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뒤에 숨어 있는 심리를 파헤쳐볼까요.
거짓말의 진리 중에 하나가 '거짓말이 거짓말을 불러온다'는 말이 아닐까.
하나의 거짓말을 하다 보니 그 거짓말을 채우기 위한 또 다른 거짓말이 연쇄반응식으로 일어난다는 것이다. 결국 거짓말을 너무 하다보면 자신도 자기 이야기가 거짓말인지를 구분하지 못하는 사태로까지 발전한다.
이러한 잘못된 습관이 반복되면 개인 일상에서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더 큰 파장을 일으키는 경우도 많다. 여러 사례가 있겠지만 한동안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학력파문 사건이 대표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해외에서 박사학위를 따지도 않고 허위로 학위를 조작하고도 자신은 그런 기억이 없다고 일관되게 주장했던 신정아 사건이다. 그녀는 결국 사문서 위조로 구속되고 말았다. 이 사건은 일파만파로 사회 이슈로 떠올라 뒤따르는 여진 또한 컸다. 그동안 학력을 속여 왔던 각계 각층 사람들이 줄줄이 언급되며 마녀사냥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내가 기억하는 소설 중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거짓말>이라는 작품으로 기억하는데 누구 작품인지 떠오르지 않는다. 청교도적인 믿음이 중요한 덕목으로 여겨지던 시대에 살았던 두 할머니의 이야기다. 이들 형제는 결코 거짓말을 하는 법이 없었다. 거짓말을 하면 지옥으로 떨어진다는 청교도적인 믿음을 굳건히 믿어왔기 때문이다.
어느 날 조카 손녀가 와서 거짓말 한 사실을 털어놓는다. 할머니는 이를 용서하지 못하고 크게 꾸짖으며 그녀의 엄마에게 고자질한다. 그러나 그녀의 엄마는 전염병을 앓고 있어 오늘 내일 하는 중환자였다. 의사로부터 크게 꾸짖음을 당하며 훈계를 당한다. 의사는 자신들이 천국을 가기 위해서 다른 사람들은 상처 받아도 된다고 말하는 그 청교도적인 맹신에 꾸지람을 하며 철 좀 들라고 충고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두 노인네는 자신들은 결코 부끄럽지 않다고 말한다. 하지만 조카 손녀는 엄마에게서 전염병이 옮아 시름시름 앓다가 결국 죽고 만다. 그제야 자신들의 잘못을 깨우친 할머니들은 조카며느리에게 거짓말을 한다. 아이가 죽었다고 말하지 않고 살아있다고 말한다. 소위 '선의의 거짓말'을 배우는 것이다.
사실 종교적인 믿음이 아니라 하더라도 거짓말 자체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그래서 아이를 혼낼 때도 가장 크게 혼내는 것 중에 하나가 '거짓말에 대한 처벌'이다. 거짓말 자체에 강박적으로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사람이 많다.
종교에 대한 영향이 약해진 현대에 이르기까지 이렇게 거짓말을 싫어하는 것은 청교도적인 믿음보다는 정치인들에 대한 기만에 질려버린 탓이 더 크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거짓말과 위선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대상이 '정치인'이 연상될 정도이니 말이다.
거짓말쟁이들을 가장 싫어하는 이유 중에 하나가 이런 가식과 위선으로 인한 정치인들의 형태에서 찾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이 거짓말을 싫어하는 이유는 진정한 인간관계를 형성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에게서 느끼는 인간적인 배신감에 상처를 입는다.
또한 거짓말쟁이들은 인간관계 뿐 아니라 다른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가능성이 높다. 양심의 가책이 전혀 없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을 착취하고 이용하며, 사회적 규율과 법칙을 너무 쉽게 무시한다.
거짓말과 정직성에 대해서 지독하게 싫어했던 한 강사 분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정직성에 대해서 언급하면서 자신은 결코 단 한 번도 교통 신호를 어겨본 적이 없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 강사는 새벽 4시에 아무도 없는 거리라도 빨간 불이면 절대 건너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무리 급한 일이라도 법을 지킨다는 것이다. 옆에서 아내가 뭐라고 말해도 듣지 않고 자신의 믿음을 지킨다는 것이다. 솔직히 나는 이 말을 듣고 '나도 그래야지'라는 마음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정말 꽉 막힌 사람이구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짐 캐리가 출연했던 영화 <라이어 라이어>에서 거짓말을 할 수 없게 되면 어떻게 되는지를 잘 보여준다. 소송에 이기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했던 악질 변호사는 사회에서나 가정에서나 큰 곤욕을 치루게 된다.
