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일요일이 좋다>의 한 코너인 '패밀리가 떴다'..
SBS
요즘 TV를 켜면 리얼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아주 많이 한다. MBC <무한도전>, KBS <1박2일>, SBS <패밀리가 떳다> 등 리얼버라이어티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국민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그래서 필자도 쉬는 날이면 꼭 챙겨본다.
특히 <패밀리가 떳다>는 다른 프로그램과 다르게 공주와 같은 여성 연예인이 부스스한 차림으로 나와 어리버리한 모습을 보여 자주 시청한다. 이효리와 같은 국민 요정이 세수도 하지 않는 체 방송에 나오기도 하고, 도도하게 보였던 박예진이 푼수와 같은 행동을 하기도 해 시청자들에게 폭소를 준다.
하지만 <패밀리가 떳다>를 보면 볼수록 찜찜한 장면이 매 방송 마다 나온다. 그것은 남녀 출연자들이 칸막이가 없는 숙소에서 같이 잠을 자는 것이다. 물론 방에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다고는 하지만 남자와 함께 자야하는 여성 출연자들은 불편하지 않을까? 그리고 출연진들에게 충분한 동의를 받고 혼숙을 하는 것인가? 설령 동의를 받았다고 해도 방송에서 혼숙 장면을 보여주는 것은 잘못 된 것 아닐까?
대학사회에서 당연시 되고 있는 혼숙대학교에 처음 입학 했을 때 가장 충격적인 사실은 혼숙을 당연시 하는 태도였다. 오히려 혼숙은 대학에 오면 꼭 한번 해봐야 하는 로망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문제가 생기더라도 쉬쉬하는 분위기가 너무 당연한 것과 같이 여겨지고 있다.
혼숙에 대해 선배들에게 문제제기 했을 때 돌아오는 답은 ‘남자 여자가 단둘이 있는 것도 아니고 다 같이 있는데 무슨 일 있겠니?’ ‘술이 취해서 다들 뻗었는데 그런 생각 할 겨를이 있냐?’ ‘설령 원치 않는 스킨십이 있더라도 친한 사이에 그 정도는 이해 할 수 있는 거 아니니?’ 등 이다. 매번 문제제기 해도 선배들의 대답은 똑 같았다. 하지만 해가 갈수록 신입생들이 혼숙에 대해서 매우 불편해 한다는 것을 느꼈다.
필자는 작년에 부산 해운대 모 수련회에서 열린 신입생 환영회에 갔었다. 그 당시 50여명의 남녀 대학생들이 큰 방에서 둥글게 앉아 늦은 시간 까지 술을 마셨었다. 다들 피곤해서 술을 먹은 자리에서 이리 저리 잠을 청했었다. 필자는 여자 신입생과 같은 방에서 잠을 청하기 매우 불편해서 남자만 있는 방을 찾아 방을 나왔다.
그 때 5명 쯤 되는 신입생 여자 학생들이 복도를 배회하고 있었다. 그 친구들에게 왜 안자고 나와 있냐고 물으니 대뜸 “잠이 안 오기도 하고, 애들이랑 이야기도 더 하고 싶어서요” 라고 대답했다. 그 당시에는 처음 만난 신입생들끼리 친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고 올해 과 분위기가 좋겠구나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행사가 끝나고 그 친구들 중에 한 명이 필자에게 “선배 저 남녀가 같이 자야 하는 게 불편해서 어제 잠을 못 잤어요”라고 말했다. 필자가 그 친구에게 해 줄 수 있는 말은 선배가 이런 문화를 못 고쳐서 미안하고 니 생각이 옳다 라는 것 뿐 이었다.
혼숙은 성적자기결정권을 침해 하는 것이다.
누구나 자신이 가지고 있는 성과 관련된 문제에 있어 자신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이것을 우리는 성적자기결정권이라 부른다. 이것은 단지 내가 누구와 행위로서의 섹스(sex)를 할 것인가를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다. 자신 스스로 자신의 성 정체성을 결정할 수 있는 권리인 것과 동시에 신체와 성에 대한 권리가 본인에게만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