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내부자료라 수치 공개 못한다"
4대강 '압도적 찬성', 어떻게 조사했기에...

설문조사, 표본오차·응답률조차 없어... "국가예산 집행 조사라면 공개해야"

등록 2009.02.04 09:58수정 2009.02.04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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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토해양부 홈페이지에 게재된 4대강 정비 사업 홍보 브로슈어 3페이지에는 TNS Korea가 지난 1월 7일 실시한 '4대강 살리기' 사업 관련 지역민 여론조사 결과가 나와있다. 여기에는 '신뢰수준', '표본오차', '응답율' 등의 지표는 함께 실리지 않았다.
국토해양부 홈페이지에 게재된 4대강 정비 사업 홍보 브로슈어 3페이지에는 TNS Korea가 지난 1월 7일 실시한 '4대강 살리기' 사업 관련 지역민 여론조사 결과가 나와있다. 여기에는 '신뢰수준', '표본오차', '응답율' 등의 지표는 함께 실리지 않았다.화면 캡쳐

국토해양부가 홈페이지의 4대강 정비사업 홍보 책자에 해당 지역민이 압도적으로 찬성한다는 여론 조사 결과를 실어놓았으나 설문 내용은 물론 신뢰도·표본오차 등 기본적인 사항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다.

더구나 <오마이뉴스>가 지난달 30일부터 2일까지 10여 차례에 걸쳐 국토해양부와 '4대강 살리기 기획단' 쪽에 여론조사 관련 기본 자료의 공개를 요청했으나, "내부조사 자료이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국토해양부는 지난 1월부터 자체 홈페이지에 '맑은 강물, 청정자연, 우리의 미래, 4대강 살리기'라는 제목의 홍보 책자를 올려놓았다. 이 홍보 책자는 50만부를 제작해 일반 시민들에게 나눠줬던 것을 전자책(E북)으로 만든 것이다.

홍보 책자의 3쪽에는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TNS Korea가 지난 1월 7일 전화면접조사를 통해 4대강 유역 7개 지역거주 만 19세 이상 지역민 1천명(부산시·대구시·안동시·나주시·함평군·충주시·연기군)을 대상으로 조사한 '4대강 살리기' 사업 관련 지역민 여론조사 결과표가 들어 있다.

조사 결과를 보면 낙동강의 경우 지역민(부산시·대구시·안동시)의 61.2%가 4대강 정비 사업에 찬성했다. 반대하는 이는 응답자의 27%, 무응답자는 11.8%에 그쳤다. 영산강 유역(나주시 함평군)은 58.3%가 찬성했고, 반대 21.4%, 무응답 20.3%였다. 한강 유역 지역민(충주시)은 응답자의 57.3%가 찬성, 반대 23.3%, 무응답 19.4%였다. 금강 유역(연기군) 주민은 찬성 45.9%, 반대 38.1%, 무응답 16%였다.

그러나 이 여론조사에는 찬반 수치만 나열되어 있을 뿐 '신뢰수준', '표본오차', '응답률' 등은 없다. 각 지역별 여론조사 대상자의 숫자도 표시되어 있지 않다. 표본수가 1000명이라는데 각 지역별로 1000명인지 아니면 7개 지역민을 모두 합쳐서 1000명인지도 불분명하다.

"내부조사 자료이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


 한승수 국무총리가 관계장관들이 배석한 가운데 6일 오전 세종로 정부중앙철사 별관 브리핑실에서 4대강 살리기, 저탄소 녹색교통 투자 등 9개 핵심사업과 27개 연계사업에 4년간 50조를 투자해서 96만개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녹색뉴딜사업 추진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한승수 국무총리가 관계장관들이 배석한 가운데 6일 오전 세종로 정부중앙철사 별관 브리핑실에서 4대강 살리기, 저탄소 녹색교통 투자 등 9개 핵심사업과 27개 연계사업에 4년간 50조를 투자해서 96만개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녹색뉴딜사업 추진방안'을 발표하고 있다.권우성

<오마이뉴스>는 TNS Korea와 국토해양부에 '신뢰수준', '표본오차', '응답률' 등을 요청했지만 두 기관 모두 거부했다. 여론 조사의 공정성 여부를 파악하는데 핵심인 설문 문항도 공개할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지난달 30일 TNS Korea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조사를 의뢰한) 고객이 누구인지는 물론 여론조사 관련 자료는 보안 사안이라서 밝힐 수 없다"며 "궁금하면 국토해양부 측에 문의하라"고 말했다.


