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은 이미 나왔다, 검찰은 경찰 처벌 포기했다"

[인터뷰] 용산 철거민 사망사건 진상조사단 권영국 변호사

등록 2009.02.08 20:44수정 2009.02.08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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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거민 사망사건 진상조사단 권영국 변호사
철거민 사망사건 진상조사단 권영국 변호사박상규

"기대? 검찰은 경찰을 처벌 못한다. 결론은 이미 나와 있다. 무척 답답한데, 무엇보다 법질서 확립을 이야기하며 인간에 대한 연민이나 아픔 그리고 슬픔 등의 감정을 갖고 있지 않는 정부 때문에 마음이 아프다."

권영국 변호사는 '슬픔', '아픔' 그리고 인간에 대한 '연민' 등을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그런 감정들을 갖고 있지 않은 정부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분노가 담겨 있었지만, 무엇보다 용산 참사를 가까이서 지켜보고 조사한 사람으로서 슬픔이 서려 있었다.

권 변호사는 '용산 철거민 사망사건 진상조사단(아래 진상조사단)'에서 활동하며 지금까지 용산 철거민의 법률 대리인을 맡아왔다. 용산 참사에 대한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9일)를 앞두고 그의 생각을 들어봤다.

권 변호사는 지난 6일 서울 서초동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무실에서, 그리고 8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통화를 통해 검찰 수사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검찰, 철거민 불법행위 조사 땐 연휴도 쉬지 않더니..."

"기대하지 않는다. 답은 이미 나와 있다."

검찰 수사 발표에 대한 그의 일성이다. 권 변호사는 "검찰은 철거민 위법에 대해서는 설날 연휴에도 엄청난 인력을 동원해 수사했지만, 경찰과 용역 위법에 대해서는 몇 명 진술만 듣는 방식으로 조사했다"며 "검찰은 이미 경찰의 처벌을 포기했다"고 편파 수사를 비판했다.


이어 권 변호사는 "검찰이 정부와 코드 맞추기를 했다"며 "객관성을 잃은 검찰은 결국 국민에게 신뢰도 잃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 "전철연이 망루를 설치하고 화염병과 시너를 동원한 시위는 과거에도 있었지만 그 때는 참사가 벌어지지 않았다"며 "결국 경찰의 성급한 진압이 과거와 달랐는데, 그것이 용산 참사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권 변호사와의 일문일답이다.

- 편파 수사 논란이 있는데, 지금까지 검찰 수사를 어떻게 평가하나.
"검찰의 수사 결과는 뻔히 예상된다. 용산 참사 원인을 결국은 철거민들의 과격 행위 탓으로 돌릴 것으로 보인다. 기대는 이미 접었고, 반박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다."

- 구체적으로 검찰 수사에서 무엇이 편파적이고 문제인가.
"화재원인 등에 대해 의지를 갖고 인지수사한 게 아니라, 형식적으로 했다. 철거민의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엄청난 인력을 동원해 설날 연휴도 쉬지 않고 물증을 찾아내려 노력했다. 그런데 경찰과 용역의 위법 행위에 대해서는 몇 명 불러 진술만 들었다.

경찰과 용역의 무선 교신 자료는 있는데, 위법의 증거는 없다? 검찰이 증거를 찾아내야지, 그렇게 하고선 정말 수사를 했다고 말할 수 있나. 사진 등 여러 증거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무엇을 수사했는지 의문이다. 정말 화가 난다. 이렇게 해서 용산 참사로 돌아가신 분들이 제대로 눈을 감을 수 있을까. 검찰은 경찰의 처벌을 포기했다. 결론은 이미 나왔다."

"정부와 코드 맞춘 검찰, 국민 신뢰 못 받을 것"

 권영국 변호사
권영국 변호사박상규
- 검찰은 용역 등에 대해서 처벌 조항이 없다는 말도 하는데.
"무허가 업체라서 경비 업무 관련 법으로 처벌을 못한다니, 그게 말이 되나. 그럼 결국 경비 업무에 종사하지도 않는 자격없는 사람이 물대포를 쏜 것이다. 그건 폭력이다. 폭행죄로 처벌하면 된다."

- 진상조사단도 지금까지 조사를 했다. 참사 원인에 대한 결론은?
"과연 대형 참사 원인이 과격 시위 탓일까? 전국철거민연합은 지금까지 다른 곳에서 망루를 지었고, 용산과 비슷한 시위도 했다. 그때도 화염병, 시너 등이 있었다. 그런데 왜 다른 망루와는 달리 용산에서는 참사가 벌어졌을까. 그게 바로 초점이다.

