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그린연주 연습에 몰두한 어르신들
박창우
단원 대부분이 군대 시절 군악대나 학창 시절 음대 출신이라던데, 역시 실력이 예사롭지 않다. 지친 기색 없이 연속해서 몇 곡이나 소화한 뒤야서야 백발의 노신사들은 잠시 휴식 시간을 가졌다. (이틈에 인터뷰다!)
“아, 젊어서야 못 다룬 악기가 없었지~. 방송국에서 악단장 생활을 했거든. 라틴, 재즈, 대중음악 등 장르도 다 소화했어. 그런데, 나이 들어 보니까 그때 연주했던 거는 다 직업 때문에 했던 거고, 누군가를 즐겁게 해주려는 목적이 약했던 생각이 들어. 하지만 이곳에서는 정서적으로 메마른 사람들을 위해 무료로 연주하니 나도 즐겁고 듣는 사람도 즐겁고, 모두에게 좋은 일인 듯 싶어.”
에버그린 악장을 맡고 있는 박화실(73) 할아버지는 무료봉사를 통해 소외된 이웃들에게 음악을 들려주는 일이 에버그린의 목적이며, 자신 또한 그런 의미에서 참여하고 있음을 밝혔다.
실제로 에버그린은 2003년 창단 이후 6년간 소록도를 찾아 한센병 환자들에게 음악선물을, 음성 꽃동네 장애인들에게 음악감동을 안겨 주는 등 주위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자진해서 봉사활동을 펼쳐오고 있다. 양로원과 사회복지관 등도 빼놓지 않았다. 지금까지 120회가 넘는 위문 공연을 다녔다고 하니, 그 열정과 에너지가 새삼 부럽기만 하다.
음악 또한 어려운 클래식 종류가 아닌 대중가요를 택했다. 웃음을 잃고 지내는 소외된 이웃들에게 희망을 안겨주기 위해서는 신나고 친숙한 음악이 좋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분들이 대중가요만 연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팝, 국악, 퓨전음악 등 해낼 수 없는 장르가 없다고 노신사들은 입을 모았다. 매년 연말에 개최되는 정기공연에서는 이 모든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고 하니, 한번 기대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한편, 에버그린에게 지난해는 잊을 수 없는 한해였다고 한다. 문화예술위원회와 법무부, 기회재정부, 복권위원회 등의 후원에 힘입어 ‘신나는 예술여행 전국 순회공연’을 마무리했기 때문이다. 어르신들은 4개월 동안의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며 전국 10개 교도소 4천여명의 재소자들에게 음악선물을 안겨줬다.
“그때 공연을 통해 알았는데, 우리나라에 약 6만여 명의 재소자가 있다고 하네요. 하지만 이들이 형기를 마치고 나오면 사회는 이들을 받아주지 않아요. 이렇게 많은 사람이 희망을 잃고 살아가는 거죠.
제가 돈이 많으면 성금을 통해 이들을 도와주겠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이고, 또 다른 이들처럼 밥이나 빨래와 같은 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전 그저 제가 할 수 있는 노래를 통해 이들을 즐겁해 해드리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