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엄태항 봉화군수, 이충렬 감독. 네번째가 주인공 이삼순 할머니
김수종
<워낭소리>는 지난 15년 동안 방송용 다큐멘터리만 만들어온 독립 PD인 이충렬 감독이 IMF 이후 아버지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려던 차에, 예전에 방문했을 당시의 기억을 더듬어 다시 봉화에 와보니 쇠락한 고향의 느낌이 들어 촬영 장소로 결정했다고 한다.
이 감독은 봉화축협 관계자에게 다리가 불편하신 봉화군 상운면 하눌리의 여든 살 할아버지와 평균 수명의 두 배 이상을 산 늙은 소 이야기를 전해 듣고는 바로 낙점하고 2년여 동안 촬영했다.
당초 <워낭소리>는 방송용으로 기획, 제작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었다. 6~7년 동안 기획, 촬영과 편집을 거쳐 완성한 대작이었지만 다가서는 방송사마다 퇴짜를 놓았다.
힘들게 만들어 놓은 역작이지만 지상파방송 편성시간을 따내지 못하여 케이블TV를 찾아간다. 그러나 이마저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된다.
하지만 대중에 공개될 기회를 얻지 못하던 <워낭소리>는 우연한 기회에 독립영화를 배급해온 인디스토리를 만났다. 기어코 2008년 10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일반에 첫 선을 보여 PIFF메세나상(최우수 다큐멘터리상)을 받았고, 제34회 서울독립영화제 관객상, 2009년 선댄스영화제 다큐멘터리 경쟁부문 진출 등의 쾌거를 올렸다.
봉화군청 인근 관람석 340석의 청소년센터에서 열린 이번 특별상영회는 봉화군에서 촬영한 영화를 정작 지역민들은 개봉관이 없어 볼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까워 봉화군청이 특별히 마련한 것이다. <워낭소리>는 전국 120여개 극장에서 12일 현재 50만 명에 가까운 관객들이 관람했다.
수십년 서로를 보듬어온 팔순 농부와 마흔 살 소의 진한 온기를 느낄 수 있는 감동 다큐로서 관객과 평단 모두에게 대단한 호응을 얻고 있는 이 영화는 저예산 독립영화에 다큐멘터리라는 장르임에도 지난 1월 15일 7개 영화관을 시작으로 개봉해 전국 10만 명을 기점으로 매일 상영 개봉관을 확대하여 120여개에 이르는 등 극장가에서 연일 신기록을 수립하며 돌풍을 몰고 오고 있다.
이번 시사회를 마련한 엄태항 봉화군수는 "우리 지역에서 촬영한 영화 '워낭소리'가 감동적인 이야기로 전국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데 정작 봉화군민들은 거의 접할 기회가 없다"면서 "좋은 영화를 군민들과 함께 나누고자 자리를 마련했다"고 특별상영회 취지를 밝혔다.
무엇보다 이날 특별상영회는 영화 촬영지에서 감독과 주인공이 함께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