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왕산 억새 태우기배바우 정상에서 내려다 본 화왕산성 동문쪽 모습
박종국
잠시 호흡을 가다듬으며 엿들으니 이번 화재 참사에 대한 두 분의 생각은 크게 달랐다. 먼저 분의 생각은 “새(혀)가 빠지도록 행사를 준비했는데, 불의의 사고를 당해 그 수고로움이 다 묻혀버렸다”는 얘기고, 다른 한 분의 견해는 “행사의 의미를 따지기 전에 산상에서 불을 지폈다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는 이야기였다. 이번 참사에 따른 창녕지역 여론의 향방도 이와 비슷하다.
산상에서 불을 지르다니 그게 말이 되나동행한 아내와 서문까지 오르는데 한 시간 남짓 소요됐다. 그러나 도중에 만난 사람들이라고는 하산하는 몇 명뿐이었고, 산정에서 만난 사람들도 겨우 손가락을 꼽을 정도였다. 이곳은 참사 이전에는 토요일이면 제법 많은 등산객들로 붐볐다.
13일, 단비(창녕지역 30㎜)가 내렸음에도 억새가 타고 남은 새까만 잿더미는 그대로 쌓인 채 역한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곧바로 진행본부가 있었던 곳으로 갔다. 어떻게 지금의 상황을 설명할까. 미처 치우지 못한 행사진행 물품들이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어 사고 당시 절박했던 모습들을 짐작할 수 있었다(기자는 행사 당일 오후 4시쯤 본행사장에 도착하여 억새 태우기 행사직전 화왕산 정산 발치에 있었다. 이곳은 참사가 일어난 배바위와는 반대편에 위치한 곳이다). 진행본부가 있는 사고 현장은 “정말 아수라장이었다”고 할 만큼 처참했다.
불에 탄 옷가지들과 신발, 갖가지 등산용품 그리고 아무렇게나 방치되어 있는 등짐소화용기 등이 그대로 놓여 있었다. 기자가 작년 11월 23일 화왕산에 올랐을 때만 해도 억새는 바짝 말라있었다. 워낙 가뭄이 심했던 까닭도 있었지만, 내년에 억새 태우기를 한다는 기대로 보다 관심을 가졌던 것이다. 올해 억새는 키가 잘 자라지는 않았지만 세는 참 좋았다. 세가 좋다는 것은 그만큼 억새가 빽빽하게 자랐다는 얘기다.
진행본부 조금 위에 행사 당일 진행요원을 위해 마련했던 갖가지 먹을거리들이 채 뜯지도 않은 채 그대로 놓여 있었다. 300인분이 족히 되고 남을 밥과 국, 김치, 사발면 등이 무더기로 쌓여 있었다. 추운 날씨에 국을 데우려고 설치했던 국솥은 가스통에 연결되지 않은 채였다. 짐작컨대 그날 밤새 공무원들과 진행요원, 소방대원들은 밥 한 톨 넘기지 못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