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苦살이

등록 2009.04.17 10:41수정 2009.04.17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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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사리.
고사리. 안병기
고사리. ⓒ 안병기

 

아침 산책 길

무덤가 잔디 속에서

좀 일찍 돋아난

고사리 순을 본다

저 보드랍고 연약한 것이 어떻게

그토록 오랜 가뭄

단단한 땅을 헤치고

예까지 올라왔는지

 

어린 고사리

삶이란

아무리 팍팍하고 막막할지라도

기필코 뚫어야만 하는 거라고

그래서 내 이름이 苦살이 아니냐고

짐짓 웃음으로

대답하건만 

 

안쓰러워라

보송보송한 솜털도

채 가시지 않은 나이에

벌써

달관(達觀)을 배워버리다니.

 

2009.04.17 10:41ⓒ 2009 OhmyNews
#고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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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곳을 지향하는 눈(眼)과 한사코 사물을 분석하려는 머리, 나는 이 2개의 바퀴를 타고 60년 넘게 세상을 여행하고 있다. 나는 실용주의자들을 미워하지만 그렇게 되고 싶은 게 내 미래의 꿈이기도 하다. 부패 직전의 모순덩어리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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