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벤처 '제이드'는 특별하다. 단순히 돈 버는 게 목적이 아니라, 멸종위기 동몰 보호라는 가치를 추구하기 위해 탄생했다. 왼쪽부터 웹매니저 이채(27)씨, 작가 김소은(25)씨, 디자이너 홍선영(24)대표.
오마이뉴스 선대식
"미국 시장이 어떤지 알아봐." "응, 알아볼게."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멋진 슈트를 입은 사업가들의 대화도, 번듯한 고층빌딩에서 이뤄진 대기업 해외영업부서 회의도 아니었다. 캐주얼 티를 입고 스타벅스 구석에 앉은 앳된 모습의 20대 중반 세 '소녀'들의 대화였다.
홍선영(24)·김소은(25)·이채(27)씨가 그들이다. 국민대학교 국어국문학과 03~04학번 선후배인 이들은 경영학을 전공하지 않았고, 토익시험 한 번 보지 않았다. 대기업·공무원 대신 이들이 선택한 것은 디자인회사 '제이드(JADE)'를 창업한 것이다. 지난해 7월의 일이다.
제이드는 특별하다. 단순히 돈 버는 게 목적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기 위해 탄생했다. 이른바 '소셜 벤처'다. 디자인에는 멸종위기 동물 보호 메시지를 담았고, 친환경 소재를 이용했다. 수익의 일부를 동물보호단체에 기부한다. 이미 흑자를 내고 있고, 반응도 좋다.
소수만이 대기업·공공기관 등 안정된 일자리를 얻고 다수가 불안정한 일자리를 얻는다는 88만원 세대의 비극에서 제이드의 실험은 하나의 반전이다. 자,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취업도 어려운데 창업이라니? 그것도 소셜 벤처?
소셜 벤처(Social Venture)란? |
소셜 벤처란 사회적 기업(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 중에서도 청년들의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설립된 곳을 나타낸다. 다수의 청년들이 소수의 안정적인 직장에 몰리며 청년실업이 구조화되는 상황에서 소셜 벤처는 청년실업 문제 해소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대학가에서 소셜 벤처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고 이를 지원하는 곳도 늘어나고 있다. 고려·서강·서울·연세대·카이스트 경영대학(원)에서 함께 운영하는 한국쏘시얼벤처대회와 희망제작소가 주최하는 '청년 사회적 기업 창업 아이디어 경연대회' 등에서 많은 청년 소셜 벤처 기업가들을 발굴하고 있다. 제이드는 2008년 '청년 사회적기업 창업 아이디어 경연대회' 수상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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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신설동의 엘리베이터도 없는 허름한 5층 건물 꼭대기에 있는 제이드 사무실을 찾은 건 지난 13일 오전. 신발을 벗고 들어간 19.8㎡(6평)의 작은 사무실은 "이곳에서 사느냐?"고 물어볼 정도로 아늑했다. 사무실 한가운데 좌식 탁자와 흰 소파·베개에서 편안함이 느껴졌다.
수줍은 웃음으로 기자를 맞이한 제이드 식구들의 모습에서는 이틀 전(11일) 공무원 시험을 치른 십수만명의 공시생들의 걱정과 불안은 느껴지지 않았다. 한편으로, 경제 위기에 회사를 제대로 꾸리고 있는지 의심도 들었다. 특히, 제이드 대표인 선영씨는 아직 대학생이다.
이날 낮 김소은씨가 오는 20일 새로 출시할 이면지 수거함 제작을 주문하러 가는 길에 따라나섰다. 서울 을지로 인쇄골목의 여러 박스가게를 찾았지만 만족스러운 가격이 나오지 않았다. 지금껏 동화작가를 꿈꿔왔던 소은씨에게 흥정은 여전히 쉽지 않은 일이다.
"며칠 전보다 개당 500원이나 비싸졌네요." "그땐 견적을 잘못 낸 거예요. 죄송해요. 그 정도는 받아야 해요."소은씨는 "수량은 적고 요구사항이 많으니 가격 맞추기가 힘들다, 시제품 확인도 어려워 인쇄가 잘못된 적이 많다"며 "예상보다 돈이 더 들어가는 경우가 많은 게 사업하는 데 큰 어려움"이라고 전했다.
계약을 치르지 못하고 사무실로 돌아가는 길, 소은씨에게 힘들지 않느냐고 물었다. "하고 싶은 일,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게 좋다, 친구들이 걱정하면서도 '아이디어 좋다, 좋은 일 한다'고 힘을 준다"는 답이 돌아왔다.
치열한 시장에 성공적 데뷔한 제이드... 미국 시장 진출 꿈꾼다