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조그마한 저수지에 올챙이들이 태어났습니다. 갓 태어난 올챙이들은 처음 보는 세상이 마냥 신기했습니다. 올챙이들은 함께 알에서 나온 다른 친구들과 함께 물이끼를 찾아 무리를 이루며 저마다 자유롭게 움직였습니다. 그때 올챙이 무리 앞에 자신들의 모습과 비슷하지만 뒷다리가 나온 이상한 동물 한마리가 나타났습니다.
"야! 동작 그만! 내가 누군 줄 알아?"
뒷다리가 나온 올챙이를 보고 어린 올챙이들은 두려움에 몸을 떨었습니다.
"참 애송이들 하고는! 아직 한참 멀었어. 내가 누구냐 하면 너희들보다 진화한 올챙이야. 그러니까 너희들하곤 차원이 다르지"
뒷다리가 나온 올챙이가 당당하게 자신의 다리를 쭉 뻗어 보입니다. 올챙이들이 부러운 눈으로 바라봅니다.
"오늘부터 내가 너희들을 이끌 올챙이니까 무조건 내말을 따라야 돼."
뒷다리가 나온 올챙이가 눈에 힘을 주고 올챙이 무리들을 둘러봅니다.
"만약 조교님의 말을 따르지 않으면 어떻게 됩니까?"
올챙이 가운데 한 마리가 몹시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묻습니다.
"야! 너 이리 나와 봐"
뒷다리가 나온 개구리가 화가 난 듯 질문한 올챙이를 부릅니다. 질문한 올챙이가 의아스러운 표정으로 앞으로 나갑니다. 뒷다리 나온 올챙이가 올챙이의 머리를 뒷발로 찹니다. 올챙이 머리에 혹이 납니다.
"무조건 내말을 따라야 한다는 말 못들었어? 너 올챙이 말 몰라?"
뒷다리가 나온 올챙이의 행동에 다른 올챙이들이 모두 공포에 떱니다.
"봤지? 무조건 내 말을 따라야 해. 왜라는 질문은 하지 마. 그건 너희들이 알 필요도 없어.싫든 좋든 말을 따라야 하는 거야."
질문한 올챙이가 구타의 충격에 비틀거리며 자리로 들어갑니다.
"그럼 너희들에게 이곳 저수지 개구리 사회의 위계질서를 설명해 주겠다. 너희들 직속 상관은 나고 그 위에 앞다리까지 나온 올챙이가 있다. 그리고 그 위에 개구리가 있다. 개구리는 우리가 되고자 하는 삶의 궁극적 종착역이다. 그런데 개구리는 아무나 되는 게 아니다. 여기서 잘 생활해야 개구리가 될 수 있다. 그 말은 곧 내말을 잘 들어야 개구리가 될 수 있다는 거야. 알았나?"
"네." 올챙이들이 일제히 대답합니다.
"그럼 나보다 더 높은 올챙이를 소개하겠다. 모두들 깍듯이 모셔라"
뒷다리가 나온 올챙이가 어디론가 사라지더니 머리를 최대한 낮추고 앞장서서 종종걸음으로 앞다리가 나온 올챙이를 극진히 모셔옵니다.
"예. 여깁니다. 이번에 태어난 올챙이들입니다." 뒷다리 나온 올챙이가 머리가 바닥에 닿도록 고개를 숙입니다.
"음- 이 아이들인가?"
"네."
앞다리가 나온 올챙이가 뒷짐을 지고 유난히 짧은 꼬리를 좌우로 천천히 움직입니다.
"음- 이야기는 잘 들었겠지?"
올챙이들이 아무런 반응이 없자 뒷다리 나온 올챙이가 잔뜩 인상을 쓰며 빨리 대답하라고 소리 없이 윽박지르자 올챙이들이 그제야 "네"라고 대답합니다.
앞다리 나온 올챙이가 못마땅한 눈으로 뒷다리 나온 올챙이를 보더니 헛기침을 몇 번 한 뒤 다시 말을 이어갑니다.
"에- 앞으로 여기 직속상관 말 잘 듣고 열심히 생활해서 훌륭한 개구리가 될 수 있도록 해."
올챙이들이 또 가만히 있자 뒷다리 나온 올챙이가 어찌할 바를 모릅니다. 순간 앞다리 나온 개구리가 앞다리로 뒷다리 나온 올챙이의 머리를 사정없이 때립니다. 검은 머리가 빨갛게 변합니다.
"교육을 어떻게 시킨 거야? 너 앞으로 앞다리 나오고 싶지 않아? 뒷다리로 평생 여기 살 거야? 이런 식이면 곤란한 거 알지? 정신 똑바로 차려."