같은 날 국토해양부 산하 하천계획과 관계자는 "현재 4대강 정비 사업의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곳은 '4대강 살리기 기획단'"이라며 책임을 떠넘겼다. 그러나 '4대강 살리기 기획단'(이하 기획단) 역시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2일까지 <오마이뉴스>가 10여 차례에 걸쳐 관련 자료를 요청했으나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공개를 거부했다.

지난달 30일 기획단 측 홍보 관계자는 "아직 기획단이 출범하기 전이라 다시 파악해 봐야 한다"고 답했지만 이후에는 "단장에게 보고한 뒤 요청 사항을 검토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후 <오마이뉴스>가 여러 차례 자료를 요청했지만 이 관계자는 "아직 위에 보고하지 못했다" 또는 "직접 전화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기획단의 공식적인 답변은 지난 2일에나 들을 수 있었다. 2일 오후 김희국 기획단장은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대변인실과 협의한 결과 공개하기가 곤란하다는 결정을 내렸다"며 "일반적인 여론조사의 경우 표본오차 등을 공개하지만 이 여론조사는 내부 조사자료이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고 답했다.

<오마이뉴스>는 국토해양부 쪽에 "이미 홈페이지에 여론조사를 공개했는데 내부 조사 자료라고 말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항의했으나 김아무개 홍보 담당관은 "그렇게 결정됐다, 어쩔 수 없다"는 답변만 했다.

전문가 "국가예산으로 진행... 연구개요 당연히 밝혀야"

이에 대해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이번 여론조사는 조사 대상이 된 지역민의 숫자를 정확히 알 수 없어 각 강 유역별 찬반 여론에 대한 표본 오차를 정확히 계산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여론 조사의 설문 문항이 문제가 없다고 해도 조사대상 수가 너무 적은 경우 표본오차가 크게 발생하기 때문에 해당 조사결과를 전적으로 신뢰할 수 없다"며 "금강의 경우 연기군 주민들만 조사했다, 만약 조사대상 수가 100명에서 200명 정도라면 표본 오차는 ±10%에 달해 금강 거주민들이 4대강 정비 사업에 찬성했다고 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한귀영 수석전문위원은 "각 4대강 지역 조사대상 지역 수의 차이는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굳이 4대강 유역 지역민의 여론을 알아보고자 했다면 각 강 유역마다 따로 조사를 진행하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한 위원은 "4대강 정비사업은 그 지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며 "7개 지역 지역민의 여론을 마치 국민 전체의 여론인 것처럼 호도돼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한길리서치의 홍형식 소장은 "선거 여론조사를 제외한 다른 여론조사 자료 공개가 법으로 규정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그러나 동일한 절차를 밟아 동일한 결과가 나오는지 누구나 검증할 수 있도록 표본오차, 응답률, 문항 등을 공개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국가예산을 통해 진행하고, 이미 대외적으로 알렸다면 마땅히 그 연구개요를 공개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낙동강 물길 살리기 여론조사도 조작 논란

한편 지난해 12월 경남발전연구원 등 영남권 3개 시·도 발전연구원이 발표한 '낙동강 물길 살리기' 여론조사가 조사 문항, 조사 대상(전문가그룹)의 편향성으로 의도적인 여론 조작이라는 비판을 받았었다.

당시 영남권 3개 시·도 발전연구원은 지역민 1083명(전화조사), 대학교수 및 관련업체 전문가 109명(면접조사)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 일반 시도민의 75.1% 이상, 대학교수 및 관련업체 전문가의 76.5%가 낙동강 물길 살리기 사업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설문 내용이 문제였다.

"매년 반복되는 낙동강의 홍수피해를 근원적으로 해소하고, 만성적인 수량부족, 그리고 수질오염으로 훼손된 생태계 복원 및 안정적 상수원 확보를 위하여 낙동강 물길 살리기를 추진할 경우, 이러한 목적의 낙동강 물길살리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게 당시 설문 문항이었다. 이 때문에 낙동강 물길 살리기 사업의 당위성만 나열한 문항으로 여론 조작을 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비판을 받았다.
#4대강?정비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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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현안이슈팀·기획취재팀·기동팀·정치부를 거쳤습니다. 지금은 서울시의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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