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얼굴 윤곽은 대충 '말상'과 '범상'과 '쥐상'으로 구분된다. 김영삼 전 대통령과 이승만 전 대통령은 말상,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구 선생은 범상,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와 박정희 전 대통령은 쥐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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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분류에는 가치 판단이 배제되어 있다. 말이라고 해서 좋고 쥐라고 해서 나쁘다는 법은 없다는 것이다(<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도 미키마우스 상이다). 그러니 이런 분류는 호사가들이 재미삼아 한 번 해 보는 의미밖에는 없다.
인상에 가치판단을 부여하는 분류법으로는 실학자 최한기(崔漢綺, 1803~1877)의 '팔법(八法)'이 있다. 최한기는 사람의 인상을 위(威)·후(厚)·청(淸)·고(古)·고(孤)·박(薄)·악(惡)·속(俗)의 8등급으로 서열화한다. 이에 대한 설명은 필자의 소설 한 장면을 소개하는 것으로 대체한다.
노인은 자기가 광통교의 청개구리 점쟁이라고 말했다. 그제야 신규식은 노인을 안다고 했다. 사실 청개구리 점쟁이가 아주 용하다는 말을 신규식은 들어 본 적이 있었다. 청개구리 점쟁이는, 흉하다 하면 길하고 급제한다 하면 낙방한다는 식으로 반대로 말해 준다는 것을 신규식은 소문으로 들어 알고 있었다."이제는 늙어서 점을 잘못 봅니다만 뜻밖에 지사를 만나 뵈니 옛날 기운이 준동하는구려."신규식은 자세를 바로잡아 앉았다. 점 같은 데에는 아예 관심이 없는 그였지만 왠지 노인의 언행에서 진정성을 느꼈기 때문이었다."공의 소망은 이루어집니다. 다만…."노인은 잠시 말을 끊었다. 이제 신규식은 다음 말을 기다리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노인은 침을 삼키더니 쓸쓸한 어조로 말했다."더 큰 소망이 이루어지는 것은 눈으로 보지 못할 것 같소."신규식은 달리 할 말이 없어 잠자코 있었다."내가 늙어서 점은 잘못 봅니다만 관상은 아직도 좀 본다고 자부하고 있소이다."노인은 관상의 8단계를 말했다. 관상은 사람의 도덕적 품격과 관련되지만 미래의 성취 여부도 헤아릴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노인은 관상에는 사선(四善)과 사단(四短)이 있다고 했다. 사선에는 위(威), 후(厚), 청(淸), 고(古)가 있는데, 위와 후를 겸한 사람은 세상에 없다고 했다. 사단에는 고(孤), 박(薄), 악(惡), 속(俗)이 있는데 악과 속을 겸하는 사람은 세상에 많다고 덧붙였다."공은 청(淸)이 강하고 고(古)가 약간 있소. 고(古) 대신에 후(厚)를 만든다면 뜻을 성취할 수 있을 듯하오."(필자의 졸작 소설 <제국과 인간>에서)이 소설의 주인공 신규식은 사재를 털어 상해에 망명, 임시정부 창업을 주도한 역사적 인물이다. 소설에서 그는 노인의 예언대로 임시정부 창업에는 성공하지만 이후 내부 분열과 정세 악화를 비관하여 단식 자살한다.
당신은 명민한 사람? 얍삽한 사람?이제 필자 고유의 인상 분류법을 소개한다. '사람은 생긴 대로 논다'는 말이 있다. 이것은 일면 외모를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거칠고 경박한 말 같지만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필자가 말하는 인상이란 박경리가 말하는 그 사람의 분위기, 즉 '콘셉트'지 서구식 미적 기준인 균형과 조화를 중시하는 '외모'가 아니기 때문이다.
필자의 인상 분류 기준은 아주 단순하고 소박한 것이다. 즉 착해 보이는가, 아닌가. 그리고 명민해 보이는가, 아닌가. 이 두 가지밖에는 없다. 이 두 가지를 동시에 갖춘 인상은 최상이고 이 두 가지가 전혀 없는 인상은 최저라고 본다.
좋지 않은 인상은 곧 부자연스러운 인상을 말한다. 일찍이 공자는 "교언영색 하는 사람치고 어진 자 드물다.(巧言令色鮮矣仁)"고 했다(논어 학이편). 즉, 말을 그럴 듯하게 꾸며대거나 남의 비위를 잘 맞추는 사람, 생글생글 웃으며 남에게 잘 보이려는 사람치고 마음씨가 착하고 진실한 사람은 적다는 것이다.
요즘 말로 해서 '얍삽해 보인다'는 것이 교언영색에 해당한다. (명예훼손의 우려가 있어 한국인은 더 이상 거론하지 않고 할리우드 배우로 예를 든다면) 브래드 피트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얍삽해 보인다는 것이 필자의 주관이다.
여기서 교언영색이란 부자연스럽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이다. 그런데 현대인의 부자연스러움은 교언영색 말고도 다양한 콘셉트로 나타난다. 정도 이상으로 엄숙하고 진지하다 보니 더러는 (뭐랄까) '언제나 목말라 하고 있는 듯한' 인상으로 나타나기도 하는데, 찰톤 헤스톤이 그렇다.
'더워 보이는' 인상도 있다. 이것은 사투리로 '껄쩍지근하다'라는 말과도 통하는 인상인데, 러셀 크로우와 메릴 스트립이 이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언제나 긴장감이 감도는 인상도 부자연스러움 때문에 생긴다. 골프 선수 타이거 우즈나 젊은 시절의 덴절 워싱턴이 이 부류라고 할 수 있다.
사실 할리우드는 좋은 인상을 가진 선남선녀들이 가장 많은 곳이다. 니콜라스 케이지나 르네 젤 위거는 착한 인상이며 안소니 홉킨스나 조디 포스터는 명민한 인상을 가진 대표적인 배우라고 본다. 그리고 이 둘을 동시에 구비한 최상의 인상을 가진 배우는 단연 모건 프리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