끔찍한 미래를 예언했던 소름 끼치는 소설!

잭 런던 걸작선 3 - <강철군화>

등록 2009.04.15 09:40수정 2009.04.15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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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철군화>겉표지
<강철군화>겉표지궁리
<강철군화>겉표지 ⓒ 궁리

'궁리'출판사에서 선보이는 '잭 런던 걸작선'의 3번째 책 <강철군화>는 낯선 이름이 아니다. 1980년대 말에 국내에 소개된 적이 있다. 그때만 하더라도 이 책은 '사회주의' 관련 도서로 알려졌다. 소설의 형식으로 사회주의 사상을 알려주는 책으로 인식됐던 것이다. 이 소설이 이렇게 알려진 데는 소설이 향하는 바가 자본주의를 비판하고 사회주의적인 것과 닿아있기 때문이다.

 

<강철군화>는 27세기 사회주의 시대에 발견된 고문서를 밝히는 것으로 시작하고 있다. 그 문서는 20세기 초 미국에서 사회주의 운동을 이끌었던 어니스트 에버하드의 일대기를 다룬 것이고 책은 그 원고를 통해 당시 미국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파헤치고 있다.

 

미국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는가? 자본가와 노동자의 대립이 극에 달한다. 중산층은 몰락하고 소수의 자본가와 다수의 노동가가 첨예하고 대립하고 있다. 노동가들을 이끄는 건 어니스트와 같은 사회주의 운동가들이다. 그들은 돈이면 무엇이든 된다고 생각하는 소수의 특권계층을 비판한다. 도덕심과 인간성마저도 상실한, 자본주의에 매몰된 그들의 '폭주'를 경고하고 나선다.

 

자본가들은 이를 비웃는다. '과두제'라는 괴물을 낳은 자본주의는 더 이상 그들을 동지로 생각하지 않는다. 사실상의 노예로 취급한다. 그것을 위해 그들은 언론을 통제하고 군대를 지배한다. 헌법 같은 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의 이익에 반대하는 것이 있다면 곧 죽이려 한다. 소설은 그것을 '강철군화'라고 명한다. 완벽한 자본가의 세상이다.

 

물론 20세기 초의 미국은 민주주의시대였다. 그래서 선거라는 것이 있었다. 소설 속의 그때에도 선거가 있었고 그 선거에서 사회주의 운동가들이 승리를 한다. 하지만 자본주의의 '아들'들은 그런 것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리를 지배한다. 새로운 당선자들은 '좌석'에 앉아보지도 못하고 감옥에 끌려간다. 극단적인 대치 상황이 벌어지고 곧 '무력'이 충돌한다. 용병을 고용한 자본가와 시민군의 전투가 미국 곳곳에서 벌어진 것이다.

 

이런 내용을 보면 <강철군화>가 국내에 소개될 때 어떤 의미를 띄고 있었는지는 명백하다. 사회주의 관련 도서였던 것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러한 인식은 정치적이다. 문학적인 것이 생략돼 있다. 이 소설의 문학적인 가치는 무엇인가? 이 소설이 발표된 해는 1908년이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것은 구체적으로 보면 1912년부터이다. <강철군화>는 '미래소설'인 셈이다.

 

<강철군화>의 내용을 미래소설이라고 생각하고 살펴보자. 잭 런던의 글에 놀랄 수밖에 없다. 그가 소설에서 그렸던 자본주의의 문제점들, 특히 소수가 사회의 부를 거머쥐고 그로 인해 사회가 피폐해지는 현상이 사실로 들어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생각해보자. 잭 런던이 이 소설을 쓴 의도는 무엇이었을까? 소설이 말을 하기 위한 자리라면, 그가 이 글을 쓴 의도는 명백하다. 문학의 힘을 빌려 폭주하던 사회의 위험성을 '고발'하면서 '경고' 하려 했던 것일 게다.

 

그것을 좀 더 적나라하게 말하기 위해, 잭 런던은 <강철군화>를 통해 '없는 자'들의 비참한 인생을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마치 그가 그러한 생활을 경험한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그 묘사는 '르포'에 버금간다. 정치적으로는 분노할 것이지만, 문학적으로는 이 또한 중요한 성과다. 사회를 이토록 생생하게 담아낸 거울 같은 소설을 흔히 보기 어려우니까 그렇다.

 

그럼에도 <강철군화>는 순수하게 문학적으로만 읽을 수는 없다. 1980년 대 말에 소개될 때만큼은 아니더라도 소설이 예언한 것이 어느 정도 현실로 드러났기에 그 부분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일까? 생각할수록 <강철군화>의 힘이 놀랍다. 다양한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이런 소설은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설사 문학적인 것만 놓고 보더라도, <강철군화>는 고전으로 자리매김할 소설로 충분하다. 그 당시의 사회를 놀라울 정도로 생생하게 담아냈거니와 어떤 문제의식들로 사회에 말을 걸고 있다. 더군다나 그것이 시간이 지날수록 더 빛을 발하니 단순히 간과할 것이 아니다. 비록 소설의 '끔찍한 예언'의 많은 것들이 사실로 들어났지만, 그 힘만큼은 소름 끼칠 정도로 훌륭한 것이다.

2009.04.15 09:40ⓒ 2009 OhmyNews

강철군화

잭 런던 지음, 곽영미 옮김,
궁리, 2009


#강철군화 #잭 런던 #사회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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