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의 완성은 완벽한 현실 복귀

[외롭고 힘들었던 나의 재활기4]

등록 2009.01.30 09:31수정 2009.01.30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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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후 의식이 없었던 때 2005년 5월19일 교통 사고 후 의식이 없는 모습 2개월반만에 의식을 회복했다
사고 후 의식이 없었던 때2005년 5월19일 교통 사고 후 의식이 없는 모습 2개월반만에 의식을 회복했다서치식

전국의 재활 환우들에게 영혼의 재활과 함께 권하고 싶은 재활방법이 또 한 가지 더 있다. 그건 바로 현실에서의 자기역할 찾기다. 어렵다고 포기하지 말고 꾸준히 역할을 찾아 그 역할을 수행할 수만 있다면 쉽게 현실에 순응해질 수 있음을 필자는 경험을 통해 체득했다.


신체적 행동이 불편한 가운데 집 근처의 재활병원에 입원하여 본격적으로 독립적인 생활을 하면서 재활에 몰입한 것은 사고 후 1년 만이었다. 그간 가장의 교통사고로 엉망이 되어버린 집안은 점차 안정을 찾아갔고, 부모와 떨어져 살던 사랑하는 딸 형서도 빠르게 표정이 밝아지면서 새로 옮긴 어린이집에서 자리를 잡아갔다.

그간 24시간 병실에서 긴장하며 간호하던 아내도 적극적인 재활모습에 안정을 되찾는 듯했다. 지난 사고를 생각하며 가슴 아파할 여유가 없을 만큼 처한 곤경에서 빨리 벗어나기 위해 오로지 몰두했다. 재활을 위해 그저 능동적으로 행동하면서 주말이면 병원에서 가까운 집에 일부러 꼭 외박을 나가 가족과 함께 하면서 재활에 관한 얘기를 나누며 함께 기도했다.

또 재활에 관한 자료를 인터넷을 통해 직접 수집하는가 하면 가정에서 현실적으로 내 역할을 하나하나 찾기 시작했다. 사고 후 2년째 접어들기 시작하면서 어려워진 가정형편을 꾸리기 위해 아내는 생활전선에 뛰어들었다. 그러자니 딸이 어린이집에서 토요일 오후 1시면 끝나는데 집으로 데려와 간식과 놀이를 챙겨주는 역할을 누군가 대신해야 했다.

현실에서의 역할 참여, 재활에 매우 큰 도움

어린이집에서 딸 형서를 데려와 놀이와 간식을 챙겨주는 일이 현실에서 최초의 역할이었다. 여기서 재삼 재활 환우들에게 권하고 싶은 것은 흔히 몸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대개의 보호자들은 환자들에 대한 배려라 생각하고는 그들에게 아무 역할도 주지 않는 걸 당연시 하며, 재활 환우들도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재활의 목표와 완성을 현실에 대한 완전한 복귀에 둔다면 아무리 사소한 일거리라도 현실 속에서 실제 역할을 찾아 실천해 보는 게 많은 도움을 준다는 점이다.


현실에서의 역할이 하나하나 늘어나게 되면서 재활에 대한 의욕이 배가되고, 점차 현실 속에서의 역할 증대가 새로운 도전과 꿈을 배가시켜주기 때문이다. 그렇게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병원에서의 재활과 또 다른 역할에 몰입하고, 토요일 오후부터 월요일 아침까진 가족과 함께 지내면서 현실에 대한 적응을 했다. 그러니 재활욕은 더욱 불타올랐고 병원에 입원 해 있는 다른 환자들과는 생활태도가 다를 수밖에 없었다.

보통 병원에서 아침식사를 마치고 9시부터 재활일과는 시작된다. 나는 매일 음악과 뉴스를 휴대용 MP3로 듣는 것으로 일상을 시작한다. 지금도 그렇지만, 현실과 유리된 입원생활이 길어지면서 현실과 거리가 생길 수밖에 없고, 그 간극을 줄이고 계속 반복되는 재활운동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활용한 방법이다.


