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

등록 2009.01.17 16:19수정 2009.01.17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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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건너 들려온 한 외침이 마음을 찔렀다. 검사 생활 25년을 마무리하면서 한 그 말은 우리 시대 권력 가진 자들을 향한 일침이었다. 인민이 잠시 권력을 맡길 때 지배자가 아니라 섬기는 자가 되라는 뜻이었다.

 

<제주의 소리>는 박영관(57·사법시험 23회) 제주지검장이 지난 16일 퇴임사에서 "구 로마정국시절 군중들이 개선장군을 환호하자 옆에 있던 노예 한 사람이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를 외쳤다는 일화가 생각난다"며 "아무리 영광스러운 자리라도 모든 것은 변하니 겸손하고 교만하지 말라는 것 아니겠느냐"는 퇴임사를 했다고 보도했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는 '그대도 죽을 것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라'는 뜻이다. 로마 역사를 공부하면 끊임없이 쿠데타가 일어나, 황제가 교체되는 경우가 많았다. 전쟁을 승리로 이끈 개선장군은 쿠데타를 일으킬 가능성이 더 높았다.

 

전쟁을 승리로 이끈 개선 장군에게 노예들을 통하여 '메멘토 모리'를 복창하게 함으로써 당신 힘으로 이겼다고 우쭐하지 말고 겸손하라는 생각을 심어 주어 쿠데타를 생각하지 못하게 한 것이다.

 

물론 대한민국은 로마제국도 아니고 현 권력자들은 '개선장군'도 아니다. 하지만 '메멘토 모리'는 지금도 유효하다. 민주국가 지도자들을 언제든지 지배자가 되어 권력을 휘두를 가능성은 항상 열려 있기 때문이다.

 

권력을 잡고 행사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힘으로 권력을 잡았으니 우쭐하고 겸손하지 않으면 인민을 위한 봉사자와 섬기는 자가 아니라 독재자가 되어 인민을 박해한다면 민주국가가 아니라 독재국가이다.

 

그렇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후 권력은 겸손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권력을 휘두르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개선장군처럼 의기양양할 뿐 어떻게 하면 인민을 섬길 것인지 고민하는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지난 15일 퇴임한 박영수(57·사시 20회) 전 서울고검장도 "검찰권을 행사할 때는 절제가 필요하다. 검찰권은 시류에 편승하거나 그렇게 비쳐져서는 안 된다"면서 "엄정공평, 불편부당의 정신은 검찰이 지켜야 할 절대가치이며, 검찰권은 아집과 편견에 치우치거나 무모하거나 오만해서는 더욱 안 된다. 이것이 검찰이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얻는 지름길임을 명심해 달라"고 했다.

 

'절제'와 '시류에 편승하지 않는' '엄정공평, 불편부당의 정신'을 검찰권 행사의 가치로 판단한 박영수 전 고검장의 마지막 말을 20억달러 외환손실을 입혀 국익에 심대한 악영향을 끼쳤다는 이유로 '미네르바'를 구속한 검찰은 새겨들었을까?

 

권력 앞에서는 한없이 약한 검찰은 '시류에 편승하는' 검찰이다. 시류에 편승하는 검찰은 시민들에게 신뢰받을 수 없다. 그동안 우리 검찰은 권력자가 권력을 쥐고 있을 때는 권력을 향하여 칼을 뽑지 못하다가 권력이 레임덕에 빠지거나 퇴임 후 칼을 들이댔다.

 

권력은 자신들 앞에서 한없이 약한 검찰을 통하여 마음껏 칼을 휘둘 수 있었고, 오만해졌다. 미네르바 구속은 법을 모르는 시민들 상식으로도 부당한 검찰권 행사였지만 전두환 군사독재 유물로 이미 죽었다고 생각했던 '전기통신기본법'을 부활시키는 놀라움을 보여주었다. 이런 법도 살려내는 검찰이 왜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이 저지른 범죄 앞에서는 무딘 칼이 되어버리는 모습을 보면서 시민들은 검찰을 향한 신뢰를 버렸다.

 

권력은 '메멘토 모리'를 새겨야 한다. 사람 생명도 길어야 80-90년인데, 권력은 5년이다. 사랑할 시간도 부족하다는 말이 있듯이, 5년은 인민을 섬길 시간으로 턱없이 부족하다. 이 부족한 시간을 말하고, 글쓰는 일 막는다고 시간 낭비하나.

 

메멘토 모리, 그대도 죽을 것이라는 사실을 잊지 마라.

2009.01.17 16:19ⓒ 2009 OhmyNews
#박영관 #박영수 #권력 #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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