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지역 일부 문인들이 '마산문학관'을 '노산(이은상)문학관'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는 가운데, 3·15의거기념사업회 백한기 회장의 발언이 논란을 빚고 있다.
백 회장은 지난 9일 마산시청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으며, <경남신문>은 다음 날 "마산 '3·15'-'가고파' 화해하나"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이에 열린사회희망연대(공동대표 이동근·김종연·박철·조광호)는 백 회장의 발언은 '망언'이라며 즉각 철회를 촉구했다.
마산시 상남동에 있는 마산문학관은 2005년 10월 개관했다. 당초 마산시는 이은상의 아호를 딴 '노산문학관'으로 지으려고 했다. 그러자 열린사회희망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이은상은 3·15의거에 대해 '지성을 잃어버린 데모'라거나 '불합리·불합법이 빚어낸 불상사'로 매도해 3·15와 마산 시민을 배신했다"며 '노산문학관' 명칭 반대운동을 벌였다.
논란 끝에 마산시의회에서 '마산문학관'으로 확정했던 것이다. 그런데 지난해 말부터 마산문인협회와 일부 마산시의원들은 '마산문학관'을 '노산문학관'으로 명칭을 변경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백한기 회장, "'가고파'와의 문제를 풀고 가야"
백한기 3·15기념사업회 회장은 지난 9일 마산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오는 17일 3·15아트센터에서 열리는 "3·15의거기념 대음악제"에 대해 설명했다. 백 회장은 별도로 <경남신문> 기자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경남신문>은 다음 날 "마산 '3·15'-'가고파' 화해하나"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백 회장은 "내년이면 3·15의거가 50주년을 맞는 만큼, 노산 이은상의 문학을 상징하는 '가고파'와의 문제를 풀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는 것.
또 백 회장은 "'3·15'와 '가고파'의 화해 및 새로운 관계 정립의 전제조건으로 "노산이 3·15와의 관계를 풀지 않고 돌아가셔서 이런 문제가 남아 있는 만큼, 그 유족이나 관계인이 유감 표명을 하면 해결될 수 있다"고 전향적인 입장을 취했다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또 백 회장은 "이러한 해법을 놓고 현재 마산문인협회와 조용하게 논의를 하고 있고, 정치적으로도 타결을 시도하는 만큼 머잖아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니 언론에서도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는 것.
이 신문에 따르면, 강호인 마산문협 회장은 "문협도 원칙적으로 백 회장님의 입장과 같고, 지역의 다수 문화예술인들도 마산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서는 가고파를 살려야 한다는 기본 입장을 취하고 있다"면서 "3·15기념사업회와 최근 이 문제에 대한 해법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열린사회희망연대 "망언 즉각 철회하고 사과하라"
백한기 회장의 발언이 알려지자 열린사회희망연대가 발끈하고 나섰다. 이 단체는 제49주년 3·15의거를 앞둔 13일 오전 3·15아트센터 대극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3·15기념사업회 회장은 이은상 관련 망언을 즉각 철회하고 시민 앞에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이 단체는 "마산문학관은 무려 6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지역을 뜨겁게 달군 논쟁거리로 철저한 공론화 과정을 거쳤으며, 시민위원회를 구성하여 지난 쟁점들을 다시 하나하나 짚어가며 신중하게 내린 결론이었다"면서 "이런 과정과 결정을 완전히 무시하고 뒤엎으려는 발언을 한 자가 다른 사람도 아닌 3·15기념사업회 회장이라면 이건 망언이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3·15의거는 반독재 민주항쟁이고 이은상은 친독재 반민주 인사이며, 특히 마산시민과 3·15의거를 폄훼하고 모독한 자다"며 "그렇다면 3·15기념사업회장이 말하는 '질 높은 마산시민정신'이란 바로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리'의 '하여가 정신'을 말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열린사회희망연대는 "유족이나 관계인이 대신해서 유감을 표명하면 된다고 말한 부분이 있는데, 참으로 기막히고 너무나 비인간적인 발상이다"며 "특정 세력들의 이해관계를 관철시키기 위해 이은상이 지은 죄를 유족에게 연좌제로 엮어 욕보이는 잔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건 분명 즉흥적인 발상이 아니라 많은 궁리 끝에 나온 생각이며, 그동안 이런 연구하느라 참 고생 많았겠구나"라며 "백 회장의 망언을 마산문협이 확인해 주는 발언도 있는데, 이는 어떤 변명도 끼어들 틈 없이 주고받는 말의 아귀가 맞아 떨어진다"고 밝혔다.
열린사회희망연대는 "3·15정신을 전면 부정한 3·15기념사업회 회장은 즉각 망언을 철회하고 시민들 앞에 공개 사죄할 것"과 "3·15기념사업회 회장은 마산문협과 은밀하게 나누는 밀담을 공개하고 정치적으로도 타결을 시도하고 있는 내용이 무엇인지 시민들에게 낱낱이 공개할 것"을 촉구했다.
또 이 단체는 "3·15기념사업회 회장은 반3·15 작태를 일삼는 일부 문인들을 위해 이은상의 유족에게 대신 사죄를 시킨다는 비인간적이고 반인륜적인 공작을 즉각 중단할 것"과 "회장은 우리의 요구에 합당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사태를 전적으로 책임질 것"요구했다.
3·15기념사업회 "회보 실린 사설이 공식 입장이다"
남기문 3·15기념사업회 사무차장은 "백한기 회장의 말은 3·15기념사업회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면서 "최근에 나온 회보인 <3·15의거보>에 실린 사설이 공식 입장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날 기자간담회 때 <경남신문> 기자와 대화를 나눈 것 같고, 백 회장의 발언이 다르게 보도되었는데 해당 신문에 대해서는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11일자로 나온 <3·15의거보>에는 "노산문학관에 대한 우리의 입장"이라는 제목의 사설이 실려 있다. "참으로 지겹다"고 첫 문장으로 시작된 이 글에서 마산문학관을 노산문학관으로 바꾸려는 일부의 움직임에 대해 언급했다.
3·15기념사업회는 "마산의 브랜드 가치가 이은상으로 말미암아 더욱 고양될 수 있다면 굳이 노산이라는 명칭을 거부할 생각이 없다"면서 "문제는 이미 해묵은 논리가 된 노산문학관 개명 필요성을 역설하는 목소리가 뜬금없이 들려오면서 마산의 도시 정체성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고, 그로 인해 그로테스크하기까지 한 장면이 끊임없이 연출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3·15기념사업회는 "애초에 (3·15의거를) '지성을 잃어버린 데모다! 불합리와 불법이 빚어낸 불상사다!'라고 이은상은 외쳤다. 그가 성웅 이순신이라 칭한 이승만을 욕보이는 마산시민에게 충분히 내지를 법한 일성이었다. 이은상의 역사적 과오에 대한 냉정한 평가 후에 마산문학관 한편 그의 자리를 마련해 주는 것이 합당한 도리이며, 마산시민은 최대한 예의를 차렸고, 마산문학관은 그렇게 탄생했다"고 강조했다.
이 단체는 "진정한 화해와 용서는 어물쩍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넘어간다고 해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면서 "더는 노산문학관 운운으로 3·15에 대한 명예훼손을 자행하지 말았으면 한다. 마산이 울고 있다"고 밝혔다.
2009.03.13 14:54 | ⓒ 2009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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