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한나절. 이납순할머니는 오로지 바지만 만드신다.
김정혜
"나? 돈도 없고 기술도 없어. 남을 위해 뭔가를 하는데 꼭 돈이 필요하고 기술이 필요한 건 아니야. 그저 마음이지. 이 마음이란 녀석이 참 신통해. 누군가를 위해 뭔가를 내주면 내줄수록 이 마음이란 녀석은 점점 차오르거든. 행복으로 말이야. 그런데 마음이 행복으로 그득해지면 그득해질수록 더 열심히 미싱을 돌리고 싶어져. 내주는 만큼 행복해지는 거, 그게 바로 마음인 것 같아."
올해 82세의 이납순 할머니. 지난 2일 오전. 할머니를 뵈러 가던 날도 할머니는 미싱 앞에 앉아 열심히 바지를 만들고 계셨다. 봄이라 꽃무늬 천으로 바지를 만드신다며 '할아버지들이 입기엔 좀 민망하지 않을까 싶다'며 수줍게 웃는 모습이 천생 열여섯 소녀 같다.
이납순 할머니가 처음 바지를 만들기 시작한 건 5년 전. 소일삼아 잠옷 바지를 만들어 이웃 노인들에게 몇 장 나누어 준 것이 계기가 됐다.
"경로당 친구들에게 잠옷 바지를 한 번 만들어 줬어. 그런데 이 노인들이 너무 편하고 좋대. 가만 생각해보니 이럴 게 아니라 좀 더 많은 노인들에게 이 바지를 만들어 줘야겠다는 생각을 한 거야. 집 근처에 치매양로원이 있어. 노인들이 한 40여 명 되는데 그곳 생각이 난 거야. 그래서 두 번에 걸쳐 40여 벌 만들어 줬는데 이 노인들이 어찌나 좋아하는지…."눈물까지 글썽이며 갈퀴 같은 손으로 할머니의 손을 맞잡는 그 노인들을 보며 가슴으로 뜨거운 불덩이 하나가 불쑥 솟구치는 것 같았다고 한다. 그 뜨거운 불덩이의 실체가 대체 무엇이었는지 할머니로 하여금 더 열심히 바지를 만들게 하셨다고.
돈으로 따질 수 없을 만큼 값진 할머니표 잠옷 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