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선물
2009년도 새학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제가 근무하고 있는 학교의 방과후교실에도 새로운 아이들이 입반 되었습니다.
안내문을 내보내고 새로운 신입생들을 접수 받았습니다.
그런데....
경기불황의 여파가 정말 심각한가 봅니다.
원서 접수한 아이들의 대부분 기초생활수급자이고 한부모 가정입니다.
어려운 경제상황으로 인하여 많은 가정이 붕괴되고 있는 현실입니다.
20명 정원을 선발해야 하는데...
어떻게 선정을 해야할지 여러 선생님들이 고민을 했습니다.
우선 순위가 있지만 너무도 어려운 가정들이 많아 고민고민끝에 20명을 선발 했습니다.
월요일 학부모님들을 초대한 입반식을 조촐하게 치르고 2009년도 방과후교실 운영전반에 관한 사항들을 설명드렸습니다. 내 아이를 잘 돌봐달라고 부탁의 말씀을 하시기도 전에 눈물부터 글썽이는 학부모님도 계셨고 몇 시간을 이야길 나누어도 끝나지 않은 사연들을 털어 놓으셨습니다. 같이 고민하고 같이 이야기 하면서 같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렇게 입반식이 끝나고 수업이 시작되었습니다. 이 번 한 주는 아이들의 학습능력이 어느정도 되는지 파악하기 위한 수업이 주로 진행 되고 있습니다. 1,2,3 학년이 함께 공부를 해야하기에 사전 체크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첫 점심시간...
하필이면 갈치구이가 반찬으로 나왔네요.
3학년을 뺀 1,2학년 16명의 갈치구이를 가시를 발라주고 하다보니 점심시간은 다 끝나가고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허겁지겁 먹었더니 가슴이 답답해져왔습니다.
그렇게 첫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정신없이 바쁜 하루들이 그렇게 지나갑니다.
아이들이 돌아가는데 한 아이가 뭔가를 제 책상에다 두고 갔습니다.
교실정리를 마치고 확인해 보니 점심시간에 후식으로 나온 바나나 한 개를 먹지않고 가지고 있다가 제게 선물로 주고 갔습니다.
순간 그 맑은 아이의 눈망울이 떠올라 왈칵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차마 먹지도 못하고 한참을 멍하니 바라만 봤습니다.
올 해 아이들로부터 처음 받은 선물 바나나...
이 세상 그 어느 선물보다도 소중한 선물입니다.
글씨 지도를 하는데 한 아이가 "선생님! 글씨가 안 보여요!" 했습니다. 눈에 이상이 있는 줄 알고 너무 놀라 부모님께 전화해서 물어봤습니다.
그런데...
글씨가 안 보인다고 했던 그 아이가 어제 색종이로 봉투를 만들어 주고 갔습니다.
늦게 퇴근하느라 못 보고 갔다가 아침에 출근하고 펼쳐보았습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분홍색 색종이를 접어 테이프를 붙이고 봉투를 만들었습니다.
봉투를 열어보니 글씨가 안 보인다고 못 쓰겠다고 하던 아이가 "선생님! 사랑해요!" , "선생님! 고맙습니다!" 라고 또박또박 쓴 쪽지와 하트가 가득한 그림과 손에서 놓지 않고 들고 다니던 '체인지' 인형카드 한 장이 들어 있었습니다.
글씨 쓰기 싫어서 선생님에게 거짓말한 것보다도 자신의 마음을 어떻게해서든 표현하려고한 그 마음이 너무나 예뻤습니다.
전 또 한번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이렇게 맑고 예쁜 아이들과 2009년 올 한해도 열심히 보낼 생각입니다.
이따가 아이들이 오면 한 명씩 꼬옥 가슴으로 안아주어야겠습니다.
선생님도 너희들 너무 너무 사랑한다고, 너희들이 있어서 선생님은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다고 꼭 말해줄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유포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9.03.20 12:02 | ⓒ 2009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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