철거민의 시위 방식은 과거와 비슷했지만 경찰의 무리한 진압은 이전과 달랐다. 수사는 바로 그곳에 맞춰져야 한다. 하지만 검찰은 처음부터 경찰의 공무집행은 처벌 못한다고 했다. 물론 경찰의 과실에 대해서는 조사를 했지만 해명성 수사로 일관했다.

용산 참사 때는 고공에서 경찰특공대가 침투하고 아래에서도 공권력이 올라갔다. 완전히 퇴로를 차단하고 진압한 것인데, 굉장히 위험한 방식이다. 안전을 고려하지 않은 진압인데, 이게 바로 핵심이다."

- 편파적이라는 지적인데, 왜 검찰이 그렇게 했다고 보나.
"정부의 통치 철학에 코드를 맞추는 게 아닐까. 굉장히 유감스럽다. 국가의 안위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는 검찰이다. 검찰은 객관성을 갖고 국민의 인권을 지켜야 한다. 그런데 오히려 공권력에 의해 인권이 침해되고 있다. 결국 검찰은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할 것이다."

- 검찰이 정부와 코드를 맞춘다고?
"그렇다. 현재 정권은 기본적으로 '떼법 문화'를 척결하겠다며 법과 원칙의 확립을 이야기한다. 즉 사회 약자의 마지막 주장을 '떼쓰기' '억지쓰기'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이런 국가의 통치 방식을 스스로에게 그대로 투영하고 있다. 검찰은 원래 대단히 공안적인데, 이런 게 현 정권의 코드와 딱 맞아떨어진다."

검찰 수사결과 발표 후 반박 기자회견 열 예정

 지난달 28일 용산 참사 진상조사단이 고발장을 들고 검찰로 들어가고 있다.
지난달 28일 용산 참사 진상조사단이 고발장을 들고 검찰로 들어가고 있다. 김하진

- 진상조사단 활동을 하면서 무엇이 가장 힘들었나.
"여러 가지 자료에 접근하는 게 가장 어려웠다. 그리고 무엇보다 법질서 확립을 이야기하며 사람에 대한 연민이나 아픔, 그리고 슬픔 같은 걸 정부가 갖고 있지않다는 게 실감났는데, 무척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검찰이 공명정대하게 수사하지 않아 답답했다. 피해자가 가해자가 됐고, 또 많은 철거민들이 높은 형량을 받고 처벌받을 텐데…. 정말 본말이 전도됐다."

- 철거민들의 과격 시위가 참사 원인이라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나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견해를 달리한다. 세입자들은 자기들의 아픈 마음과 절박한 심정을 호소할 데가 없었다. 우리도 그들에 대해서 잘 몰랐고.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행동을 조직하고, 투쟁 경험이 많은 전철연에 가입해 도움을 받는 것이었다. '과격하다' '아니다'를 떠나서 세입자들은 모두 우리 이웃 상인들이었다.

그들은 독립군도 아니고 사회운동가도 아니었다. 그들이 왜 올라갔을까를 생각하면 투쟁의 과격성을 그렇게 나쁘게 비난할 수 있을까? 가령 '당신이 똑같은 처지였다면 어떻게 할래?'라고 물어보자. 그러면 '나는 손해보고 그냥 나갈 거야'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1, 2천만원도 아니고 억대의 손해가 났다. 그러면 그들이 뭘 할 수 있을까. 전철연의 과격성만 보고 그들이 나쁘다고 비난하는 건 표면만 보고 말하는 것이다."

- 철거민과 경찰특공대의 사망원도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망루에서 탈출했던 사람이 왜 망루 안에서 사망했는지, 정말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타살인지 아닌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경찰이 부검을 그렇게 서둘렀어야 했던 이유가 무엇인지 정말 궁금하다. 검찰은 법원 영장 있으면 부검할 수 있다고 말하는데, 그건 정말 싸가지 없고 인간말종들이나 하는 말이다. 자기 부모님 시신이 함부로 부검된다고 하면 그렇게 말할 수 있을까?"

- 향후 진상조사단 계획은?
"우선 검찰 수사 결과를 조목조목 반박할 예정이다. 그리고 많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철거민들의 상황, 경찰의 진압 방식, 경찰과 용역업체의 유착 등에 대해 조사해 자료집을 만들 생각이다."
#용산참사 #철거민 #권영국 #민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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