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도덕도 없는 전경련... 20대가 만만한가

[주장] 전경련, 초임 임금 삭감 발표... 20대가 나서야 할 때

등록 2009.02.27 18:04수정 2009.02.27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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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이 기업의 초봉임금을 삭감한다는 발표를 하였다. 이것은 단순히 신입사원의 임금을 줄이겠다는 말이 아니다. 20대 전부를 싼값에 사겠다는 이야기이다. 노동력 구매자인 기업이 노동력 상품인 20대들의 가격을 결정한 것이다. 사람을 상품으로 보는 문제는 차치한다고 하더라도 전경련은 최소한의 상도덕도 지키지 않았다. 에누리 없는 장사가 없다 하지만, 이건 해도 해도 너무한 처사이다.

 

재래시장에서 콩나물 값 500원 깎는 것은 물건을 파는 사람이나 사는 사람이나 피차 어려운 사정을 공유하고 이루어지는 도덕적 상거래이다. 그러나 이번 전경련 발표는 수백억씩 벌어들이는 부자가 길거리를 전전하며 노점상들의 가판을 발로 차버리겠다는 이야기이다.

 

사실, 20대들의 초임을 삭감하지 않아도 기업들은 예전부터 상도덕을 어기고 있었다. 대학생들의 대부분은 졸업 이후 취직을 목표로 공부한다. 양질의 노동자가 되겠다는 이야기다.

 

기업은 자신들을 위해 20대들이 청춘을 바쳐 열심히 공부하는 것에 감사해야 한다. 그럼에도 기업들은 이 양질의 노동력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조금의 책임도 지지 않는다.

 

가령 건축설계사가 꿈인 개인은 초, 중, 고등학교 과정을 마치고 대학에 가서 열심히 공부를 한다. 그리고 건축회사에 취직을 하기 위해, 토익과 토플은 기본이고 각종 자격증을 따려고 열심히 노력한다. 중요한 것은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이다. 한국에서는 이 모든 비용을 개인에게 부과한다. 특히 대학생들의 학자금은 정부가 나서서 싸게 빌려줄 테니 빌리라고 이야기한다. 국가는 나서서 지원을 할 생각은 하지 않고, 연 7.6%의 비싼 이자놀이를 하고 있다. 

 

한 술 더 떠, 대통령이라는 사람은 청년실업문제에 대해서 항상 '눈높이가 높다', '중소기업에 가지 않는다!'라고 이야기한다. 이렇게 많은 빚을 지고 어떻게 미래가 불확실한 중소기업에 가겠는가? 심지어 이들 청년들은 자신의 삶뿐만 아니라 부모의 삶도 책임져야 한다. 그들의 부모들은 이미 800만 비정규직의 한 명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슬픈 진실은 이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자신의 아이들이 20대의 고급인력이 될 때까지 필요한 각종 교육비와 주거, 의료비 등을 모두 부담한다는 사실이다. 이것이 20대 청년들이 영원히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의 비밀이다.

 

반면, 기업은 돈 한 푼 안 들이고 고급인력을 얻는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당장이라도 무상교육을 도입해도 이상하지 않은 일이다. 서유럽의 교육비가 싸거나 무상교육이 실시되는 것은 교육이 인간의 권리라는 사회적 합의도 있지만, 기업 처지에서도 손해 볼 것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자유주의자조차 이러한 논리를 '인적자본론'이라는 이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기업들이 교육수준에 따라 임금을 차등지급 하는 것과 노동자들의 교육훈련에 대해서 지원을 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번 전경련의 발표는 그들이 표방하는 시장논리의 관점에서도 받아들이기 힘든 결정이다.


최근, 고통분담을 통해 경제위기를 극복하자며 노·사·정 합의를 발표했다. 그러나 전경련의 발표는 이 고통분담의 본질이 무엇인지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그것은 고통분담이 아니라 경제위기의 책임을 평범한 청년들과 국민들에게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심지어 20대 청년들은 기업과 협상을 할 수도 없는 '예비노동자'이다. 20대들은 미래의 임금에 대해 어떠한 선택권도 없는 것이다.

 

기업들은 20대 청년들이 치열하게 살아온 과거의 시간에 대해서는 일말의 책임도 지지 않다가 그들의 미래조차 빼앗으려고 한다. 전경련이 이왕에 기업의 개별 노동자가 아니라 20대들 전체의 임금을 삭감하겠다고 했으니 20대 역시 개별적으로 싸울 필요가 없다. 게다가 20대는 협상조차 할 수 없는 상태다. 결국 20대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사회적 해결, 즉 그들의 저항밖에 없다. 자신들의 미래를 바꾸기 위한 싸움에 20대 전체가 나서야 할 때이다.

덧붙이는 글 | 인터넷신문 프로메테우스에도 송고하였습니다. 

2009.02.27 18:04ⓒ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인터넷신문 프로메테우스에도 송고하였습니다. 
#전경련 #임금삭감 #박정훈 #청년실업 #20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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