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화폐, 새로운 세계의 표지 토비아스 플레텐바허의 저서
박명준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여러 지역들에서는 이미 지난 여러 해 동안 지역화폐운동 실험들이 태동했다. 연대의 경제를 논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이 지역화폐운동이다.
이는 특정 지역의 회사들이나 지방정부가 발행하는 구매권(Gutscheine: 지역화폐)을 유통, 이 운동에 참가하는 소비자들과 기업들이 화폐의 순환을 빠르게 하여, 경제적 효과와 사회적 부대효과 측면에서 여러 가지 긍정적인 결과를 도모하려는 것이다. 지역화폐의 운영방식을 간략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해당 지역에 구매권의 교부처를 설치해 두고, 지역화폐 운동에 참여하려는 소비자들로 하여금 이곳에서 유로화와 구매권을 1대1의 비율로 교환할 수 있게 한다. 화폐발행자는 이렇게 바꾼 유로화를 은행에 두고, 실제 경제유통과정에서는 구매권이 돌도록 한다. 소비자들은 구매권을 통해 지역화폐에 참여하는 기업들의 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
제품을 판매한 기업들은 이 구매권을 수집하고 마는 것이 아니라, 다른 경제주체들과 거래하는 데 적극적으로 이용해야 한다. 지역 내에서 이 구매권의 순환이 빠르게 이루어져 그 지역 내에 지역화폐 네트워크가 형성되게 하려는 것이다. 구매권을 순환시키지 않고 지나치게 오래 소장할 경우 일정한 벌금을 물도록 하는 등의 조치을 마련해, 지역화폐의 빠른 유통을 장려한다. 기업이 구매권을 유로화로 바꿀 경우 대체로 약 5% 정도의 상환부과금을 물어야 한다.
구매권 발행자는 이러한 벌금과 부과금들 지방의 공익단체에게 전달하고, 새로운 구매권 발매를 위해 사용하도록 하여, 그를 통해 별도의 소득이 크게 발생하지는 않도록 한다. 지역화폐의 빠른 유통은 결과적으로 지역 내 기업의 운영에 도움을 주어 일자리 창출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지역화폐의 구매와 유통으로 결국 공동체 협회는 소비자들이 교환하는 화폐액수의 약 3% 정도의 수입을 얻을 수 있어, 이를 해당 지역사회를 위해 쓸 수 있다.
역사와 현황 지역화폐가 독일어권 국가들에서 태동한 것은 1930년대의 경제위기를 배경으로 한 여러 가지 이론적, 실천적 시도들이 활성화되면서였으나 이는 그 이후 활성화되지 못하였다. 근래에 나타난 지역화폐의 활성화는 2000년대 이후의 일이다. 구체적으로는 2002년에 마그리트 케네디라는 인물이 호주에서 지역화폐와 관련한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수입하면서 지역화폐협회(Regiogeld Verband)를 결성한 것을 계기로 급속히 확산됐다.
2007년 독일에서는 약 52개의 지역화폐체가 태동해 통용되었는데, 그해를 기준으로 지역화폐협회의 공식회원으로 등록된 것만 28개였다. 이후 32개 화폐들이 가입하여 이듬해 60개로 늘어났다. 2002년에 1개 회원으로 시작한 이후, 6년 만에 60배가 된 것이다.
현재 독일에서는 오스트리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남동부 지역 소도시들을 중심으로 지역화폐 실험이 활성화되고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뮌헨 인근의 소도시들을 중심으로 활성화되고 있는 킴가우어(Chiemgauer)와 슈테른탈러(Sterntaler) 등이다. 이밖에 하겐의 폴메탈러(VolmeTALER), 작센-안할트 지역의 우어슈트롬 탈러(Urstrom Taler) 등에서도 지역화폐 실험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오스트리아의 경우 남부 지역의 발트피어텔러 레기오날(Waldvierteler regional), 티롤(Tirol)을 기반으로 형성된 트롤러 슈툰데(Tiroler Stunde), 유겐트 프로옉트 이모치온(Jugendprojekt iMotion) 등이 대표적인 흐름이다. 아래에서는 대표적인 성공사례인 킴가우어와 슈테른탈러에 대해 좀 더 살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