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 시내에 있는 이맘 호메이니 모스크 앞에 붙어있던 포스터. 페르시아어를 몰라서 정확한 뜻은 알 수 없으나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침공을 규탄하는 사진인 것 같다.
김은주
이런 생각의 바탕에는 이란에 대한 미국식 가치관이 관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국 방송에 노출되는 시간이 많은 우리로서는 미국의 목소리만으로 이란을 볼 수밖에 없으니 편견을 갖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나를 걱정해주는 사람들이 미국방송 CNN의 목소리를 듣고, '이란은 테러집단'이라는 생각에 동조한다면 내 경우에는 반대입니다. 난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의 영화나 <천국의 아이들> 시리즈를 통해 이란을 이해했습니다. 그래서 어쩌면 나도 이란에 대해서 환상을 갖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영화에서 본 이란사람들은 너무나 순박합니다. 순수하고 욕심이 없습니다. 그리고 굉장히 진지합니다.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영화 <올리브 나무 사이로>에 나오는 순진한 청년 호세인의 진지함은 언제나 미소를 짓게 만듭니다.
어른인데도 이들이 이런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종교의 영향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이란은 종교지도자인 호메이니가 최고 권력을 갖게 되면서 왕조국가에서 이란이슬람공화국으로 대변신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법 위에 이슬람 율법을 올려놓았습니다.
이 나라를 지배하는 것은 자본주의도 두꺼운 법전도 아니고 신의 뜻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모두 신에게 다가가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들은 인간이 본래 갖고 있던 순수성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질보다는 신을 숭배하는 사람들, 욕심 없이 소박하게 사는 사람들, 순박하고 순수한 표정, 사심 없이 손님을 왕처럼 대접하는 사람들, 이런 게 내가 이란에 대해 갖고 있는 이미지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이란은 어떤 나라고,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을까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여자들에게 차도르라는 검은 천을 뒤집어씌운 채 여자의 인권을 억압하고, 무슬림의 집단 이기주의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못하는 일이 없는, 종교적 광기에 빠진 나라일까요?
아니면 이란 영화에서 보인 것처럼 순진한고 순박한 사람들이 물질주의의 병폐를 비킨 채 보다 숭고한 가치를 지키며 나름의 삶을 건강하게 꾸려가는 그런 나라일까요? 이번 여행을 통해 이란에 대한 이런 저런 편견을 깨고 이란이라는 나라에 보다 다가가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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