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활동 중인 김길만 씨. 그의 작업도구는 평범한 나무젓가락 하나가 전부다.
양산시민신문
"일부이기는 하지만 예술 하는 사람들조차 '어차피 저녁이면 파도에 휩쓸리고 바람에 날려 사라질 것을 왜 하느냐?'라고 묻곤 하죠. 그 말이 맞긴 맞습니다. 하지만 제 입장에서는 취미이고, 또 모래조각의 매력도 바로 거기 있습니다. 벽에 걸린 그림은 보기 좋건 싫건 간에 늘 그 자리에 있지만 모래조각은 오늘 보지 못하면 내일 다시 볼 수 없다는 아쉬움 때문에 더 좋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더 좋아하는 것 같고요. 오히려 수명이 짧다는 것이 신선함으로 남을 수 있는 것입니다. 비록 남는 것은 사진밖에 없지만 모래조각이 완성되는 그 순간의 희열을 맛보기 위해 고생을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하루밖에 볼 수 없다는 아쉬움. 김길만 씨는 모래조각의 그 아쉬움을 사랑하는 것이다.
김길만 씨가 모래조각을 시작한 지 어언 20여년. 그동안 600여점이 넘는 많은 작품을 만들었다. 하지만 그 가운데 스스로 작품다운 작품을 만들기 시작한지는 불과 5년 전부터라고 한다. 마음에 드는 작품도 20여점이 고작이다. 도예가가 수백 개의 도자기를 깨고 마음에 드는 작품 하나를 얻듯, 김길만 씨도 마음에 드는 작품이 만들어 지는 날이면 말할 수 없는 기쁨을 느낀다. 그런 작품이 만들어지는 날은 사람들의 반응부터 다르다고 한다.
김길만 씨의 모래조각을 본 사람이라면 그의 귀신같은 솜씨에 탄성을 내지른다. '흔하디흔한 모래로 이렇게 아름다운 조각을 만들 수 있구나!'라는 감탄과 함께 모래로 표현하는 섬세한 표정과 묘사에 혀를 내두르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더 놀라운 것은 그것을 단지 나무젓가락 하나로 만든다는 것이다. 아름다운 작품을 만든 도구가 일개 나무젓가락뿐이라는 것, 더구나 그것을 사용하게 된 계기가 모래조각을 구경하던 어린아이가 먹다가 버린 핫도그 막대기였다는 사실은 이 이야기를 드는 사람들을 조금은 어이없게 하기도 한다.
인터넷과 언론을 통해 김길만 씨의 모래조각이 유명세를 타면서 모래조각을 배우겠다는 사람이 생겨났다. 하지만 아직 누구도 모래조각을 배워간 사람은 없다. 무술 고수에게 비법을 배우기 위해서는 고된 수련을 감수해야 하듯 김길만씨도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힘든 보조 일부터 시켰다고 한다. 모두 그 순간을 버티지 못하고 그만둬 버린 것이다.
힘든 보조 일을 시킨 것은 김길만씨가 기술을 가르쳐 주기 싫어서가 아니다. 오히려 제자를 키우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더 크고, 앞으로 기술을 전수할 제자를 키워야 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될 수 있으면 끈기 있는 사람에게 기술을 전수하고자 하는 것이 작은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