그런 후 재활치료실로 이동해 자율운동을 하다가 내게 배정된 시간이 오면 치료사와 재활운동을 본격적으로 하는 게 주된 일과였다. 일과 시간에는 치료실에서 재활운동을 했고 식사와 수면 시간 외에는 병실에 있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그렇게 병원의 일과를 마치면 저녁식사 전에 샤워실로 가 그날 입은 옷 일체를 손수 세탁했다.

뇌출혈로 밸런스와 코디기능이 망가진 나는 흔히 하듯 쪼그리고 앉아 세탁을 할 수 없었지만 매일매일 하루도 쉬지 않고 땀 흘려 운동하고 난후 샤워와 세탁을 하는 동작까지 재활에 응용 한 것이다. 그렇게 매일 같은 동작을 반복하다보니 점차 동작이 개선되는 것을 경험했다. 그렇게 샤워와 세탁을 마치고 저녁식사를 하고나면 노트북을 이용해 인터넷을 하며 재활에 관한 자료를 찾고 여러 가지 뉴스를 검색하면서 현실복귀 방안을 모색하곤 하였다.

재활 환우들과 정보 함께 나누고 파 재활카페 운영

그렇게 인터넷을 통해 효과적인 재활방법을 찾으면서 나 같은 환자들이 응용하고 활용할 재활에 관한 자료가 없다는 데에 문제의식을 갖고 여러 재활 환우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자료를 모아 포털 네이버에 ‘아리아리 재활’이란 재활카페를 만들어 운영을 시작했다.

재활이란 게 긴 시간이 필요하며 치열한 노력이 수반되어야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외로운 투쟁인지라 재활에 대한 경험을 공유하고 서로 간 정보를 교환할 커뮤니티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다. 또한 병원에서 하는 재활치료란 게 기본적인 것이고 병원에서 치료사들을 통해 ‘학습’한 재활치료법을 익혀 혼자서 끈기를 가지고 해야 되는 것이라는 것도 이때의 자료 찾기 에서 얻어진 결과다.

이는 지금도 변함이 없는 생각이다. 이글을 쓰는 지금은 그 생각을 발전 시켜서 오프라인 모임을 결성해 서로 간 재활에 관한 경험을 공유하며 정보를 나누고 서로 격려하며 이제 막 재활을 시작한 환우들에게 도움을 주는 활동을 모색 중이다.

재활은 참으로 긴 시간 치열한 노력이 수반 되어야 일정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의식회복 후 절망에 빠져있던 내가 영혼의 재활을 통해 마음의 안정을 찾고 하나님을 주치의 삼게 되면서 재활에 대한 동기부여가 되면서 재활에 매진 할 수 있었지만 현실에서의 능동적인 역할 참여도 중요했다.

남에 대한 배려와 봉사를 끊임없이 모색하다 보니 내 재활에 더 충실해지고 치열해지는 것을 스스로 느끼고 있다. 사고 후 처음엔 ‘왜 하필 내가?’, ‘왜 재수 없이 내게 이런일이?’라고 비관했던 내가 사고를 마음으로 받아들이면서 현실에 대해 냉정히 생각하고 능동적으로 참여하면서 재활은 수월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재활 환우 여러분. 주변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자기 역할을 스스로 찾아 실천해 보십시오. 그리고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된다면 내 재활에 가속이 붇는 긍정의 플러스효과를 경험할 것입니다.
#재활기 #현실에서역활찾기 #재활은 학습 #남을위한봉사가내재활 #재활에 대한경험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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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50에 임용돼 2024년 상반기에 정년한 전주시 퇴직 공무원. 20년 가열한 '나홀로 재활로 얻은 '감각의 회복'을 바탕으로 기어이 하프 마라톤 완주를 이루려는 뇌병변 2급 장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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