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그마 엠브쇼프의 강연장연대의 경제 비엔나 콩그레스에서 다그마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박명준
정의 사회연대경제 촉진을 위한 대륙간 네트워크 (RIPESS, 웹사이트
http://www.ripess.net/en/default.htm )는 '연대의 경제'에 대해서 인간적 욕구를 자유로운 협동, 자조 그리고 상호부조를 기초로 채우도록 하는 경제형태라고 정의내린다. '연대의 경제'에서 '경제(Ökonomie)'가 인간적 욕구의 만족을 위한 시스템을 의미한다면, '연대(Solidarität)'는 개인들과 집단들이 서로 도움과 조력을 주고 받으며 형성하는 소속감을 말한다.
통상적인 경제가 이윤추구를 지향한다면, 연대의 경제는 의미 있는 생산을 추구한다. 전자가 경쟁과 개별화된 생존투쟁을 기초로 한다면, 후자는 협동을 기반으로 하고, 시장에서의 경제행위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지향한다. 그 지향은 신자유주의에 반(反)하는 것으로, 자본주의를 보완, 극복하기 위한 기획의 일환이다.
연대의 경제와 함께 논의되는 것으로 '대안경제(Alternative Ökonomie)'라고 하는 개념이 있다. 이는 70-80년대 유럽에서 흥했던 신사회운동의 폭넓은 흐름과 관련을 지니며, 여러 사회운동의 주요 가치주제들이 경제의 영역으로 전이되어 추구되는 가치이다. 이를테면, 양성평등을 추구하는 사회운동 흐름의 연장에서 '여성기업(Frauenbetriebe)' 운동이 하나의 대안경제로 태어났다. 사회적으로 소외된 계층의 강화를 추구하는 사회운동은 사회적 기업(Soziale Betriebe)으로, 국제연대를 추구하는 세력은 '공정무역(fairer Handel)'으로 대안경제의 영역에 자리잡았다.
현황연대의 경제와 협동조합운동은 전세계적으로 다양한 모습을 띠며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스페인의 몬드라곤 산업-협동조합 복합체 (
http://www.mcc.es/ing/index.asp) 등은 이미 잘 알려진 곳이고, 그밖에도 베네주엘라의 협동조합 네트워크 Cecosesola, 니카라구아의 The Fair Trade Zone (
http://www.jhc-cdca.org/sewing.html), 브라질의 Incubadoras, 이집트의 Sekem (
http://www.sekem.com/english/default.aspx), 인도의 Just Change (
http://www.justchangeindia.com/) 등도 대표적인 연대의 경제 흐름이다.
전통적으로 연대의 경제가 취약했던 독일에서 근래 들어 훨씬 적극적으로 연대의 경제가 추구되고 있는데, 이는 몇 가지 사회변동의 맥락과 관련이 있다. 첫째, 비정규직이 확산되고, 정규직에서도 업무상 성취에 대한 압력이 거세지면서, 사회운동도 여러모로 경제적 자조(Selbsthilfe)를 이루기 위한 필요가 생기고 있다. 둘째, 점차 기업들의 해외이전이 잦아지면서, 독일 내에서 기업폐쇄 대신 종업원들이 주도가 되어 기업을 인수하려는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다. 셋째, 공공부문의 민영화가 진행되면서 그에 대한 대안개념이 필요해지고 있다. 넷째, 정치적 진보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오늘날 긍정적인 사회변화를 가능케 하는 수단이 요구되며, 보다 거시적으로는 세계화된 자본주의의 근본적인 대안개념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독일의 연대의 경제는 에너지, 건강, 주거, 교육, 금융, 지역개발 등 다양한 영역에 걸쳐 있다. 예컨데, 에너지 부문에서는 친환경 에너지나 태양에너지로 유명한 쉐나우발전소(EWS), 졸비스(Solvis) 등이 대표적이다. 주거부문은 생태친화적인 대안적 주거공동체의 형성을 지원하는 트리아스 재단(Stiftung Trias) 등을 들 수 있다. 금융부문은 친사회적이고 친생태적인 프로젝트들의 후원에 주력하는 GLS은행을 비롯하여, 소위 마이크로크레디트(Microkredite)의 활성화를 모색하는 여러 기관들이 있다. 지역개발 부문에서는 다양한 지역에서 태동한 지역화폐(Regiogeld)들이 지역경제의 활성화와 지역사회 개발의 일환으로 만들어져 유통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