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진화창한 날, 월드컵 경기장에 놀러갔을 때 아내가 찍어준 사진이다.
고영준
얼마 전 <내가 먹는 것이 '나'>라는 책이 나왔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고상한 질문 앞에 서 있는 현대인에게 이보다 명쾌한 답이 또 있을까? 자신이 품은 높은 이상과 긍지 '나'라고 믿고 소개하고 싶겠지만, 매일 먹는 음식이야말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정직하게 보여준다.
나는 더 고상한 존재이고 싶어 유기농식재료를 사먹는다. 백화점에서 파는 것은 아니고, 생활협동조합(생협)에 가입해서 인터넷으로 주문하거나, 매장에서 사먹는다. 인터넷으론 한 주에 한 번 주문해야 한다. 처음엔 주문 마감 시간을 놓쳐 낭패를 보았지만 이제는 익숙해졌고, 한 주 단위로 장을 보니 살림 규모도 잡혔다. 버리는 음식도 크게 줄었다.
요즘은 덜하지만 많은 이들이 아직도 유기농 음식은 부자들만 먹는 줄 안다. 참고로 우리 집은 강북구 인수동의 한 단독주택 1층 좌측에 있고, 4500만 원짜리 전세다. 이마저 주인이 월세로 돌린다고 해서 쫓겨날 판이다(다행히 며칠 전 같은 값의 오래된 빌라에 전세 계약했다). 어째든 부자는 아니다. 그래도 유기농을 고집하는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유기농 음식은 우리 가족 몸을 건강하게 한다. 농약도, 화학비료도, 성장촉진제도 없이 자란 동․식물들은 당연히 내 몸을 건강하게 하지 않겠나. 실제로, 광진구에서는 조례개정을 해서 유치원 식재료를 유기농으로 대체했더니 아토피 비율이 현격히 떨어졌다고 한다(다음 기사를 확인해 보라
http://www.ed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94). 아토피로 고생하는 가족이 없으면 모른다. 매일 밤 어린 녀석이 긁어대느라 잠도 못자고 옷이고 이불이고 피투성이를 만드는 전쟁 같은 현실을. 현대문명이 만들어내는 각종 화학약품이 범벅된 음식 먹고, 치료비로 돈 더 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