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사진_ 최승섭 / 해피리포터] 통계청의 '2월 고용동향'을 보면 고용률은 57.0%, 실업률은 3.96%(92만 4천명) 바야흐로 실업자 100만명 시대다. 거기에 취업준비자(56만 8천명), 취업계획이 없는 사람(175만 2천명), 구직단념자(16만 9천명)등 백수는 341만명에 달한다.
취업대란이 현실이 된 지금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는 자신있게 말한다.
"대한민국에 왜 이렇게 실업문제가 심각한 지 이해가 안 된다. 생각의 발상을 바꾸면 할 일은 많다!"
박원순. 참여연대 창립멤버이자. 아름다운재단 창립자. 척박한 사회에 시민운동의 기틀을 마련했고 헌 옷을 사서 입는 사람. 상상하기 어려운 일들을 실현해 낸 그의 단언이기에 괜한 말로만 들리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도 대안을 제시하기에 앞서 현 상황에 대해서는 걱정스런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한국경제는 앞으로 추락만 남았어요. 브라질과 인도는 만만한 나라가 아닙니다. '창의성, 발상의 전환'이 없다면 이 두나라가 치고 올라왔을 때, 우리로서는 대안이 없어요."
기업들은 더 적은 인건비를 찾아 돌아다니는 '메뚜기 경영'을 한다. 우리나라에서 중국으로, 그리고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그 끝은 어딜까.
30년후 우리나라는 무얼로 먹고 살 것인가
"현대에 기업은 끊임없이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어요. 하지만 대기업은 변화가 힘들죠. 대안은 바로 소기업입니다. 중소기업도 아닌 소기업이요. 유니레버 한국지사장이 저에게 묻더군요. '30년 전 영국에서 잘나가던 사업이 이제 일본과 한국 등에서 주력산업이 됐다. 그럼 30년 후 과연 한국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라구요"
1990년대 조용히 침몰할 것 같았던 영국은 금융과 디자인, 관광으로 경쟁력을 회복했다. 30년후 우리 나라는 어떨까?
"현재로서는 미래가 없다"는 것이 박원순 상임이사의 단언이다. 이유는 우리네 교육이 너무 획일적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창의적인데 교육은 그 창의성을 모두 억누르고 있다. 이런 창의성 말살 교육은 모든 이들이 같은 곳을 바라보게 만든다. 하나같이 공무원, 교사를 꿈꾸고, 퇴직 후에는 식당이나 PC방을 창업하는 것이다.
"국민소득은 2만불을 못 넘어서고 있죠. 2만불은 (환율영향도 있겠지만)창의적 발상이 없으면 넘기 힘듭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2만불을 넘어서면 행복해질까요? 2만불을 위해서 쏟아야 하는 스트레스도 엄청나고 그게 달성된다 해도 소득은 늘지만 행복한 사람은 늘지 않는 상황일 겁니다."
물론 그가 제시하는 대안은 삽들고 땅파자는 현정부와는 궤를 달리한다.
"정부에서 녹색뉴딜을 한다고 하는데 제가 보기엔 좀 문제가 있어요. 외국의 사례들을 좀더 깊이 조사하고 이해해야 하는데 말이에요."
지속적 성장만이 아닌 녹색성장을 함께 하는 녹색 GDP가 중요하다. 현재대로라면 곧 현실화될 에너지 위기에서 우리나라, 특히 서울은 치명적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가 언급한 도시는 콜롬비아의 '가비오따스'. 내전 때문에 폭력으로 얼룩진 평원에 만들어진 이 생태공동체는 무한한 태양열 에너지, 풍력발전기, 수경재배법, 환경화장품, 4천 헥타르의 열대우림 등을 통해 자연과 소통하고 무상교육, 무상의료를 통해 주민의 삶을 돌본다(<가비오따쓰>: 세상을 다시 창조하는 마을' 앨런 와이즈먼 저, 랜덤하우스).
가비오따스 뿐만 아니라, 독일에서도 태양열만으로 40만의 주민이 모두 생활 할 수 있는 도시를 건설 중이다.
"지금 외국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나가고 있습니다. 발상의 전환과 패러다임의 변화가 시급히 필요해요."
사회적 기업, 소기업, 농촌을 주목하라
박원순 상임이사가 사회적 기업의 대표격으로 소개한 회사는 방글라데시의 그라민이다. 이미 한국에도 소개되었던 그라민 은행은 제도권 금융기관의 이용이 불가능한 계층을 대상으로 무담보 신용대출을 실시한다. 신용으로 차입한 사람들의 대금상환율이 95%를 넘어서고 있어 담보를 대상으로 하는 동종의 상업은행들보다 재무상태가 양호하다.
영국의 준비도 눈여겨볼만 하다.
"토니블레어 전 총리가 여당, 두 야당과 함께 사회적 기업이 전체 영국 GDP의 20%를 담당하는 미래를 만들기 위해 서드섹터란 것을 만들어 운영 중이에요. 정치, 사회문화, 사회적 기업, 비영리(Non-profit). 다 중요한 경제에요. 사람들이 고용창출하면 삽질하고 건물 짓는 것만 생각하는데 절대 아닙니다.
일본에 가면 어느 지역이든 그 지역의 특산품을 잘 살려서 물건을 팔고 있어요. 그런데 우린 어떻습니까? 어딜가나 비슷해요. 라면은 어디서나 신라면, 삼양라면…. 전혀 차별성이 없어요."
