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PD 30여 명도 기자회견을 열어 김미화씨를 교체하려는 경영진의 계획을 비판했다. 김철영 PD는 "지난 6년 동안 김미화씨의 교체가 거론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면서 "전체 라디오 프로그램 중 공헌도 3등의 프로그램 진행자를 갑자기 교체한다는 건 이치에 맞지 않으며 회사 측도 근거를 대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PD는 "만일 지금 김미화씨를 이렇게 교체한다면, 다음 차례는 손석희 교수일 것으로 우리는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 담당 PD인 유경민 PD도 "입사 이래 처음 맞는 사태"라고 강조했다. PD들은 성명서에서 "사장의 현명한 선택을 강력히 촉구하며 만약 불행한 결과가 나올 경우 단호히 투쟁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두 집단의 공통적인 지적은 '절차적 문제'다. 보도본부 차장 평기자 비대위에 따르면 보도국장은 당초 앵커 교체에 대해 '편집회의와 기자, 노조의 의견을 수렴해 반대가 많으면 강행하지 않겠다'는 의견을 밝혔으나 이후 교체 강행 입장으로 선회했다. "그동안 수없이 많은 앵커 교체가 있었으나 이런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는 게 기자들의 주장이다.
라디오PD들 역시 마찬가지다. "라디오 개편은 통상 두 달에 걸쳐 청취자 선호도와 PD들의 기획을 총화하는 치밀한 과정을 거쳐 왔으나 경영진은 제대로 (교체)근거도 내놓지 못하면서 진행자 교체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두 집단이 똑같이 '정치적 압력' 의혹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기자들과 PD들 모두 "경영진이 진행자 교체 계획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투쟁 수위를 점차 올리겠다"고 밝히고 있는 가운데 경영진의 최종 결정은 10일 내려진다. 10일 오후 3시로 예정되어 있는 MBC 노사 공정방송협의회에서도 이 사안이 집중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엄기영 사장은 8일 이근행 노조위원장과의 면담 과정에서 "심사숙고하겠으며 금요일까지 결정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엄 사장의 최종 결심이 주목되고 있다.
이성주 MBC 보도본부 차장 평기자 비상대책위원회 대변인은 9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사태는 정권의 언론 통제의 맥락에 있다고 본다"며 "앵커 교체 철회 통보가 있기 전까지 출입처의 기자들은 모두 철수한다"고 밝혔다.
- 경영진의 '뉴스데스크' 앵커 교체 시도를 어떻게 보나?
"YTN 노조 위원장 구속, PD수첩에 대한 탄압, 지난해 KBS 사태 등 언론 통제의 맥락에 있다고 본다. 쓴소리 하는 언론을 통제하려는 의심을 품게 하는 상황이다."
- 몇 명의 기자들이 제작 거부 투쟁에 동참하고 있나?
"MBC기자회에는 1976년 입사자부터 가입되어 있는데, 부장급을 제외하고 차장 이하 143명이 참여하고 있다. "
- 이번 사태의 경우 교체에 대한 절차적 지적을 많이 하고 있는데, 기존 앵커 교체 때와 비교해 본다면?
"앵커 교체는 인사권이다. 결정 체계도 존중한다. 하지만 그동안과는 다르다. 숱한 앵커 교체가 있어왔지만 기자회나 노동조합이 이의 제기한 적이 없었다. 이번에는 논의 자체가 과거와는 달랐다. 앵커 교체 얘기가 나오면서 기자들의 생각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책임자인 보도국장은 본인의 말까지 뒤집어가며 교체를 강행하려 한다. 과정에 문제가 있다. "
- 시청률 저하 등으로 인한 뉴스 개편 필요성에 따라 교체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신경민 앵커가 진행한 이후 시청률이 떨어졌다는 증거가 있는가. 시청률이 교체 사유는 아니다. 우리는 앵커 개인을 지키려고 하는 게 아니다."
- 이후 계획하고 있는 투쟁방식은 ?
"솔직히 너무나 급작스럽게 준비되었기 때문에 이후 행동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 출입처에서는 전원 철수하는가?
"그렇다. 오늘 낮 12시까지 회사의 통보가 없었기 때문에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통해 취재와 기사 송고를 중단하라고 통보했다."
- 보도국장 불신임까지 생각하고 있나?
"이 사안과 연계시키지 않으려 한다. 전선과 목표를 분명하게 세워야 하는 시점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