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서울교대 안천 박사의 <타이완의 힘>
교육과학사
당시 아소 외상의 발언에 중국 외교부는 매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쿵 취안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은 공개적으로 침략을 미화하는 아소 외상의 발언에 대해 놀라움과 강한 분노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타이완 주민들이 일제 식민지 시절 노예로 간주돼 엄청난 불운을 겪었다는 것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알려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정작 51년간 일본의 식민 통치를 받은 타이완은 아소 외상의 망언에도 불구하고 전혀 개의치 않는 반응을 보였다. 타이완 외교부의 뤼칭룽 대변인은 "일본이 타이완을 식민통치하면서 교육, 농업, 공공 인프라 등을 실시한 것은 사실이며, 따라서 우리는 일본 외상이 왜 그렇게 말했는지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라고 논평했다.
사실 타이완은 그동안 중국이 일본과 댜오위다오(센카쿠 열도)나 야스쿠니 신사참배 등의 문제로 마찰을 빚을 때마다 국제사회를 의식하지 않고 무조건 일본 편을 들어왔다.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참배 당시에는 그를 옹호하며 일부 의원들이 도쿄에 신사참배를 가기도 했다.
또한 1895년 일본이 청일전쟁 승리 후 시모노세키조약으로 타이완을 병합한 이후, 대부분의 타이완 인들은 일본의 식민통치가 타이완 현대화에 크게 기여했다고 믿고 있다. 당시 일본은 타이완 공(公)학교령을 실시하여 우선 교육을 통한 일본화를 주도했으며, 2차 세계대전 무렵에는 창씨개명, 신사참배, 타이완 풍습 금지, 지원병제도 실시 등을 통하여 타이완의 일본식 개조 정책을 실시했다.
이를 통하여 타이완 국민들은 일본식 교육과 의식이 뿌리 깊게 자리 잡게 된다. 아울러 타이완 주요 정당인 민진당의 경우 "일본이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정치 및 군사의 지도국이 되길 바란다"는 공식입장을 밝히고 있는 등 노골적인 친일노선을 걷고 있는 형편이다.
안천 교수가 쓴 <타이완의 힘>(교육과학사)에는 타이완이 왜 우리 상식으로는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반응을 보이는지, 일본에 대한 타이완 인들의 이상한 친밀감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를 설명하면서 오늘날 동북아의 경제대국으로 확실한 자리를 잡고 있는 타이완의 숨은 힘을 말하고 있다.
안 박사 주장에 따르면 우선 타이완은 분명 본토 중국과는 다른 혈통과 문화를 가지고 있는 이민족이며, 지난 역사를 구체적으로 연구해보면 알겠지만, 중국인들은 타이완을 사실상 버린 땅으로 취급해 왔고 멸시와 천대로 일관했다.
쉽게 말하자면 중국이 타이완이란 자식을 버린 생모라면, 일본은 양모로서 생모보다 훨씬 낫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일본의 식민지 교육을 받은 중년 이상의 타이완 인들은 일본과 일본문화를 동경하며 일본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또한 타이완 경제의 발전은 일본의 부품공장으로 즉, 타이완과 일본은 커다란 한 나라요, 커다란 경제공동체로 발전해 왔다고 대부분 타이완 인들이 믿고 있다는 것이다.
오늘날 타이완의 교육제도는 기본적으로 일본의 교육제도를 그대로 옮겨놓은 모습이다. 물론 현대 미국과의 교류로 미국식 교육제도가 전파되기는 했지만, 일본도 미국식 교육을 받아들인 측면이 있기에 별다른 차이점은 없다고 할 수 있다.
일본이 임진왜란 당시에 영남을 대부분 장악한 다음 경북 영주시에 위치한 조선 최초의 사립대학인 '소수서원'의 성적표까지 훔쳐가서 소수서원을 그대로 모방한 학제와 건축물을 만들어 새로운 교육제도를 실시했다.
임진왜란 당시에 일본은 조선에서 도자기 기술과 소수서원을 중심으로 한 퇴계의 사상과 철학을 가지고 갔다. 수많은 도공들이 일본으로 끌려가 일본의 도자기 기술은 천문학적으로 발전을 거듭했다. 또한 주로 영남지역을 점령한 이유 때문인지 일본은 퇴계의 학문과 사상을 담은 많은 서책과 학자들을 일본으로 끌고 갔다.
"일본인들이 퇴계를 크게 존경함은 퇴계가 훌륭한 면도 있으나, 일본인들이 임진왜란 때에 퇴계의 책과 제자를 중심으로 퇴계의 교육체계를 몽땅 약탈해간 때문이다. 그것은 퇴계가 군수로 재직하며 심혈을 쏟았던 소수서원의 성적표까지 그대로 약탈해 갔고 사람들까지 납치해 가서, 당시 조선 사람들의 꿈인 과거제도의 제술, 강경시험이나 성균관의 평가체계가 그대로 일본에 전해진 것이다."
그러기에 일본의 문물과 교육제도를 그대로 수용한 타이완이 오늘날 번영할 수 있는 기틀의 근본은 바로 '소수서원을 중심으로 한 퇴계의 학문'에 있다고 안 박사가 주장을 하는 것이다.
안 박사는 그래서 인지 타이완은 일본과 한국을 동경하는 것이며, 2000년도 이후 불고 있는 한류의 시작이 타이완과 일본에서 일고 있는 이유라고 말하고 있다.
안 박사가 주장하는 타이완의 놀라운 힘의 세 가지 근원은 우선 일본이 한국에서 훔쳐다 준 동양 최고의 퇴계학에 기초한 교육 본체이고, 두 번째는 장개석 부대와 함께 건너온 중국 대륙의 최고 수준의 두뇌, 세 번째는 일본과 미국에서 전수된 첨단교육에 있다고 말하고 있다.
또한 타이완의 놀라운 힘을 열 가지로 분류하여 설명하자면 우선은 전국민적인 자유의지이며, 중국 본토와는 다른 개방성, 드높은 깨달음의 도(道 ), 아직도 남아있는 중국 혼, 철저한 애국심, 서양과학의 접목, 수많은 해외유학생들의 귀국 이후 공헌, 화교를 중심으로 한 국제적인 인맥, 타이완 신세대의 힘과 노력을 들고 있다.
아무튼 안 박사는 그동안 한국인들이 잘 몰랐던 타이완 인들의 역사의식과 민족의식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과 함께 그들이 왜 세상의 중심에서 당당하게 소리칠 수 있는가를 <타이완의 힘>을 통하여 자세히 알려주고 있다.
일본과 타이완에 전파되어 21세기에도 힘 있게 살아 움직이고 있는 퇴계사상과 조선최초의 민족사립대학인 소수서원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보게 하는 책이다.
타이완의 힘 - 세계화교 중심국가의 르네상스
안천 지음,
교육과학사,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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榴林 김수종입니다. 사람 이야기를 주로 쓰고 있으며, 간혹 독후감(서평), 여행기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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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완을 움직이는 힘은 소수서원과 퇴계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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