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초등학교 4~6학년과 중학교 1~3학년생들을 대상으로 ‘교과학습 진단평가시험’이 동시에 치러진 지난 3월 31일 오전 서울 중구 만리동 봉래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칸막이를 세운 채 시험을 보고 있다
사진 출처 - 한겨레
인권실천시민연대
그러데 일제고사 대신 체험 학습을 선택한 교사에게 징계라니, 그것도 파면이라니, 도무지 교육을 책임진 당국의 처사가 아니다. 교육 정책은 그 정책도 교육적이어야 한다. 교육을 한다면서 정책이 창의성과 다양성을 무시하는 비교육적인 모습을 가져서는 안 된다. 물론 이른바 일제고사를 통해 교육 정책을 세우는 데 필요한 자료들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그렇게 반영될 교육정책보다 일제고사로 인해 불가피하게 드러날 서열화 과정 및 그로 인한 또 다른 무한 경쟁의 후폭풍을 결코 넘어서지 못할 것이다. 더욱이 이른바 능력 있는 학부모들이 자녀들의 학업 능력의 향상이 아니라 그저 석차를 궁금해 하면서 무한 경쟁을 내심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교육당국은 먼저 그러한 상황을 우려하고 학교가 무한 경쟁의 전쟁터가 아니라 자녀들을 잘 돌보고 교육할 수 있는 곳이라는 신뢰를 쌓는데 매진해야 한다.
이 마당에 다른 의도도 아닌, 교육을 걱정하며 일제고사와는 형태가 다른 교육을 행한 교사를 징계하는 것은 교육적이지 않다. 교육 자체를 거부했다면 모를까, 다른 교육 방식을 시도했다고 해서 중징계를 내린다는 것은 정말이지 교육이 아니다. 이제라도 이 나라 교육이 그나마 1%라도 나아지려면 파면된 교사를 복권시키고, 계획하고 있는 징계를 철회하고, 학생들의 능력이 모두 동일하지 않다는 기본적인 사실에 눈뜨게 되면 좋겠다. 왜 그렇게 단순한 사실을 확인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지 모르겠다. 일제고사 지지자들 내지 정책 입안자들이 자기들의 자녀는 경쟁에서 앞설 만큼의 우월한 능력을 지녔거나 자기 집안이 경쟁에서 이길 만큼의 여유가 있는 등, 숨어있는 이기적 동기가 작용해서 그런 것은 아닐까 의심스럽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이찬수씨는 현재 종교문화연구원장으로 활동중입니다. 이 기사는 인권연대 웹진 주간 <사람소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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