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식이 진행되는 동안 교단에 서지 못한 김윤주 교사가 졸업생들에게 아쉬운 인사말을 건네고 있다.
권우성
어느 가수는 "사랑은 봄비처럼 내 마음 적시"며 다가오지만 "이별은 겨울비처럼 두 눈을 적시"며 다가온다고 노래했던가.
지난 12월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해임 통보를 받은 김윤주 교사 제자들의 졸업식을 보기 위해 서울 청운초등학교로 향하는 13일 아침. 비 내리는 모습을 보면서 '이 비는 가뭄 해갈에 도움이 될까'라는 기특한 생각 같은 건 들지 않았다. 그런 것보다는 비 내리는 날의 졸업식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를 생각했다.
애정의 끝을 확인하고 뒤돌아서는 연인들의 이별 모습과 초등학교 졸업식은 분명 성격이 다르지만, 날씨라는 변수는 뭔가 특별한 풍경을 상상케 했다.
약 2개월 전에 있었던 교사 해직 사태. 철거민들 5명과 경찰 1명이 거리에서 갑자기 사망하는 '다이내믹 코리아'에서 해직 교사는 이젠 뉴스도 아니다. 흐르는 세월 앞에 장사 없고, 무뎌지고 잊히는 건 세상의 작동원리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지 않은 세월이 흘러도 잊을 수 없는 상처가 있는 법이듯, 사람에게는 누구에게나 잊어서는 안 되는 이와 지울 수 없는 역사라는 게 있다. 다소 버거울지라도, 그런 망각을 넘어서려는 몸짓이야말로 세상을 이끌어 가는 이들에 대한 예의일 것이다.
비오는 날 방문한 청운초등학교 6학년 4반 아이들 30여 명은 바로 망각을 넘어서는 몸짓이란 과연 무엇인지를, 너무도 잘 잊고 지나치는 세상 앞에서 펼쳐 보였다.
'전' 담임 김윤주 교사가 교실에 들어서기 전부터 교실에는 노란 풍선이 가득했고, 복도 쪽 창가에는 작은 현수막이 걸렸다. 풍선에는 "우리 선생님을 돌려주세요"라는 글귀가 쓰여 이었다. 반 아이들의 사진이 모두 새겨진 현수막에는 김 교사에게 보내는 짧은 글이 적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