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역최근 지하철에서 지갑과 핸드폰을 잃어버렸다며 교통비를 달라는 신종 사기성 '구걸'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한현자
을지로쪽으로 직장을 나가기 때문에 제가 주로 이용하는 지하철은 2호선입니다. 그런데 어제 퇴근할 때 지난번에 만났던 그 아줌마가 언뜻 눈에 띄었습니다. 지하철을 기다리는 동안 아줌마를 자세히 살펴보니 놀랍게도 제게 차비를 얻은 것처럼 다른 여성들에게 돈을 빌리고 있었습니다.
순간 저 아줌마가 요즘 말하는 '지하철 교통비 걸인'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속으로는 괘씸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70이 다 된 노인분들도 폐지를 주워 하루 기껏해야 3천원을 버는데, 처음 만난 사람들에게 다짜고짜 지갑을 깜빡했거나 아니면 잃어버렸다 하고 2~3천원을 받는 것은 너무 쉬운 돈벌이였기 때문입니다.
요즘 살기가 어렵다지만 어려운 사람을 만나면 시민들은 십시일반의 심정으로 도와주고 있습니다. 이런 심리를 교묘히 악용해 교통비 구걸을 하며 손쉽게 돈을 버는 것입니다. 을지로 경유 2호선 뿐만 아니라 서울 시내 지하철을 다 순회하며 저에게 접근한 그 수법으로 차비를 얻는다면 그 돈만도 꽤 많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땀 흘리지 않고 쉽게 돈을 벌려는 그 신종 교통비 구걸 아줌마와 폐지 줍는 노인이 극명하게 대비돼 씁쓸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사기성 걸인들은 서울역에서 노숙생활을 하며 행인들에게 무작정 손을 벌리는 사람보다 더 나쁜 사람입니다. 솔직하게 돈이 없어 구걸을 하는 것과 거짓말로 지갑을 놓고 왔다며 돈을 달라는 것은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말쑥하게 옷을 차려입고 지갑과 핸드폰을 놓고 왔다는 사람들은 일단 의심부터 해야 하는데, 혹시라도 정말 지갑을 두고 온 사람들마저 '교통비 걸인'으로 오해받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매일 출퇴근하면서 이용하는 지하철역에서 '교통비'를 구걸하는 아줌마들은 오늘도 사람들을 기웃 기웃 거리며 돈을 얻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같은 지하철에서 하루 종일 노구를 이끌고 폐지를 주우며 하루 3천원의 돈을 벌기 위해 힘들게 일하는 노인들도 있습니다. 모두가 다 어렵지만 잔머리 굴려가며 쉽게 돈을 얻으려는 사람들은 생각을 바꾸기 바랍니다. 한 두번 속아 넘어가 처음에는 몇 천원의 돈을 줄지 모르지만 그 술수는 오래가지 못할 것입니다.
경기가 어렵다 보니 요즘 지하철 풍속도가 많이 바뀌고 있습니다. 그러나 살기 어렵다고 교통비를 구걸하는 '사기성 걸인'은 보고 싶지 않습니다. 이런 사람들, 폐지 줍는 노인들에게 부끄럽지도 않나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Daum) 블로그뉴스에도 송고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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