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들과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어"

원폭 피해 가정의 힘겨운 세상살이

등록 2009.01.18 16:44수정 2009.01.18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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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내 아들(구대원씨)의 머리를 만지고 있는 이순옥씨 뒤로 큰 아들(구영철씨)이 누워있다.
막내 아들(구대원씨)의 머리를 만지고 있는 이순옥씨 뒤로 큰 아들(구영철씨)이 누워있다. 강태우

"죽지 못해 살아가는 산송장일 뿐이야. 자식과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네. 내가 먼저 죽어도 걱정이고 자식이 먼저 죽어도 걱정이네…."

30대 초반에 남편을 여의고, 45년의 긴 세월을 두 아들과 함께 오랜 병과 사투를 벌이며 힘겹게 살아가는 가정이 있어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이들은 원폭 피해를 당한 남편을 두고도 정부로부터 제대로 된 보상이나 피해조사 한번 받지 못한 채 쓸쓸히 죽을 날만을 기다리고 있다. 충북 청주시 수곡동 33㎡(10평) 남짓의 80년대 옛 주택에 살고 있는 이순옥씨(79).

이씨는 강추위가 이어진 며칠 사이 팔과 다리가 끊어질 듯 아프고 두통이 심해 몸을 움직일 수 없을 정도의 큰 이상을 느꼈지만, 인근 한의원에서 침 한번 맞고 오는 게 고작이다. 치료 받을 돈도 없는 데다 거동조차 못하는 두 아들을 놓고 장시간 집을 비울 수 없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고혈압과 관절염을 앓아온 이씨는 몇 년 전 동맥경화 진단까지 받았지만 무료로 가져온 고혈압 약으로 버티고 있다. 치료는 엄두도 못 낸다.

이씨는 해방 이후인 1947년, 일본으로 강제 징병 당했다 돌아 온 남편과 결혼했다. 당시 이씨의 나이는 17살이었다. 전쟁 중 원폭 피해를 입은 남편은 온몸의 허물이 벗겨지는 후유증으로 시름시름 앓다 10여 년 만에 결국 죽음을 맞았다.

남편 병수발로 젊은 시절을 보낸 이씨에게 세상에 남겨진 두 아들마저 수십 년째 어깨를 짓누르는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 어려서부터 지적장애를 앓고 있는 큰 아들(구영철·58)은 30대의 젊은 나이에 당뇨까지 앓아 세상과 담을 쌓은 채 누워만 있다.


20대에 병명도 없이 갑자기 팔 다리에 힘이 없어지다 지제장애인이 된 작은 아들(구대원·48)도 현재 심각한 당뇨병으로 형과 함께 사투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치료비는 고사하고, 정부에서 주는 보조금으로 하루하루 연명하고 있다. 한 복지회관이 1주일에 한번 가져다주는 반찬이 이들의 유일한 찬거리다.

이순옥씨는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 남편과 결혼한 뒤 자식들마저 원인도 모르게 앓아누워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는 게 모두 내 탓 같아 하루도 마음 편히 살아본 적이 없다"며 "아무리 아파도 치료받지 못해 죽은 듯 누워만 있어야하는 상황은 70년대나 지금이나 마찬가지 같다"고 하소연 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충청일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충청일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원폭 피해 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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