앞다리 나온 개구리가 화를 내며 돌아서자 뒷다리 나온 개구리가 아픈 머리를 부여잡고 쪼르르 쫒아갑니다. 벌겋게 달아 오른 머리가 등잔불 같습니다. 질문한 올챙이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친구들을 봅니다. 그때 올챙이 한 마리가 말을 겁니다.
"괜찮아?"
"으응"
"와! 무섭다. 세상사는 게 만만치 않구나. 앞으론 나서지 마! 그냥 하라는 대로 해. 그게 낫겠어."
그때 뒷다리가 있는 올챙이가 뚜벅뚜벅 걸어오더니 올챙이들을 째려봅니다.
"너희들 때문에 내가 작살났잖아. 나도 빨리 앞다리가 나고 싶다고. 앞다리가 나더라도 앞다리가 있는 올챙이들에게 인정을 받지 못하면 이 저수지를 떠나야 된다 말이야. 너희들이 날 도와 줘야 나도 너희들을 도와준다. 조직에서 떨어져 나가면 아무것도 할 수 없어. 그러니 내 통제를 무조건 따라야 돼"
그제야 올챙이들이 뒷다리가 긴 올챙이가 그토록 앞다리가 있는 올챙이에게 꼼짝 못하는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때 질문한 올챙이가 또 질문합니다.
"조직에서 떨어져 나간 올챙이를 본 적이 있나요?"
뒷다리가 나온 올챙이가 질문한 올챙이에게 발길질을 합니다.
"야! 너 죽고 싶어? 왜 자꾸 질문해? 그건 내 소관이 아니니까 몰라. 당장 여길 나가!
"좋아요! 난 여길 나가겠어요. 뒷다리 난 게 무슨 벼슬이라고 닦달해요. 앞으론 건들지 마세요."
"야! 여길 벗어나면 넌 물고기한테 죽을 수도 있어. 각오해."
"내 인생은 내가 책임져. 이렇게 속박당하며 사느니 하루라도 자유롭게 살다가 죽는 게 나아."
질문한 올챙이가 길을 떠납니다. 저수지에 남아 있던 올챙이들은 물고기가 침입할 때마다 무조건 뒷다리가 긴 올챙이와 앞다리가 있는 올챙이를 보호하기 위해 항상 제일 앞에 나가 싸우다가 물고기의 먹이가 되었습니다. 뒷다리가 있는 올챙이는 올챙이들이 잘 먹으면 자기처럼 뒷다리가 나올까봐 올챙이에게 먹이를 적게 먹도록 통제했습니다.
올챙이는 많이 먹지 못해 힘이 없어 항상 물고기의 먹이가 되었습니다. 덕분에 뒷다리가 긴 올챙이는 앞다리가 나오고 개구리가 될 수 있었습니다. 살아남은 올챙이들 중 일부는 뒷다리가 나고 앞다리도 나왔습니다.
세월 흘러 질문한 올챙이가 개구리가 된 후 옛 생각에 처음 태어난 곳에 들렀습니다. 자신에게 말을 걸었던 친구가 앞다리가 나온 채 똑같이 올챙이들을 훈계하고 있었습니다. 개구리가 된 질문한 올챙이가 물속에 들어가자 말을 걸어주었던 올챙이가 고개를 숙이고 어쩔 줄 몰라 합니다.
"친구! 나야."
"어르신 친구라니뇨. 당치도 않으십니다. 혹 우리가 뭐 잘못한 게 있는가요?"
말을 걸었던 올챙이가 당황하며 개구리의 눈치를 봅니다.
"나라니까, 옛날에 머리 얻어맞고 여길 떠났던 올챙이. 기억 안나?"
그제야 말을 걸었던 올챙이가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 개구리를 천천히 보더니 이내 다시 고개를 떨굽니다.
"어르신, 제발 저도 개구리가 되고 싶습니다. 그러니 제가 잘못한 게 있거든 부디 너그럽게 용서해 주세요. 잘못했습니다."
말을 걸었던 올챙이는 개구리가 자신을 혼내기 위해 비아냥거린다고 생각하고 머리를 숙이고 계속 사과합니다.
"뭘 용서해? 감투가 완전히 몸에 배에 버렸어. 그때 나와 함께 떠났더라면 이렇게까지는 되지 않았을 텐데."
개구리가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보며 그곳을 떠납니다. 개구리가 떠난 후 말을 걸었던 올챙이는 올챙이들이 잘못해서 개구리가 여기까지 찾아 왔다며 더욱 엄격하게 올챙이들을 닦달합니다. 저수지 한 구석에서 올챙이들의 기합소리가 우렁차게 들려옵니다.
덧붙이는 글 | 그동안 성인들을 위한 동화를 읽어 준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좀 더 고민하고 내공을 쌓도록 하겠습니다. 거듭 감사드립니다. 꾸벅^^
2009.01.20 17:06 | ⓒ 2009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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