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쉼터쌈지공원, 와우공원
김찬순
새벽 산책길 나서면 으레 하늘을 보며 기도를 한다. 어두운 하늘이 점점 파란빛으로 변하는 새벽길은 나에게 많은 것을 생각케 한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지난 일을 많이 돌아보게 되고, 주변의 보잘 것 없는 풀과 나무에 새삼스레 고마운 마음을 가지게 된다.
살면서 늘 풍족하지 못한 가난이 싫었지만, 지금와서 생각하면 나는 너무 많은 것을 가진 것이다. 돈이 아니면 살 수 없는 것들을 많이 가졌다는 것을 왜 몰랐을까. 무엇보다 엄청난 자연의 은혜를 받았다. 조금 걸어가면 넓은 바다, 그리고 산과 들, 마을의 도서관, 문화시설, 쌈지 공원 등 나를 위해 다 건립해 놓은 것이라는 생각이 드니 말이다.
새벽 산보 하다보면, 온 동네 쌈지 공원이 내 정원이 된다. 새벽이란 시간은 분주한 대낮에 비해 공원 이용하기가 호젓해서 좋다. '쌈지 공원'의 '쌈지'란 담배, 돈, 부시 따위를 싸서 가지고 다니는 작은 주머니, 가죽, 종이, 헝겊 등을 이른다. 생각해 보면 마을의 공공시설 은 쌈짓돈처럼 귀한 은혜다. 좁은 주택 공간에서 생활하는 나의 마당 같은 쌈지공원.
장산 신시가지 아파트 중심에 자리한 이 와우 쌈지공원은 언제나 햇빛이 따뜻하다. 주위의 건물에서 비교적 떨어져 있어, 공간이 넓고, 이웃 동네 사람들 우리 동네 아이들 다 모여 한동네 식구가 된다. 동네 쌈지 공원에 나오면 초면이라도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인사를 나누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