 생각이 없다. 2006년 9월 사측의 일방적인 해지 이후 체결되지 않은 단체협약 문제에 대해서도 묵묵부답이다. 이랜드 해복투위는 "오히려 회사가 파업에 동참했던 조합원들에 대한 법적 소송을 제기하는 등 노조 탄압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전했다.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야 할 노조마저 흔들리는 상황이기에 이랜드 해복투위의 싸움은 그 어느 복직투쟁보다 힘들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