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밤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군인의 집회 참가 여부와 관련해 정보보고를 하다가 시민들에게 붙들린 수방사 헌병대 소속 사병들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시민들은 이들을 30여 분 동안 추궁하다 밤 11시 20분 무렵 돌려보냈다.
이경태
[기사 보강 : 2월 1일 새벽 0시 9분]1월 31일 밤 추모대회가 벌어진 서울 명동성당 부근에서 수도방위사령부(이하 수방사) 헌병대 소속 사병 6명이 현장 채증 작업을 하다가 시민들에게 붙잡혔다. 이들은 처음에는 자신의 신분을 밝히기를 거부했으나, 시민들의 강력한 추궁에 수방사 헌병대 소속임을 증명하는 신분증을 내보였다.
현역 군인들이 민간 집회 현장에서 채증작업을 한 것은 과거 보안사령부(현 기무사령부)의 민간인 사찰 악몽을 떠올리게 하는 사건으로 앞으로 상당한 정치적 파문이 일 것으로 보인다.
수방사 헌병 6명은 이날 밤 10시 50분께 명동성당 부근 우리은행 앞에서 붙잡혔다.
이들은 점퍼 등 캐주얼 복장을 입어 대학생처럼 위장했으나, 휴대폰으로 현재 위치를 자세하게 보고하는 것을 수상하게 여긴 시민들에게 발각됐다. 이에 앞서 이날 오후 4시 추모대회 시작 전 주최 쪽은 사진 촬영 등 취재 작업을 하는 기자들이 경찰 채증반으로 오인받는 것을 막기 위해 취재진임을 증명하는 리본을 나눠줬었다.
붙잡힌 수방사 헌병들은 "휴가 나온 군인이 집회에 참가했는지 여부를 확인하게 위해 온 것"이라며 "채증을 해서 경찰에 보고하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들을 추궁하는 과정에서 일부 흥분한 시민들이 병사를 구타하려 했으나 다른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말렸다. 시민들은 "상급 지휘관을 불러오라"고 요구했으나, 결국 31일 밤 11시 20분께 수방사 헌병들을 풀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