그가 걱정하는건 소니, 도요타 같은 일본 대기업이 아니라 수많은 향토적 소기업 개미군단이다.
"지금 일본에서 수많은 개인 소기업들이 몰려오고 있습니다. 소니, 도요타는 현대나 삼성이 이길수 있어요. 하지만 일억이 넘는 일본 개개인을 우린 어떻게 상대할 수 있을까요? 일본은 술 종류만 해도 수천가지예요. 다들 우리와 기후도 비슷한데 농산물을 다 이렇게 술로 가공해 더 많은 이익을 내고 있는 거죠. 이런 향토자산을 키워야 합니다."
현재 한미FTA가 국회 비준을 기다리고 있고, 세계 여러 나라와도 FTA 체결을 앞두고 있다. 이제 우리 농업에 희망은 없다고, 많은 사람들이 절망한다. 하지만 박원순 상임이사의 생각은 다르다.
"저는 농업이 블루오션이라고 봅니다. 다른 사람이 잘 안하는 거, 소홀히 하는 거, 싫어하는 것에서 비전이 나옵니다."
여기에는 몇 가지 전제조건이 따른다. 첫번째는 농업과 다른 산업간의 융합. IT 전문가와 예술가가 농업을 하면 전혀 새로운 농업이 실현 될 것이라는 말이다. 그리고 중간 유통비를 없앨 직거래시장이다. 뉴욕시는 공식적으로 주말 농부시장을 곳곳에 만들었고 그것을 표시한 지도까지 제작했다. 이런 형태가 농민과 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을 주기 때문이다.
젊은 예술가, 종가집이야말로 최고의 관광자원
최근 엔화 상승으로 일본관광객이 많이 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 우리의 관광산업은 걸음마 수준이다.
"외국인이 우리나라에 와서 무얼 사갈까요? 김치, 김, 욘사마 사진 정도가 답니다. 우리는 비싸게 팔아먹을게 없어요. 그러면서 외국에서는 비싼 것들을 사오죠. 우리의 젊은 문화인들을 통해 관광산업을 살려야 돼요."
독일에서는 예술가들에게 옛 동독지역의 빈 건물들을 싸게 임대해 주고 이들의 창작 행위를 독려한다. 이런 행위들이 더 많은 광광객을 끌어 모으는 것고 이로 인해 독일은 지난해 뉴스위크가 발표한 위대한 10개국에 뽑히기도 했다.
"제가 지자체장들에게 많이 제안했습니다. 그런데 전혀 말을 안 들어요. 우리에게 우수한 젊은 문화예술인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홍대에 있는 젊은 이들에게 이정도 지원만 해주면 그들의 예술품이 백배, 천배로 가격이 뛸겁니다. 그게 어디 가나요? 그렇게 키워주면 다 지자체가 함께 발전하고 하는건데..."
특히나 우리에겐 자산이 많다. 아직 곳곳에 남아 있는 종가집이다.
"영국관광객들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상깊게 본 게 제사 지내는 거래요. 조상에게 어쩜 저렇게 잘하냐며 감탄하더군요. 문화적 프로그램을 만들고 종가집과 이걸 합쳐서 관광 코스로 만드는 거에요. 호텔이야 서울이든 어디든 다 똑같잖아요. 한국으로 여행 왔는데 좀 더 특별한 곳에서 자고 싶지 않을까요."
대한민국 수정헌법 1조 1항
하지만 이 모든 것에 앞서 구비되어 할 것은 바로 기업가 정신이다.
"우리나라 드라마를 보면 기업을 재벌들만 하는 건 줄 알아요. 기업은 자기집 안방에서도 할 수 있는 겁니다. 요즘 젊은이들이 취업을 하려면 평균 28번의 이력서를 넣어야 한다고 하더군요. 왜 이런 굴욕적인 행동을 합니까?
Be your boss. 스스로 보스가 될 수 있잖아요? 누구나 평생을 개선하고 자기 개혁을 하면 못하는 일은 없어요. 누구나 소기업 사장이 있고 바로 이런 분들을 희망제작소 소기업발전소가 돕고 있는 겁니다. 우리나라 헌법 1조 1항을 이렇게 바꿔보면 어떨까요? '대한민국 국민은 누구나 소기업 사장이 될 수 있다'로요."
마지막으로 그는 사회적 연대와 모험정신을 강조했다.
"돈을 가진 사람은 돈으로, 사람은 사람으로, 네트워크를 가진 사람은 네트워크로...사회적 연대 방식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이런 연대에서 새로운 창의성이 나올 수 있는 거죠. 저희처럼 비영리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일선 기업들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합쳐지면 또 엄청난 시너지 효과가 나올거예요.
그리고 도전정신. 뻔한 거 무슨 재미로 합니까. 모험과 도전이라는 게, 삶의 즐거움을 주는 거거든요. 프론티어가 없어지는 사회는 정말 비극적이라고 생각해요. 도전할 수 있는 영역이 있다는 게 너무나 신나는 겁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행복발전소(www.makehappy.org)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본 기사를 작성한 '해피리포터'는 전국의 다양한 비영리단체들을 직접 방문취재해, 시민들에게 알리는 역할을 하는 희망제작소의 시민기자단입니다.
2009.03.26 12:21 | ⓒ 2009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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