그래서 대부분의 일반 사람들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기보다는 적절한 상황에서 적절한 위선과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거짓말 수준이 사회 규준을 뛰어넘고, 상습으로 위선 행위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사회 규범이나 제도 규칙을 어기는 것을 즐긴다. 주변 사람들에게 폭력을 행사하거나, 아무런 죄책감을 느끼지 않으며 범죄를 자행한다. 이런 사람들은 굳이 폭력과 범죄가 아니라 하더라도 주변 사람들을 착취하거나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대개 충동적인데, 스스로도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현상이 심해지면 이들을 '반사회성 성격장애'라고 규정한다.
이들은 어릴 때 부모로부터 도덕성을 올바르게 교육 받지 못한 경우가 많다. 부모는 아이를 올바르게 교육시키기 위해서 꾸지람을 한다. 그런데 이런 훈육에 대한 일관성이 너무 없어 똑같은 상황에서도 어떨 때는 심하게 꾸지람했다가, 어떨 때는 전혀 꾸지람하지 않는다든지 하면 이 아이는 혼란을 가지게 된다. 이런 도덕성은 양심이나 죄책감이라는 말로도 표현될 수 있다. 프로이트는 이를 '초자아'라고 말했다. 그래서 너무 가혹하지도 않게, 너무 모자라지도 않게 '초자아'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가 비록 매를 맞았다 하더라도 부모가 나를 사랑한다는 믿음이 있으면 아이는 특정 행동을 받아들이게 된다. 그런데 그러한 믿음이 깨어져 버리고 성장하게 되면 이 아이는 대외적으로 공격 행위를 보일 가능성이 커진다. 이렇게 '초자아'가 잘못 형성되어버려면 사회적 양심이나 도덕성을 잃어버린다.
그래서 사회적으로 큰 범죄인이나 극악무도한 흉악범들이 이러한 반사회성 성격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최근의 군포 여성 연쇄살인범도 마찬가지다. 이들의 히스테리적 성격은 처음에는 잘 드러나지 않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범죄의 징조들이 보이므로 주의 관찰이 필요하다.
대다수 사람들은 연쇄살인범과 같은 흉악성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어느 정도 공격성을 가진 것은 사실이다. 이렇게 내면에 자리 잡은 공격 성향을 순화시키기 위해서는 외부로 적절하게 표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영화 <성질 죽이기>에서는 화를 내고 살아가지 못하는 한 평범한 직장인으로부터 어떻게 화를 적절하게 내야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가 코믹하게 흘러나온다. 자기 공격성을 풀기 위해서는 액션영화나 격투기 방송 등을 통한 대리만족도 있을 것이다. 다만 이런 활동은 움직이지 않으므로 가능하면 조금 더 직접적이고 활동적인 일을 하는 것이 더 좋을 수도 있다.
대다수의 스포츠 활동이 좋은데, 특히 육체적 활동량이 긴장감이 높을수록 좋다. 권투, 격투기, 유도, 번지점프, 급류타기 등이 있을 수 있겠다. 아예 직업적으로 군인, 운동선수, 탐험가 등의 활동적인 일을 직업으로 삼을 수도 있다.
만일 자신의 거짓말이 예전에 비해서 늘어나고 있다면 자기 내면을 깊이 있게 성찰할 필요가 있다. 무엇인가 자신의 삶에 대한 불편함이나 열등의식이 무의식적으로 거짓말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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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개발연구소 대표로 대구대, 나사렛대 취업전담교수를 거쳐 대학, 기업, 기관 등 연간 200여회 강연하고 있다. 《대한민국 진로백서》 등 다수 도서를 집필하며 청춘의 진로방향을 제시해 언론과 네티즌으로부터 ‘젊은이들의 무릎팍도사’라는 닉네임을 얻었다. ‘정교수의 인생수업’이라는 유튜브를 운영하며 대한민국의 진로성숙도를 높이기 위해 맹렬히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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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 살인범의 범죄심리, '반사회성 성격장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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