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 편식고치기 작전?

등록 2009.03.11 11:55수정 2009.03.11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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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가 좋아하는 반찬만 먹고 있다.

"시금치랑 콩나물도 먹어"

후다닥 밥만 입에 넣고는

"밥 다 먹었어. 배불러 더 못 먹어"

 

야채를 무진장 싫어하는 딸. 어떤 때는 식판처럼 아이가 먹을 반찬을 따로 챙긴 적도 있다. 하지만, 그것도 쉽지 않았다. 아이가 밥 먹기 전부터 스트레스를 받고, 따로 차리는 것이 번거롭고 귀찮은 일이기도 했기에.

 

그런 딸의 모습에서 내 유년의 기억이 떠오른다. 하루는 친척집에 놀러갔다. 점심으로 라면을 먹는데 그 속에 싫어하던 '파'가 들어 있었다. 평소처럼 아무 생각 없이 파를 골라내고 있었다. 그 순간 큰 오빠에게 딱 걸렸다. 무서운 눈초리로,

"파 골라내지 말고 다 무라" 하는 말에, 눈물을 삼키며 억지로 먹었다. '도대체 먹기 싫은 음식을 왜 억지로 먹어야 하는지' 반감이 들었지만, 감히 '항명'을 할 수는 없었다.

 

그 후, 큰오빠는 밥상머리에서 내게 눈길을 주었다. 해서, 나의 편식습관은 조금씩 나아졌다. 지금은? 파가 맛있다. 음식마다 잘 넣는다. 채식을 좋아한다. 물론, 고기도 좋아하고. 그 때는 원망스럽던 오빠가 지금은 고맙기까지 하다.

 

반면, 딸의 편식습관에는 남편이 한 몫 거들었다.

"00야, 먹기 싫으면 먹지 마라."

"아 먹기 싫은 거 억지로 먹이지 마라. 때 되면 다 먹는다."

 

헌데, 그렇지가 않다. 초등4학년 딸아이가 피자를 먹으러 가도 양파를 솔솔 빼내는 것을 보면 화가 치민다. 부모 앞이니까 그래도 딸이기에 괜찮지만, 다른 이들과 함께 할 때 그러면 얼마나 꼴 보기 싫을까?

 

또, 바른 식습관은 평생의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 올해는 아이의 편식습관을 고쳐서 적절한 식습관을 형성하도록 하리라. 문제는 방법론이다. 어떻게 하면 야채를 잘 먹을 수 있을까?

 

"00아, 어떻게 하면 야채를 먹을 수 있을까?"

"김밥 말아줘. 그럼, 당근이랑 시금치 먹잖아"

 

딸아이는 엄마가 말아준 김밥을 무척 좋아한다. 김밥을 먹으면서 그 속에 든 야채를 빼내지는 않는다. 잘 먹는다. 해서, 거기서 힌트를 얻었다. 아, 좋아하는 음식에 조금씩 야채를 침투시켜서 맛에 익숙해지면 야채를 잘 먹게 되지 않을까?

 

김밥만 먹을 수는 없는 노릇. 하루는 '야채볶음밥'을 했다. 감자, 당근, 양파를 잘게 썰어 넣고, 무마용으로 딸이 좋아하는 소고기와 햄을 적당하게 섞어서 볶음밥을 해 주었다.

 

"맛이 어때?"

"짱 맛있어. 엄마, 볶음밥 장사해도 되겠다."

"고마워. 많이 먹어"

 

그리고 보니, 잡채, 카레라이스, 부침개 등등 야채를 이용한 음식들을 찾으면 많다. 헌데, 그동안 너무 원색적으로 나물을 무쳐서, 어른 입맛으로 아이에게 야채를 들이민 것은 아닌가 싶다.

 

그저께는 딸아이가 학교를 다녀와서,

"엄마, 오늘 급식으로 나온 방울토마토 다 먹었어."

"웬일이야?"

"그게 선생님 때문에. 다 먹으라고 하셔서"

"고마우신 선생님이네. 아이들 건강생각해서 그렇게 다 챙겨주시고. 근데, 방울토마토도 자꾸 먹으면 맛있어."

 

어제 학교를 다녀온 딸,

"엄마, 오늘은 나물에 버섯, 김치까지 다 먹었어."

"엄마가 칭찬해줄게. 너무 잘 했어"

"선생님께서 골고루 다 먹어야 한다고 하셔서"

"선생님 짱이다. 근데, 선생님은 점심을 어디서 드셔?"

"우리랑 같이 드셔"

"엄마는 선생님께 너무 고맙다."

 

딸아이는 다른 음식들은 잘 먹는 편이다. 사실, 없어서 못 먹는다. 하지만, 과일 중에는 토마토, 그리고 야채는 김치를 제외하면 대개 다 싫어한다. 특히, 요즘 아이들은 입에 맞는 먹는 것들이 넘쳐서 나물을 싫어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아이의 건강을 생각한다면 적절한 시기에 이런 식습관은 고쳐져야 한다.

 

이럴 때 아이의 식습관에 관심을 가지고 신경 써주시는 선생님께서 딱 버티고 계시니 엄마입장에서는 얼마나 든든하고 고마운지. 선생님이라는 존재가 엄마보다는 좀 더 쉽게 아이의 행동을 고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아이가 지금은 조금 힘들겠지만 나중에는 선생님께 고마운 마음을 갖지 않을까 싶다.

 

언젠가는 여러 가지 나물을 듬뿍 넣고 고추장 쓱쓱 비벼서 딸과 맛있게 비빔밥 먹는 날이 오지 않을까?

2009.03.11 11:55ⓒ 2009 OhmyNews
#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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