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 없애야 말 된다 (190) 객관적

― ‘객관적으로 검토’, ‘객관적으로 생각’, ‘객관적으로 바라보려고’ 다듬기

등록 2009.04.11 19:15수정 2009.04.11 19:15
0
원고료로 응원

 

ㄱ. 객관적으로 검토하여야

 

.. 우리는 객관적으로 중국 문화를 검토하여야 하고 스스로 전통 정치를 검토하여야 한다는 것이 내가 중국 정치 제도사를 쓰려고 하는 첫째 원인이었다 ..  《전목-중국역대정치의 득실》(박영사,1974) 9쪽

 

 '검토(檢討)'를 할 수 있겠지만 '살피'거나 '살펴보'아도 넉넉합니다. '헤아려'도 되고요. "첫째 원인(原因)이었다"는 "첫째 까닭이었다"로 다듬습니다.

 

 ┌ 객관적으로 중국 문화를 검토하여야 하고

 │

 │→ 치우침없이 중국 문화를 살펴야 하고

 │→ 올바르게 중국 문화를 짚어야 하고

 │→ 차분하게 중국 문화를 돌아보아야 하고

 └ …

 

 자기가 아닌 사람들이 바라보는 눈길을 말하는 '객관'이라 합니다. 이런 눈길이라면 "치우침없는 눈길"일 수 있습니다. 치우치거나 쏠리지 않으니, 어떤 일이나 사람을 "올바르게 바라보는 눈길"이라 할 수 있어요.

 

 보기글에서는 "차분하게 살피다"라든지 "하나하나 살피다"로 담아내어도 괜찮겠다 싶습니다. '요모조모'나 '여러 갈래에서' 같은 말을 넣으며, "중국 문화를 여러모로 살펴야"로 다듬어도 잘 어울립니다.

 

 

ㄴ. 객관적으로 생각할 여유

 

.. 일본에서 오랫동안 살다 보니 우리 나라에 대한 문제점들을 객관적으로 생각할 여유가 있어 좋았다 ..  《유재순-下品의 일본인》(청맥,1994) 19쪽

 

 "우리 나라에 대(對)한 문제점"은 "우리 나라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나 "우리 나라가 어떻게 잘못되었는지"로 다듬습니다. "거주(居住)하다 보니"라 하지 않고, "살다 보니"로 적은 대목은 반갑습니다.

 

 ┌ 문제점을 객관적으로 생각할 여유가 있어

 │

 │→ 문제점을 차분히 생각할 수 있어

 │→ 문제점을 하나하나 짚어 볼 수 있어

 │→ 문제점을 있는 그대로 돌아볼 수 있어

 │→ 문제점을 숨김없이 헤아릴 수 있어

 │→ 문제점을 가만히 살펴볼 수 있어

 └ …

 

 '객관'이라는 눈으로 보는 일은 여러모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내 눈이 아니라, 내 눈만이 아니라, 이웃들 눈으로, 여러 사람들 눈으로, 수많은 사람들 눈으로, 또는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대중들 눈으로 본다는 뜻으로 살필 수 있습니다.

 

 여러 갈래 눈으로 살핀다는 '객관'이기에, 뒤에 '-적'을 붙여 "객관적으로 생각할"처럼 쓰면 좀 두루뭉술하구나 싶어요. 콕 집어서 가리킬 만한 말, 듣거나 읽는 사람이 곧바로 알아챌 만한 말을 넣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ㄷ. 객관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려고

 

.. 그는 사람에게 집중되었던 성리학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자연으로 관심을 확대하고 객관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려고 했던 것이다 ..  《홍대용/이숙경,김영호 옮김-의산문답》(꿈이있는세상,2006) 53쪽

 

 '집중(集中)되었던'은 '쏠렸던'으로 손봅니다. "성리학적(-的)인 사고방식(思考方式)"은 "성리학이라는 틀"로 다듬고, '관심(關心)'은 '눈길'로 다듬습니다. '확대(擴大)하고'는 '넓히고'로 손질하며, "했던 것이다"는 "했다"로 손질합니다.

 

 ┌ 객관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려고

 │

 │→ 차분하게 세상을 바라보려고

 │→ 너른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려고

 │→ 열린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려고

 └ …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기울어지거나 치우치지 않도록 다스리려고 한다면, 마음을 '차분하게' 두어야 합니다. 들뜨거나 바쁘거나 매이거나 들쑥날쑥해서는 찬찬히 바라보기 어렵습니다.

 

 한편, 세상을 좁게 바라보지 않고자 한다면, 이 목소리 저 목소리 고루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합니다. 눈길을 '너르게' 두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 말도 받아들이고 저 말도 새기는 '열린' 마음이 될 때 골고루 살피는 가운데, 가장 알맞거나 올바른 길이 무엇인가를 잡아챌 수 있으리라 봅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작은자전거 : 인천+부천+수원 자전거 사랑이] http://cafe.naver.com/inbusu

2009.04.11 19:15ⓒ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작은자전거 : 인천+부천+수원 자전거 사랑이] http://cafe.naver.com/inbusu
#-적 #적的 #우리말 #한글 #국어순화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민박집에서 이런 이불을 덮게 될 줄이야 민박집에서 이런 이불을 덮게 될 줄이야
  2. 2 나무 500그루 가지치기, 이후 벌어진 끔찍한 일 나무 500그루 가지치기, 이후 벌어진 끔찍한 일
  3. 3 81분 윤·한 면담 '빈손'...여당 브리핑 때 결국 야유성 탄식 81분 윤·한 면담 '빈손'...여당 브리핑 때 결국 야유성 탄식
  4. 4 윤석열·오세훈·홍준표·이언주... '명태균 명단' 27명 나왔다 윤석열·오세훈·홍준표·이언주... '명태균 명단' 27명 나왔다
  5. 5 행담도휴게소 인근 창고에 '방치된' 보물 행담도휴게소 인근 창고에 '방치된' 보물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